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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무소유의 경제학(아지뜨 다스굽따)
[지식창고] 무소유의 경제학(아지뜨 다스굽따)
  • 최희갑(삼성경제연구소)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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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라, 그리고 버려라
디지털기술과 벤처가 주도하는 21세기에 인류는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원과 자금을 손쉽게 끌어쓸 수 있기에 경쟁의 양상은 더욱 치열해진다.
모두가 좀더 빨리, 그리고 좀더 쉽게 부를 축적하는 길만을 찾기 위해 내달린다.
그래서인지 독립 투쟁을 지도하면서도 매일 오후 한시간씩 물레 앞에서 실을 자으며 손수 옷을 만들던 간디의 모습은 우리의 소매를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개인의 도리’에 관한 간디의 메시지
<무소유의 경제학>(아지뜨 다스굽따 지음, 솔출판사 펴냄)은 위대한 영혼(마하트마) 간디가 인류에게 주려 했던 메시지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조명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간디의 경제사상은 영국의 식민지이자 개발도상국인 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메시지는 상당히 현대적이다.


이는 간디주의가 이념이나 종교,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관한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디주의는 개인이 직면한 경제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무엇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라는 데서 출발한다.


간디의 이런 경제사상은 개인의 선택 문제를 강조하는 현대 경제학의 방법론을 닮았다.
하지만 간디의 사상은 관점을 달리하면 현대 경제학과 크게 구별된다.
경제학은 사회적 선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할 때 최선의 경제상황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끊임없이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현대인에게 좋은 이론적 동반자가 되고 있다.


반면 간디는 경제 주체로서 인간행위와 자발적인 도덕적 주체로서 인간 행위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간디는 개인들이 눈에 보이는 욕망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되며 도덕적 원칙이 반영된 ‘윤리적 선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간디가 개인들이 갖춰야 할 몇가지 윤리적 선호를 제시했다면서, 간디의 삶과 그의 정책 제언에는 이러한 정신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우선 윤리적 선호에는 ‘이웃의 원리’가 포함돼야 한다.
한 개인은 모든 인류에게 동일한 윤리적 봉사의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류에게 똑같은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가와 인류에 대한 개인적 봉사는 이웃에 대한 봉사에 구현되어 있으므로 가까운 이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상품보다는 국산품을 사용하자는 간디의 스와데시운동도 이런 관점에서 비롯한다고 지은이는 분석한다.
두번째로 여가는 절제돼야 하며 모든 개인은 봉사정신이 담겨 있는 일정한 노동을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간디는 “모든 사람이 충분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노동을 하는” 임금노동자 부락 ‘스와라지’ 공동체를 제안했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고 가치 있는 존재 세번째로 자신의 권리보다는 의무를 앞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동체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인간다운 품위 유지와 개인적 자유는 필수적이다.
개인의 권리는 법률의 확실한 보호를 받아야만 하며 만일 국가가 그렇게 해주지 못한다면 개인은 불복종할 의무, 곧 불복종할 ‘권리’가 있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적 의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던 하층계급이나 여성에 대한 간디의 애정은 각별한 측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득권층이 갖춰야 할 윤리적 선호로 ‘보관인의 원리’가 있다.
만물은 신으로부터 나왔으므로 궁극적으로 그에 귀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를 획득한 사람은 그 재산을 잠시 보관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공익을 위해 재산을 사용해야 한다.
간디는 보관인의 원리를 노사관계, 지주와 소작농간의 관계에도 적용해 사회·경제적 질서가 갈등보다는 공조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적 선호’에 나타난 간디의 경제사상은 평등개념과 교육에도 적용된다.
그는 다수의 빈곤이나 심각한 빈부격차를 부정했다.
하지만 간디의 관심은 경제적 불평등보다는 성, 전통(카스트 제도) 등 다른 종류의 불평등에 더 있었던 듯하다.
그는 모든 개인을 자발적인 도덕적 주체로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개인은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으며 평등하다는 것이다.
교육과 관련해 간디는 교육의 질에 주목했다.
그는 신체, 정신, 영혼이 모두 개발되는 전인교육을 강조한다.
특히 성전연구, 정보축적, 근육질 몸매보다는 윤리적 행위의 수련, 스스로의 힘으로 사고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신, 작업 수행시 필요한 능력 따위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디지털의 숨통을 트여주는 정신적 휴식처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해 소개된 간디의 사상은 디지털 시대의 현대인에게 모처럼 정신적 휴식을 선사한다.
더욱이 <간디전집>에서 발췌된 책 속의 인용구를 읽다 보면 어느덧 위대한 영혼 간디를 만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 사상조류와 비교해 간디의 경제사상을 정리한 지은이의 노력도 돋보인다.
덕분에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대의 사상조류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의외의 소득도 얻을 수 있다.
P41 만족이 곧 행복이다.
이와 다른 종류의 행복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가? 이것과 다른 종류의 모든 행복은 실로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그것에 더욱 다가갈수록 그것은 더욱 멀리 달아날 것이다.
P209 나의 ‘보관인 정신론’은 다른 모든 이론들을 제치고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
….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포기할 것이며, 그 재산들 중에 자신의 욕구에 필요한 양만을 합리적인 선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공익을 위한 ‘보관인’으로서만 행동하게 할 것이다.
P307 통제란 혐오스러운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만연하는 부정 부패의 커다란 원인 중 하나이다.
…. 나는 경제계획의 주체가 중앙정부라야만 한다는 관점에 분명히 반대한다.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들도 경제계획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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