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14 (화)
[나는프로] 나래디지탈 엔터테인먼트 3D에니메이션 이용규 팀장
[나는프로] 나래디지탈 엔터테인먼트 3D에니메이션 이용규 팀장
  • 이용인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움직이는 조각을 하고 싶다 대학시절, 조각을 전공한 그에게는 늘 아쉬움 같은 게 남아 있었다.
조각이 매력없는 건 아니었다.
제법 굵직한 대회에 나가 입상한 경력도있다.
주위에서 소질이 있다고 추어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가 공들여 만든 조각은 늘 망부석처럼 굳어 있었다.
좀더 살아 꿈틀대는, 입술도 움직이고 팔다리도 위아래로 흔들 수 있는 그런 조각은 없을까. 나래디지탈엔터테인먼트 3D 애니메이션팀 이용규(32) 팀장의 엉뚱한 상상력은 현실이 됐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후배가 찾아왔다.
자기가 만든 3D 애니메이션이라며 자랑하는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잡하기 그지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움직임을 갈구하던 그에겐 새로운 돌파구로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주저없이 학원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그는 ‘순수 예술가’의 길을 접고 대신 3D 애니메이터란 길을 선택했다.
남들이 보기엔 조각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지만 그에겐 그동안의 가볍지 않은 고민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97년 석달 과정의 단기 과정과 1년 동안의 장기 과정을 악착같이 버텼다.
30여명의 학원 동기생 가운데 졸업을 한 사람은 그를 포함해 고작 다섯 명이었다.
해부학 알면 생생한 움직임 만들 수 있어 비록 자그만한 것이지만 그는 올해 4월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영화 <넘버3>의 ‘송강호 립싱크’를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게 화제가 된 것이다.
사실 새로운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익히기 위해 ‘심심풀이’로 만든 거였는데 예상외로 사람들의 호응이 괜찮았다.
“그건 배신이야, 배신…”으로 시작되는 송강호 어투에 맞춰 입술이 과장되게 씰룩거리는 게 일품이라는 평가였다.
얼굴 모델은 송강호씨가 아니라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이팀장 자신이지만 말이다.
재미삼아 얼굴에 세로로 빨갛게 그어놓은 ‘문신’은 ‘립싱크’를 더 실감나게 강조한다.
웃을 때는 어릿광대같기도 하고 화를 낼 때는 사천왕처럼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입술을 꼭 다물고 있으면 반칙왕 송강호를 닮은 듯하다.
“조각을 할 때 해부학을 공부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입술에는 수많은 근육이 몰려 있기 때문에 입 모양을 만들어내긴 위해선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데싱이나 클레이로 조각을 해봐야한다.
그래야 대상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엔 3D맥스나 마야 따위의 3D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델링을 시작한다.
모델링이란 축구공처럼 생긴 구를 갖고 대상의 특성에 따라 볼록한 곳은 튀어나오게 하고 오목한 곳은 쑥 들어가게 하는, 일종의 사이버 조각인 셈이다.
그 다음엔 색깔을 입히는 매핑, 빛이나 카메라의 앵글을 집어넣어 좀더 실감있게 보이게 하는 렌더링 작업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수십가지의 다양한 표정들을 순서에 따라 연결시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 하나의 애니메이션이 완성된다.
표정에 따라 소리를 집어넣게 되면 작업은 더욱 복잡해진다.
입술 움직임과 소리를 하나하나 손작업으로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큰 회사는 3D 애니메이션 팀 안에서 분업화가 이루어지지만 대부분 회사에서는 애니메이터가 혼자 작업을 수행한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거였지만, 1분도 채 안되는 ‘송강호 입술’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그도 일주일 동안 꼬박 손작업을 했다.
동료 프로그래머인 김성룡(26)씨가 그나마 립싱크의 움직임을 일부 자동화할 수 있는 플러그인 기법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시간은 두배로 걸렸을 거란다.
화려하지만 힘들고 냉엄한 ‘3D 직종’ 사실 3D 애니메이터만큼 외형적으로 화려한 직업은 없다.
종종 창조성이 필요한 예술 작업에 비유되기도 한다.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의 ‘분신’은 곧 자기의 작품세계와도 통한다.
하지만 화려한 만큼 그늘도 깊다.
한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짧게는 한달, 길게는 몇달씩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한다.
프로젝트 납기일이 다가오면 밤을 새우는 건 예삿일이다.
그때쯤이면 햐얀 마우스는 손때가 묻어 거무튀튀해진다.
“저희들은 3D 애니메이션을 어렵고 힘들다는 ‘3D 직종’의 하나라고 부르지요. 애니메이터들은 대부분 몸이 뚱뚱하거나 아니면 홀쭉 마르는 등 ‘비정상’입니다.
워낙 생활이 불규칙하니까요. 게다가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냉엄한 세계입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지요.” 그는 ‘환상’만 쫓아 무턱대고 이 분야에 달려드는 후배들에게 이면을 먼저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3D 애니메이션의 길을 들어서려면
1 학원을 잘 고르라. 3D 애니메이션 학원들이 꽤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나도 쥐라기공원을 만들 거야” “연봉 1억” 등의 광고에 현혹되지 마라. 직접 학원을 방문해 커리큘럼, 강사진, 분위기를 꼼꼼히 챙긴다.
2 팀워크가 중요하다.
앞으로 3D 애니메이션은 분업화가 될 것이다.
많은 인원이 동원돼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의 예술세계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팀 차원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3 머리보다 손으로 익혀라. 생각없이 살라는 얘기는 아니다.
조금 익숙해지면 실제로 사물을 구현해 보는 성실한 자세보다는 눈만 높아져 게을러지는 게 일반적이다.
항상 손으로 익히는 게 기본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국내외 3D 애니메이션 최신 동향을 알려면 시지링크 www.cglink.co.kr, 3D카페 www.3dcafe.com, 애니바이트 www.anibyte.com, 래프 www.raph.com 등이 좋다.
해부학 서적으로는 B. 호킨스의 <다이나믹 인체구조의 분석>이 네권 나와 있는데 인체 움직임과 근육 흐름이 잘 나타나 있다.
3D 프로그램의 장단점
△마야(MAYA) 웨이브프론트와 알리아스가 합병한 뒤 새로 내놓은 3D 프로그램으로, 워크스테이션 사용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값이 워낙 비싸 개인용으로는 사용하기 힘들다.
△라이트웨이브(Light Wave) 값이 싸며, 라이팅(lighting)과 렌더링(rendering)이 뛰어나다.
△3D맥스(3D MAX) 값이 싸며, 프로그램에 없는 툴은 다양한 플러그인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필름박스(Film Box) 동작 데이터와 음향 데이터를 자동으로 연결하거나 제어해준다.
영어발음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 모양과는 안 맞는 경우가 많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