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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사망진단서] ⑥ 진입장벽이 될 수 없는 기술 사용
[닷컴사망진단서] ⑥ 진입장벽이 될 수 없는 기술 사용
  • 유혁수(인터넷컨설팅그룹)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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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키워드, 사람 그리고 기술 고객중심의 편리하고 단순한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얼마 전 한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 투자심사자의 입장에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인터넷 벤처기업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그는 “어떤 기업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라고 주저없이 대답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것은 차별화된 기술이지만, 궁극적으로 그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이라는 지적이다.
‘우수한 인력’이 내면적인 성공의 키워드라면 ‘차별화된 기술력’은 표면적인 성공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기획연재 순서
1. 프롤로그
2. 비효율적이 마케팅
3. 시장에 편승해 자주 변하는 경영전략
4. 뚜렷하지 못한 수익모델과 매출 부진
5. 시장과 고객의 욕구 분석 부재
6. 진입장벽이 될 수 없는 기술 사용
7. 고객불만 해소에 대한 노력 부재
다르지 않으면 죽는다 인터넷 세상을 이끌어온 차별화된 기술은 주변에서 꽤 찾아볼 수 있다.
이사하는 여자친구의 쓸모없는 생활용품을 효과적으로 팔기 위해 개발했다가 ‘대박’을 터뜨린 이베이 www.eBay.com의 경매, 고객과 기업간의 협상주도권을 고객 쪽으로 끌고온 프라이스라인 www.priceline.com의 역경매 등은 차별화된 기술의 힘을 보여준다.
냅스터 www.napster.com의 P2P(Peer to Peer)와 일본을 휩쓸고 있는 NTT도코모의 아이모드(I-Mode) 등도 그런 반열에 든다.
닷컴기업들의 공동묘지 그레이브야드 www.upside.com/graveyard에 올라온 닷컴기업의 숫자는 현재 29개에 이른다.
이들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한가지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면서 패션(고가상품), 완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을 판매하는 기업들로 그룹화된다는 점이다.
왜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들이 비슷한 시기에 이렇게 많이 무너진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기술이 경쟁업체에 비해 전혀 차별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대표적인 인형 쇼핑몰 토이즈마트닷컴 www.toysmart.com이다.
토이즈마트닷컴은 후발업체로서 온라인의 강자 이토이즈 www.eToys.com나 오프라인의 강자 토이즈러스 www.toysrus.com를 공략하기 위해 ‘고객의 나이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강력한 검색엔진’과 ‘새로운 커뮤니티’ 기술을 도입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도 거의 같은 시기에 유사한 상품검색 기능을 채택했다.
게다가 이토이즈는 토이즈마트보다 더 강력한 유아용 커뮤니티인 키드존(KidZone)을 열어 토이즈마트의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결국 차별화된 기술 확보에 실패한 토이즈마트는 비운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으로 음악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럽캐스트라이브 www.Clubcastlive.com나 뉴스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스트TV www.FasTV.com는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스트리밍 기술이 대중화하면서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사업은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업계 최초로 3차원(3D) 쇼핑기법을 도입했으나, 경쟁업체인 랜즈엔드 www.landsend.com보다 훨씬 비효율적인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고객들로부터 엄청난 힐난을 받았던 부닷컴 www.boo.com도 차별화된 기술의 부재로 실패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웹 테크놀로지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많은 사람들이 웹 기반 기술, 즉 ‘웹 테크놀로지’를 인간의 꿈과 환상을 실현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인터넷, 특히 웹이라고 하는 환경은 기술적으로 우수한 환경이 결코 아니다.
우선 웹은 한번 정보가 전송되고 나면 서버와 연결이 끊어져버리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새로 고침’(Reload) 작업을 계속 해야 한다.
또한 웹은 브라우저라고 하는 환경 아래에서만 구현되기 때문에 그 기능이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웹 테크놀로지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인터넷 업체들과 웹 기획자들은 주문·배송처리 과정만을 처리하는 일반적인 쇼핑몰이 아닌 특수한 상품 검색엔진이나 3D기술이 응용된 쇼핑몰만을 진정한 웹 테크놀로지라고 생각한다.
닷컴기업이 웹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관점에서 웹 테크놀로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상황에선 시장에 대한 빠르고 철저한 분석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결여된 기술은 쓸모가 없다.
그 밑바탕에는 기술이란 고객의 관점에서 편리하고 유용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어야 한다.
기술적 진입장벽을 구축해 회사를 보호하고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특히 닷컴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 아닌 단순하고 편리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터넷 전략가인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은 그의 저서 <퓨처라이즈>(Futurize)에서 웹사이트 전략의 주된 실패 원인으로 ‘기술을 위한 기술의 지향’을 지적했다.
물론 신기술 개발은 웹사이트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것이 곧 경쟁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기술력을 뽐내기 위한 기술을 지향하면 사이트가 쓸데없이 너무 많은 기능을 포함하거나 구조가 복잡해져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
둘째, 고객 입장에 서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사용자들은 복잡한 신기술보다는 단순하고 편리한 기술을 선호한다.
복잡하고 산만한 웹사이트 구성은 결국 구매포기로 이어진다.
고객 입장에 서려는 고민을 많이 할수록 고객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고, 이에 따라 진입장벽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셋째, 미래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P2P 기술은 오래 전에 나왔다.
이러한 P2P 기술은 요즘 들어 진보를 거듭해 냅스터나 소리바다같이 개인간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차원을 벗어나 파일이나 콘텐츠를 교환 또는 공유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지금 와서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과연 그것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그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작용하는 기술이 아니라면 굳이 자체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많은 닷컴기업들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개발과 디자인에 쓸데없이 많은 인력을 투입해 기술을 개발한다.
일반적인 웹사이트를 만든다고 할 때 아웃소싱하면 기간이나 비용에서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결혼식에서 입을 웨딩드레스를 집에서 스스로 만드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빌려서 입는 것이 나은가 하는 문제와 같다.
아이디어가 전부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닷컴기업을 아이디어 기업이라고 한다.
물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크게 성장한 기업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닷컴 위기론이 대두된 시점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역시 튼튼하고 믿을 수 있는 기업은 새로우면서도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곳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어떠한 시장상황에서도 그들이 쌓아놓은 높은 기술적 진입장벽에 힘입어 굳건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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