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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성공사례] 멕시오 커뮤니케이션
[해외투자 성공사례] 멕시오 커뮤니케이션
  • 이정환
  • 승인 2001.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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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스코의 먹이”
“AT&T는 5년 안에 망한다.
유선전화는 결국 무료로 전환될 것이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통합될 것이다.

99년 초 시스코시스템스 존 체임버스 회장의 이런 예언을 주기현 당시 현대전자 미국사업본부장은 흘려 듣지 않았다.
세계 네트워크 장비 1위 업체인 시스코가 전화사업에까지 손을 뻗치려고 한다고 본 것이다.
관련 기술이 없는 시스코로서는 그들의 특기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이 사업을 할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고심끝에 시스코의 ‘사냥감’이 한번 돼보자고 결심했다.

그는 서둘러 사업계획서를 준비했고 투자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콧대 높은 미국 벤처캐피털은 쉽게 만나주지 않았다.
덜렁 사업계획서 한장뿐 성장성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실적도 없었다.
게다가 CEO(최고경영자)도 한국인이다.
‘M&A를 위한 사업 모델’이라는 선정적 문구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LG벤처투자 이희규 상무를 떠올렸고 곧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 상무는 흔쾌히 투자를 결정했고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그날로 현대전자에 사표를 내고 다음날부터 그는 주 사장으로 불리게 됐다.
미국 새너제이에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때가 99년 10월. 1년이 조금 지난 지난해 12월14일 시스코는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을 1억5천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50만달러를 투자한 LG벤처투자는 1년 만에 1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투자수익률은 무려 2000%에 이른다.
“처음부터 M&A를 목표로 만든 사업모델이었다.
시스코가 사주지 않았으면 다소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일단 주 사장의 경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 이 상무의 얘기다.
투자포인트1 사업모델 휴대전화도 인터넷에 통합 AT&T가 망한다? 존 체임버스 회장이 구상한 모델은 간단했다.
모든 전화 회선망을 인터넷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유선전화는 물론이고 무선전화까지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별도로 교환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실제로 AT&T나 한국통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선 시스코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지역 서비스에 주력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한 건물에 한대의 교환기만 설치해두면 건물 안에의 모든 휴대전화가 인터넷 환경에 놓이게 된다.
건물 안에서 서로 휴대전화 통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 어디에서든 상대방의 전화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면 무료로 전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두사람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다면 일반 전화망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 전화시장에서는 기업 고객이 개인 고객보다 훨씬 크다.
기업 고객을 잡으면 전화시장의 판도를 뒤집어놓을 수 있다는 계산을 존 체임버스 회장은 했던 것이다.
주 사장은 시스코의 이런 사업모델에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나 GSM(유럽형 이동통신표준) 등의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시스코가 생각하는 무선인터넷 전화가 실현되려면 CDMA 단말기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술, GSM 단말기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술 등이 필요했던 것이다.
주 사장은 현대전자 CDMA 교환기 사업 부문에서 다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CDMA 단말기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투자포인트2 수익모델 시스코에 팔아치운다 시스코는 지난 한해에만 20여개의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시스코의 인수합병에 대한 욕심은 유별나다.
한때 수십억달러 규모의 스위치 사업에 진출했고 한동안은 광통신장비 업체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다가 최근에는 무선 통신 쪽으로 관심을 옮겼다.
주기현 사장은 시스코가 무선인터넷폰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다.
최근에 진행된 제트셀이나 아이피모바일의 인수합병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줬다.
제트셀은 GSM 방식 교환기에 대한 기술이 있었고 아이피모바일은 무선전화와 인터넷 사이의 데이터 교환에 관련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었다.
제트셀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은 CDMA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시스코가 사업을 확장해나가려면 엑시오커뮤니케이션에 손을 뻗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주 사장의 판단이었다.
제트셀이 2억5천만달러, 아이피모바일이 4억5천만달러에 팔렸으므로 최소한 2억달러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그는 계산했다.
투자포인트3 투자위험 시스코가 안 사주면? 만약 시스코가 인수합병을 할 의사가 없다면?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의 사업모델은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LG벤처투자 이희규 상무도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감지하고 있었다.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은 우선 독자적 수익모델이 없다.
그렇다고 기술력 또한 특별히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수합병이 안된다면 기업의 존폐가 위험하게 될 수도 있다.
” 실제로 시스코에서는 내부적으로 잡음이 많았다.
우선 먼저 시스코의 가족이 된 제트셀의 반발이 심했다.
주 사장은 미처 놓치고 있었지만 제트셀은 처음부터 GSM은 물론 CDMA 기술까지 독점 공급하기로 계약이 돼 있었던 것이다.
CEO가 한국인이라는 데서 오는 거부감도 있었다.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의 운명을 놓고 시스코에서는 이처럼 아슬아슬한 논쟁이 오가고 있었다.
투자포인트4 경영진 사업경험 많은 M&A 전문가 LG벤처투자는 이렇게 위험한 회사에 어떻게 선뜻 50만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을까. 이 상무는 “아이템은 분명하지만 분명히 위험한 사업모델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시스코뿐만 아니라 노텔 등도 인수 의사를 보였고 무엇보다도 주 사장의 오랜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믿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기현 사장은 AT&T 컨설턴트를 거쳐 현대전자 미국 사업본부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맡아왔다.
미국 각지에 튼튼한 인맥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 사장은 평소 “가진 것이라고는 기술밖에 없는 기업들이 나스닥에 올라가기는 어렵다”며 “벤처기업의 기술력과 대기업의 자본이 결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지론을 펴왔다.
예상 가격보다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시스코는 결국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을 사들였다.
주 사장을 비롯한 38명의 직원과 투자자들은 돈방석에 올라앉게 됐다.
주 사장은 일단 시스코의 한 사업파트를 맡게 된다.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의 성공사례는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엑시오커뮤니케이션만한 기술력을 갖춘 업체는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만약 이 회사가 새너제이가 아니라 국내에 있었을 경우 시스코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1년 만에 2000%의 수익을 올리고 1억5천만달러에 팔릴 수 있었을까.
미국 시장 흐름을 잡아라 LG벤처투자 이희규 상무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의 인수·합병은 한편의 깔끔한 드라마를 연상하게 했다. 어차피 국내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과 정면대결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표준 경쟁에 나섰던 일본 기업들도 모두 쓰러지지 않았던가. 기술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시장 판단과 순발력이다. 밑그림은 미국이 그리고 제품화에 필요한 기술은 한국이 만들고 최종적으로 제품은 중국이 만드는 식의 분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살아남는 길은 미국 시장의 흐름을 발빠르게 따라잡아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좁은 시장에 갇혀 있으면 유행에 휩쓸리기 쉽다. 항상 큰 시장, 이를테면 미국을 주목하고 시장이 원하는 기술이 무엇인지를 계속 찾아야 한다. M&A도 투자회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도 이제 좀더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미국 시장의 흐름에 둔감하고서는 수익은 고사하고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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