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3:01 (목)
[첨단기술주] 유·무선 관계는 실과 바늘
[첨단기술주] 유·무선 관계는 실과 바늘
  • 신동녘(IT 애널리스트)
  • 승인 2000.12.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통신이란 무엇인가. 정보통신주에 투자하면서도 내용을 모르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

정보통신이란 말 그대로 ‘정보+통신’이다.
여기에서 정보는 디지털화된 정보이고 통신은 둘 이상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단 통신은 서로 의사를 소통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한쪽은 주기만하고 다른쪽은 받기만 하는 것은 정보통신의 영역으로 볼 수 없다.

이런 일방적인 통신을 대표하는 것이 TV방송이다.
방송국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내보내고, 시청자는 그것을 일방적으로 받는다.
따라서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정보통신의 영역으로 분류할 수 없다.
삐삐라고 불리는 페이저도 보내는 사람의 전화번호 또는 음성을 일방적으로 수신만 한다.
보낸 사람과 통화를 하려면 다른 통신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부류를 정보통신에 분류하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우리는 빼도록 하자. 어차피 이런 분야는 사업성이 없으니까. 그럼 네트워크 고돌이와 같은 게임은 정보통신 산업일까? 두가지 기준에 비춰볼 때 아주 훌륭한 정보통신 분야의 하나이고 향후 전망도 상당히 밝다.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이동통신이나 무선인터넷 등 생활의 무선화가 고도화될수록 무선이 유선을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무선망이 증대될 것은 확실하지만 무선망이 커지는 것 이상으로 유선망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정보통신의 역사를 돌이켜보건데 지금까지 무선이 유선을 대체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무선의 발달은 유선서비스가 닿지 않는 곳을 메워주는 보완 역할을 했을 뿐이다.
현실은 오히려 유선의 발달이 무선을 대체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가정용 무선전화기(이동전화 말고)를 생각해보자. 가정용 무선전화기는 사람을 전화기 옆에서 해방시켜 집안 어디에서나 통화할 수 있게 했다.
900MHz란 좀 성능이 좋은 제품은 인근 슈퍼에서까지 전화를 할 수 있도록 사용공간을 넓혀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선전화기의 본체에 붙어 있는 전화선이 사라졌을까? 단지 대체한 게 있다면 수화기와 전화통 사이에 있는 꼬불꼬불하고 자주 꼬여 성가신 선뿐이다.
그런데 이 꼬불꼬불한 선이 과연 우리가 얘기한 바로 그 유선망일까? 셀룰러폰이나 PCS 등과 같은 이동통신도 마찬가지다.
개념적으로 볼 때 이동통신은 위에서 예로 든 가정용 무선전화기의 사용범위를 좀더 확대시킨 것에 불과하다.
단지 가정용 무선전화기에서 로드안테나가 달린 전화통의 역할을 좀 거창한 이름으로 중계기라는 곳에서 한꺼번에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통신공학적 분류에서도 가정용 전화기를 CT-1, 얼마 전 망한 시티폰을 CT-2, 휴대전화로 통칭하는 PCS나 셀룰러폰 등을 CT-2.5 혹은 CT-3로 부른다.
여기서 CT-2와 CT-3를 구분하는 기준은 내가 A중계기 관할구역에서 B중계기 관할구역으로 이동했을 때 A에서 B로 신호를 넘겨주는(핸드오프) 기능이 있는가 없는가이다.
CT-2.5는 저속에서는 잘 넘어가는데 고속으로 이동시에는 넘겨주지 못하는 제품을 말한다(PCS의 초기 설계에는 이동속도가 40~60km 이하에서만 핸드오프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선은 무선의 인프라 물론 가정용 유선전화가 불필요하게 될 때 이동전화는 적어도 전화국 교환대에서 각 가정에 이르는 전화선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선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증대되면 한사람당 부여되는 대역폭(차가 다니는 차선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이게 좁아서 그랜저는 지나가지 못한다고 비유하면 어떨까?)이 줄어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좀더 고주파대역으로 기술을 개발하지만 이마저도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선은 남에게 간섭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유선이라는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셔틀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발달할수록 더 넓은 대역폭을 요구하게 되어 유선망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진다.
현재로서 무선+유선망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무선+위성망인데,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얼마 전 GMPCS를 표방하던 이리듐이나 글로벌스타가 천문학적 소요비용으로 도산한 것을 생각하면(그리고 대기권에 위성 설치도 한계가 있다) 향후의 발전방향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고효율을 내는 무선+유선망으로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이동통신, 무선인터넷, IMT-2000 등의 발달은 표면적으로 무선망을 급속히 확산시킬 뿐이다.
한꺼풀을 벗기면 이를 지지하기 위해서 광케이블로 대표되는 유선네트워크가 더욱더 필요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즉 무선은 이동성이 많은 이용자와 유선 광케이블을 잇는 셔틀버스 역할을 하는 것 뿐이다.
마이크로웨이브, WLL, LMDS 등등 하는 것들도 다 이 아류에 불과하다.
무선망의 발달은 1차적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업들에게는 돈이 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은 광케이블을 가진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하나로통신, 두루넷, GNG텔레콤 등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결국 광케이블을 가진 업체들은 서비스업자의 치열한 경쟁을 즐기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것이다.
물론 장비제공업체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통신사업자 구조조정에서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이 온세통신과 하나로통신, 파워콤에 군침을 흘리는 것도 다 이러한 맥락이다.
유선망은 궁극적으로 광케이블을 이용한 FTTH(Fiber To The Home), SONET(Synchronous Optical NETwork)으로 발전한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구리선의 ADSL(한국통신, 하나로통신)과 동축케이블망(두루넷, 하나로통신, 드림라인) 등 고속인터넷은 그때까지의 과도기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때가 되면 이들의 운명도 삐삐나 시티폰의 그것을 닮아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