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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광증폭기 핵심부품 국산화 눈앞
[비즈니스] 광증폭기 핵심부품 국산화 눈앞
  • 김상범 기자
  • 승인 2001.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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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코셋, 성능 테스트 거쳐… 외자유치 등 마무리 세계시장 노크 성남시 상대원동 SK 아파트형 공장 805호. 세계 최고의 광통신 기업을 꿈꾸는 병아리 벤처기업 코셋 www.coset.com 의 사무실 겸 공장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1999년 10월 설립돼 지금까지 제품 개발에만 매달려온 이 작은 벤처기업에 전에 없던 긴장감이 맴돈다.
각고 끝에 완성한 ‘첫 작품’의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성 테스트의 95%가 끝났고, 나머지 5%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디데이는 9월5일. 소리없는 카운트다운이 사무실과 공장 전체를 휘감고 있다.
코셋이 곧 선보일 제품은 ‘펌프 레이저 모듈’(PUMP LD, 이하 펌프모듈)이다.
광통신 관련 부품 가운데 ‘광증폭기’(EDFA)라는 것이 있다.
이 광증폭기도 다시 여러가지 부품들로 구성되는데 그 가운데 증폭기능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핵심부품이 바로 펌프 모듈로,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JDS유니페이스, 노텔, 루슨트 등 거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펌프 모듈 시장에 국내의 작은 벤처기업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셈이다.
펌프 모듈 전량 수입에 의존 광통신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광섬유에 빛(레이저)을 쏴 통신하는 기술이다.
굵은 구리선을 가닥가닥 꼬아 만든 동축 케이블에 전기신호를 보내 통신하는 것에 비해, 데이터 전송의 속도나 양이 수만배에 이르고 안정성 면에서도 획기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광통신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실용화되기 시작하면서 구리선 통신을 대체해왔고, 특히 인터넷의 확산과 멀티미디어 데이터 전송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광통신 기술은 전송매체로 광섬유, 광원으로는 반도체 레이저 또는 발광 다이오드가 사용되며, 광증폭기 등 각종 부품 기술들도 필요하다.
이 가운데 코셋이 주목한 것은 광증폭기다.
광증폭기는 광섬유를 흐르는 빛의 세기가 약해졌을 때 이를 다시 복원시켜주는 부품이다.
광섬유를 흐르는 빛도 50~100km 가면 신호의 세기가 약해지고 흐트러진다.
약해진 신호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광증폭기인 것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광통신에서는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증폭시킨 후 다시 빛으로 바꿔 쏘아주는 중계기를 50km마다 설치했죠. 그런데 이 중계기는 부피도 크고 가격도 엄청나게 비싼 거대한 시스템이었어요. 그러다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빛을 그대로 빛으로 증폭시켜주는 광증폭 기술이 등장했죠. 노트북 크기에 가격도 2천만원 정도여서, 지금 새로 설치하는 광통신망은 모두 광증폭기를 사용합니다.
” 코셋의 김태진(40) 연구소장은 광증폭기가 경제성이나 관리의 효율성을 10배 이상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줬다고 설명한다.
광증폭기도 여러가지 부품들이 모여 이루어지는데, 그 가운데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것이 펌프 모듈이다.
미국 광통신 부품 전문업체인 이테크다이나믹스도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했고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한국전기통신연구원 등이 개발에 나섰지만 양산 가능한 상용 제품 개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부품이다.
코셋은 바로 이 펌프 모듈에 도전했고, 2년여의 노력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펌프 모듈의 기술적 신뢰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물리적 충격이나 온도변화, 진동 등 적어도 11개 항목에 걸쳐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양산이 가능한 상용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제품은 9개 항목의 테스트를 통과했고 나머지 2개 항목도 결과가 곧 나올 예정입니다.
” 김태진 소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미국에서는 신제품을 개발하면 모든 신뢰도 테스트를 거쳐 검증작업이 완료된 후에야 공식 제품 발표를 합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에서는 실적위주의 연구개발이 많은 것 같습니다.
펌프 모듈도 이미 국내에서는 개발했다는 발표가 오래전에 있었지만 지금 어디서 제품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세계 최초에 대한 인플레가 너무 심해요. 과연 신뢰도 테스트를 거친 후 양산까지 간 광통신 기술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입니다.
” 김 소장은 이러한 발표위주의 기술개발로 인해 나중에 열심히 하려는 후발주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코셋이 신뢰도 테스트를 다 거친 후에야 공식 발표를 하겠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삼성 출신 벤처맨 의기투합 코셋이 설립된 것이 99년 10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펌프 모듈의 상용화 제품이 나오기까지 채 2년이 안 걸린 셈이지만, 실제 코셋의 펌프 모듈 개발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4년 삼성전자는 정보통신사업부 안에 새로 광통신소자 개발팀을 꾸리고 펌프 모듈을 비롯한 여러가지 광통신 부품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뒤 그동안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코닝사와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것이 무산되면서 펌프 모듈 개발이 주춤거리게 됐다.
이때 펌프 모듈 개발의 핵심 인력이었던 5명이 의기투합해 벤처의 꿈을 안고 딴 살림을 차린 것이 코셋이다.
결국 8년여의 개발 끝에 비로소 상용 제품이 탄생하게 것이다.
코셋은 처음 5명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어느새 20여명으로 개발자가 늘어났다.
특히 코셋은 상용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새 식구를 맞아들이게 돼 더욱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의 펌프 모듈 생산업체인 JDS유니페이스의 기술책임자였던 김태진 박사가 연구소장으로 영입된 것이다.
사실 영입이라기보다는 김 소장이 먼저 코셋의 문을 두드렸다.
코셋 임성은(38) 사장은 “올해 3월 세계 최대 광통신 컨퍼런스인 OFC에 전시업체로 참가했는데, 역시 전시회에 참가했던 김 박사가 우리 회사 소식을 듣고 직접 연락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내부 관리를 총책임질 CFO(최고재무관리 임원)도 최근 영입했습니다.
그동안 개발, 생산, 관리를 다 함께 신경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저는 외부 마케팅과 영업에만 신경쓸 수 있게 됐어요.” 임 사장은 천군만마를 얻은 데다 날개까지 단 것 같다며 웃음을 짓는다.
“한국에도 펌프 모듈 개발업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놀랐죠. 직접 코셋을 방문해 생산시설과 기술을 살펴보니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다음엔 망설일 필요가 없었죠.” 김태진 연구소장은 주저없이 보따리를 쌌다고 말한다.
코셋은 새로운 인재 영입과 함께 곧 대규모 외자유치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협상 막바지여서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제품의 공식 발표 시점에는 투자유치 결과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 임 사장은 투자를 유치하면 현재 월 1천개 생산 규모인 생산시설을 대폭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펌프 모듈의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16억달러(약 2조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광증폭기의 상용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된 게 4~5년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셈이다.
시장 규모는 2003년에는 25억달러, 2005년에는 8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광산업진흥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올해 150억원, 2004년에 9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증폭기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3년 뒤 1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펌프 모듈은 한 개에 150만원 하는 고부가가치 부품입니다.
하이테크 제품이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높지요.” 임 사장은 전체 매출 가운데 7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국내 시장은 어차피 좁은 국토면적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 출시가 곧 바로 매출과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시장에는 유명 해외업체들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이 이들과 브랜드 싸움을 벌이기는 힘겨운 일이다.
“기술력에 대해 검증을 받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핵심 멤버들의 역량이나 기술력은 자랑할 만합니다.
여기에 가격경쟁력을 보탠다면 조금씩 시장을 개척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광증폭기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 작업은 시작됐고, 소량이지만 제품출하도 하고 있어요. 그동안 기술개발에 힘써왔다면, 이제 밖으로 알리고 영업에 신경을 써야죠.” 임 사장의 각오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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