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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벤처라고 '무조건' 연봉제는 위험
[직업] 벤처라고 '무조건' 연봉제는 위험
  • 오철우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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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문화의 상징을 꼽으라면 단연 연봉제다.
능력 있는 인력을 뽑아오고 업무성과를 임금에 직접 반영하는 연봉제는 평생직장의 연공서열 문화를 허무는 벤처기업의 바탕이 된 지 오래다.
연봉제가 아닌 호봉제를 고수하는 벤처기업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화제가 될 정도다.


사이버교육 솔루션 업체 아이빌소프트(대표 진교문)www.ivillesoft.co.kr는 창업 이후 2년여 동안 줄곧 ‘호봉제’를 고수하는 벤처기업이다.
그것도 고리타분한 대기업의 임금체계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직원 50여명은 모두 사원(1년)-주임(2년)-대리(3년)-과장(3년)-차장(3년)-부장-임원의 직급과 호봉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호봉제라 해서 급여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연 2천만원을 받으니 업계에선 꽤나 높은 편이다.
오히려 “웬만한 연봉제 벤처기업보다 우리 회사 직원의 평균 급여가 훨씬 더 높다”고 자랑까지 한다.
그럼 남들 다하는 연봉제를 왜 피한 걸까. 더욱이 호봉제는 월급에 수당, 퇴직금에다가 호봉간 격차 조정 등 복잡미묘한 임금체계를 짜고 관리하는 어려움이 더욱 크지 않은가. 유능한 인재가 면접 때 연봉제와 주식을 요구해와 놓친 적도 있다고 한다.
‘여럿이 함께 가기’ 위해 호봉제 고수 “너무 연봉제가 무분별하게 도입되고 있어요. 좋고 나쁜 점을 따져 내몸에 맞는 옷을 골라야 하는데, ‘벤처는 곧 연봉제’라는 식으로 도식화된 느낌이죠. 그건 잘못된 겁니다.
벤처는 조건에 맞는 최적의 제도를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오히려 벤처기업은 창업 초기에 회사틀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한데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모인 회사에서 연봉제를 잘못 도입하면 공동체를 흐트릴 수도 있고요.” 98년 7월 회사를 세우면서 진교문(38) 대표는 당연히 장래의 회사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의 결론은 ‘뛰어난 한두명이 이끄는’ 연봉제보다 ‘여럿이 함께 가는’ 예전의 호봉제였다.
“직장문화를 안정시키는 게 인사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였고 그래서 예전에 다니던 대기업 호봉제 임금체제를 그대로 도입했다”고 그는 말한다.
대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특별 승호~승급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한해에 1월과 7월 정기승호봉 때 전직원의 5~10%에게 호봉이나 직급을 올려주는 식이다.
또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은 인센티브 상여금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정례화했다.
지난달부터는 영업이익의 일부를 떼어 팀장급 11명에게 “건강도 지키고 세상을 배우라”며 골프 연습 회원권과 함께 골프채 구입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또 전직원에게 헬스 이용권, 교육연수비, 토요 격주휴무제, 주택자금 대출, 집들이 비용 등을 지원하는 등 갖가지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남우(37) 이사는 “처음부터 복지 프로그램을 갖춘 건 아니고 사원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때 그때 제도화하고 있다”며 “벤처업계에선 인력이동이 유난히 잦은데도 우리 회사는 올 들어 전직하기 위해 퇴사한 직원은 없었다”고 자랑이다.
아이빌소프트는 최근 들어 연봉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제 회사공동체 안에서 직원들이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고액 연봉으로만 인재를 찾을 수 있는 신규사업을 벌이게 된다면 연봉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겠죠. 연봉제를 실시하게 되더라도 더이상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진 대표는 “갑자기 입어 어색한 새 옷이 아니라 좀더 익숙해질 수 있기에 더욱 멋을 낼 수 있는 새 옷을 입고 싶다”고 말한다.
[CEO 1문1답]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연봉제는 언제 필요한 제도라 생각하나. “연봉제와 호봉제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무엇이 항상 더 낫다고 말할 순 없다.
회사 조건과 문화에 따라 더욱 적합한 제도를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봉제는 기존 인력으로는 하기 힘든 신규사업을 시작하면서 고급 인재를 찾을 때 좋은 제도다.
한두사람의 몫이 대단히 중요한 때 말이다.
이런 사업구조가 회사에 도입되면 연봉제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연봉제를 유행처럼 받아들이는 데 있다.
한 직원의 연봉을 높이는 대신 다른 직원의 연봉을 낮추는 식의 연봉은 너무 경영자 중심의 연봉제다.
누구나 말하듯이 ‘사람이 곧 자산’인 시대다.
연봉제든 호봉제든 사람을 중시하는 정신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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