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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한·미·일 삼국의 뜨거운 감자, 금리
[머니] 한·미·일 삼국의 뜨거운 감자, 금리
  • 이봉현(로이터통신코리아)
  • 승인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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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인상, 미국은 동결, 한국은 ‘계속 고민중’
8월은 한국, 미국, 일본 등 세나라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대한 관심이 휴가철 햇볕만큼이나 뜨거웠던 한달이었다.


먼저 일본은행(BOJ)이 8월11일 금융정책결정회의(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하루짜리 무담보 콜금리의 목표수준을 현재의 0%에서 0.25%로 올렸다.
이는 지난 99년 2월부터 끌어온 이른바 ‘제로금리정책’을 종결한 것이다.
91년 7월 이후 줄곧 내리기만 했던 중앙은행금리의 큰 흐름을 전환한 것이기도 했다.
이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8월22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연6.5%와 6%인 연방기금금리(콜금리)와 재할인율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 5월 이들 금리를 한꺼번에 0.5%씩 올린 뒤 6월과 8월 연속해서 인상을 유보했다.
다음 공개시장위원회 모임인 10월3일에도 대선(11월7일) 때문에 인상이 어려울 전망이다.
월가는 물가상승 압력을 이유로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6차례의 금리인상 시리즈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콜금리 올린다” 8월 주식시장 술렁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9월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와 8월 중순 이후 주식시장과 자금시장이 술렁거렸다.
한은이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선제 대응을 계속 강조하는 가운데 시장은 이번에도 못 올릴 것이란 예상과 올릴 것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란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3국의 사정은 다르다.
일본은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서 회복으로 가는 길목에서 인상이 이뤄졌다.
한국과 미국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 안정적으로 후퇴기에 진입(연착륙)하는 게 금리정책의 최종과녁이다.
일본은행의 콜금리 인상은 폭이 작고,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대출할 때 적용하는 공정할인율은 그대로 유지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든 것을 대내외에 선언한 의미가 크다.
제로금리는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일본 경제 회생정책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뒤 기자회견에서 “7월에 금리인상을 유보한 것은 고용이나 소득지표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보니 고용, 소득, 소비 모든 면에서 상당히 좋아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유보한 것은 사상 최장기 호황에도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경제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올 6월까지 111개월이나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거시경제지표에서는 경기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소매매출은 4,5월 연속둔화됐고 개인소비지출도 2월 이후 내리막길이다.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서도 연준은 “수요가 줄고 있다(is moderating)”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연준 움직임만 관찰하는 패드워처(FED watcher)들은 금리인상 시리즈가 끝났다고 해석한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성장이 감속하고 물가가 안정돼 있는 한 연준이 더이상 할 일은 없다”고 말한다.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경제를 생각하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여부는 현재진행형이다.
올 2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콜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한은은 총선이 끝난 5월부터 매달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콜금리 인상을 검토해왔다.
한은은 8월 초 금통위에서도 콜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현대사태 등 기업신용경색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유보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콜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한은은 무엇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6월 이후 유가상승 등으로 오름폭이 커지고 있지만 올해 물가는 2.5%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내년 이후다.
총통화(M2) 증가율이 전년동월대비 37.8%(7월)에 이를 정도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데다 99년 이후의 주식호황과 경기상승으로 수요압력이 6개월~1년의 시차를 두고 내년에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배럴당 40달러 전망까지 나오는 국제유가상승은 물가에 큰 부담이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이에 따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제 물가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두가지로 나오고 있다.
먼저 콜금리를 0.25%쯤 올려도 충격은 없을 것이란 쪽이다.
현재 5%인 콜금리는 IMF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설정한 정책성 금리로 과도하게 낮은 감이 있는데다 실제 장단기 시장금리는 6% 선을 염두에 두고 격차(스프레드)가 형성돼 있어 콜금리 인상이 기타 금리의 연쇄상승으로 이어지는 폭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른쪽은 콜금리를 올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폭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내수위축(콜금리 인상과 통화긴축)으로 대응할 경우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여전히 성장세인 것도 수출에 의한 것이지 내수의 상승속도는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차이는 현재 경기를 보는 시각에서 기인한다.
한은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6%(전분기 대비 1.1%)로 전분기에 비해 감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은 각종 선행지표의 하강속도로 미뤄 1분기에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판단한다.
대신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기관은 3분기 현재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은행이 잘못된 정책을 선택하거나 시기를 놓치면 국민이 두고두고 고생한다.
일본이 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보내게 된 데는 일본은행이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에 선택한 금리정책의 실패 때문이기도 하다.
85년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화강세로 국내경기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 일본은행은 87년 2월부터 89년 5월까지 금리를 당시로는 최저 수준인 2.5%로 낮췄고 이것이 주가 및 땅값의 거품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이뿐만이 아니다.
거품이 최고조에 이르자 일본은행은 이번에는 금리를 급속히 올려 90년 8월에는 금리가 6.25%까지 상승했다.
이는 일본 경제가 거품에 대한 조정기를 갖지 못한 채 일시에 침체하게 만들었다.
반면 미국은 연준의 시의적절한 금리,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막고 10년 넘게 고성장 저물가의 ‘신경제’를 이끌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데는 항상 이해집단의 지지와 반대가 따르게 마련이다.
중앙은행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도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 국민경제만을 위한 판단을 하라는 취지다.
일본은행이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도 정부와 재계는 물론이고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반대에 직면해야 했다.
8월11일 정책결정회의에 참석한 대장성과 경제기획청 대표들은 하야미 총재의 제로금리 해제안에 대해 의결연기신청까지 내며 반발했지만 98년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된 일본은행법에 밀렸다.
정부는 개인소비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백화점 체인인 소고그룹 부도로 언제든 다시 불황에 빠져들 염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금리가 높아지면 미국에 들어와 있던 일본계 자금이 환류할 것을 우려했다.
일본은행은 경기회복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제로금리의 속박에서 벗어나 통화신용정책의 운용폭을 넓히려는 의도가 컸던 것으로 일본 금융가에서는 풀이한다.
비상사태에서나 적용되는 0%대 금리로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조작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반대를 무릅쓴 금리인상 결과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로 돌아선다면 일본은행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인정받는 미국 연준도 정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연준이 지금까지 대선을 앞두고 금리를 손댄 예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10월3일의 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가 그대로 유지되리란 관측도 이 때문에 가능하다.
“금리에 대한 월권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은행은 총선이 있던 지난 4월부터 정치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하다 콜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일부에서 받고 있다.
한은은 장단기금리 격차가 여전히 크게 벌어지고(2월 콜금리 인상의 이유), 물가불안이 예상됐지만 기업신용경색이 불거지는 등 상황이 나빠지는데다 저금리기조를 유지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해 이를 계속 뒤로 미뤄왔다.
특히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시절에는 금리정책에 대한 월권이 잦았다.
매달 금통위가 다가오면 재경부 장관이나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서서 “물가나 성장세로 봐서 콜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거나 심지어는 한은이 사전에 청와대 및 재경부에 보낸 보고서를 토대로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콜금리 현상유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 ‘고립무원’ 지경이 된 한은은 충격을 주는 조처를 취할 수 없었다.
한은은 비공식적으로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한 적은 없다.
정부 당국자의 금리에 대한 월권 발언에 대해 “소망스럽지 못하다”는 ‘여성스러운’ 표현으로 유감을 표시했던 전철환 총재가 9월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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