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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전화요금 원가 공개한다
[포커스] 전화요금 원가 공개한다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1.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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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회계제도 개편. 정보공개 청구 때는 밝힐 방침
정보통신부 www.mic.go.kr가 통신사업자들의 회계제도를 개편해, 그동안 비밀에 부쳐졌던 통신서비스 이용요금 원가를 투명하게 검증하고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정통부는 최근 내놓은 ‘전기통신사업 회계제도 개편안’에서 “통신요금설정 및 상호접속료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서비스별로 회계를 분리하고 통신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기업자산을 엄격히 분리하게 하는 등 회계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통부 관계자는 “개편된 회계제도에 따라 산정되는 올해 통신서비스별 원가보상률을 민간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경우 공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원가보상률은 생산원가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므로, 개별 통신서비스 요금이 비싼지 아닌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정통부의 이런 방침은 지금까지의 비공개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시내전화, 이동전화 등 통신서비스들의 요금산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해 소비자들이 터무니없는 값을 물고 있다며 이들의 원가공개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매년 3월 각 통신사업자의 영업보고서를 통해 원가정보를 보고받는 정통부는 각 회사의 영업비밀이 될 수 있다며 줄곧 공개를 거부해왔다.
이번 회계제도 개편안을 뜯어보면 △통신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감가상각비를 임의로 산정하지 못하도록 설비별로 내용연수를 통일시켜 사업자간 비교가 가능하게 하고 △초고속인터넷, IMT-2000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한 원가도 파악할 수 있도록 회계분리 단위로 만들고 △그동안 원가 불투명성의 원인이 됐던 판촉비에 대해 필요한 경우 정통부장관이 원가로 인정되는 범위의 상한선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원가산정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에 원가보상률 공개가 겹쳐진다면 통신서비스 사용자들은 요금수준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명쾌하게 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이동전화요금 인하, 시내전화요금 인상반대 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들도 공개방침 자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YMCA 김종남 간사는 “원가보상률 검증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자칫 높은 통신요금을 정당화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통부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과거의 원가검증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개정 회계제도를 적용받은 올해 영업결과부터만 공개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아 보인다.
자연히 개정 회계제도가 소비자보다는 시내전화요금 인상반대에 부닥친 한국통신이나 요금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SK텔레콤의 입맛에 맞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따라나온다.
정통부 관계자도 “한국통신이나 SK텔레콤은 회계처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개정이 두 회사를 기준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요금인상 합리화 근거로 악용될 수도 개정 제도에 따라 한국통신의 각 부문별 원가보상률을 비교한 결과 통념처럼 시내전화 쪽 보상률이 다른 쪽보다 낮게 나타날 경우, 이는 시내전화요금 인상을 합리화하는 논거로 이용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이동전화업체들의 상호접속료가 늘어나는 등 다른 업체들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전화의 경우에도 SK텔레콤의 원가보상률이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크게 높을 경우 ‘후발주자 보호를 통한 경쟁유지’를 명분으로 SK텔레콤의 높은 요금수준이 정당화될 수 있다.
정통부는 뒤이어 현재 인가제인 시내전화요금을 상한선만 두고 자율화하고, SK텔레콤의 이동전화요금도 조만간 신고제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결국 이제까지 확보해둔 원가를 먼저 공개하는 것이 우려를 불식시키는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신요금 문제는 통신사업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4천만 소비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일단 ‘투명화’의 깃발을 든 정통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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