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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펀드는 돌고 돈다
[펀드인사이드] 펀드는 돌고 돈다
  • 최상길(제로인펀드닥터부장)
  • 승인 2000.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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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이야기다.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어떤 과부가 증권사 직원에게 재산관리를 일임했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증권계좌를 살펴보고 까무러칠 뻔했다.
맡긴 재산은 반토막으로 끊어지고, 주식거래 수수료가 위탁재산의 절반을 넘어서는 게 아닌가. 끝내 법정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하는데, 그 결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 이야기다.
최근 1년 사이에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루에도 몇번씩 주식을 사고 파는 투자기법이 성행했다.
데이트레이더는 한종목을 하루에 열번 이상 사고 판다고 한다.
매매 수수료를 감안해 이익이 나면 주식을 판다고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면 손해를 피할 도리가 없다.
결국 증권사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 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이 펀드의 매매회전율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이미 연간 400%, 600% 등으로 회전율을 제한하고 있다.
회전율 400%면 샀다 팔았다를 세번 이상 되풀이할 수 없다.
투신사들이 과다한 매매로 부당한 수입을 챙기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투신사들은 이를 두고 ‘돌리기’라고 표현한다.
돌리기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도 하고, 개인 차원에서 특정 증권사에 약정을 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식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매매회전율 제한 조처에 펀드매니저들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자산 운용의 재량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기관투자가들이 그랬겠냐는 생각이 든다.
한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매매회전율을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는 투신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례적으로 회전율이 높은 펀드는 내부감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사이에 최고 10000%의 회전율을 기록한 펀드도 봤다고 귀띔했다.
기관투자가들이야 힘이 있으니 펀드의 매매회전율을 제한하는 등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있지만 일반투자자들은 회전율 자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투신사들이 고객에게 확인시켜주는 정보는 신탁재산 명세부 중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은 올해 초 펀드 공시 관련 규정을 준비하면서 공시대상에 매매회전율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운용사들이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안된다”며 강하게 반대해 회전율 공시 방안이 좌절되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펀드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믿을 만하니 안심하고 맡기라는 ‘투자신탁’의 기본원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투명성을 실천하는 것도 투신사요, 그 결과도 투신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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