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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안철수연구소 생존을 건 실험
[특집] 안철수연구소 생존을 건 실험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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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등록 발판… 통합보안회사 깃발들고 세계무대 진출 승부수 띄워
“새로운 황제주 안철수연구소를 잡아라.”
안철수연구소가 9월14일 드디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아직 코스닥에 올라 있지 않다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안철수연구소의 이름값은 대단하다.
코스닥 등록도 하기 전에 이미 황제주가 된 듯한 분위기다.
공모주 청약 결과만 봐도 이런 분위기는 분명하다.
주간사 회사인 미래에셋은 안철수연구소의 주당 공모가격을 2만3천원으로 결정했다.
액면가인 500원에 견주면 46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기업의 실제성과 지표만으로 측정한 본질가치(1만415원)에 비해서도 2배가 넘는다.


하지만 공모주 청약 결과는 이런 평가도 넘어선다.
지난 8월21일과 22일에 있었던 안철수연구소의 공모주 청약에는 무려 1조475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도 447.08 대 1이었다.
경쟁률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개인투자자의 경우 1억원을 청약금으로 내걸어야 고작 20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기관투자가들도 마찬가지다.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두달간의 보호예수를 내걸기도 했다.
코스닥 등록 후 두달 동안 안철수연구소의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것은 적어도 두달 동안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안철수연구소가 공모로 확보하게 될 자금 규모는 440억원에 달한다.
이 모두가 올해 들어 코스닥에서 처음 있는 기록과 수치들이다.
지난해 벤처 붐이 한창일 때는 흔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벤처 업계와 코스닥시장이 싸늘해진 이후 올해 들어선 처음있는 ‘사건’이었다.
가히 ‘안철수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이번 ‘사건’의 배경엔 여러가지 기대심리가 깔려 있다.
한동안 투자자들로 하여금 코스닥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할 만한 회사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도 원인이다.
보안산업이 새로운 유망 분야로 떠오른 지 꽤 됐는데도 현재 코스닥엔 변변한 보안회사가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출액으로나 기술력으로나 명실상부한 대표 보안기업인 안철수연구소가 코스닥에 입성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했다.
안철수연구소보다 조금 앞서 코스닥에 등록한 또다른 보안기업 시큐어소프트가 등록 이후 연일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예감이 좋았다.
‘안철수’라는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다.
정직과 신뢰를 최고의 원칙으로 삼는 기업인이라는 이미지가 이번 공모주 청약 붐을 더욱 부추겼다.
이런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기업이 상반기 실적에서도 매출액 121억원, 순이익 51억원의 성과를 거뒀으니, 기대를 한번 가져볼 만했다.
지난해 숱한 벤처들이 희망을 흩뿌리며 산화해갔지만, 설마하니 이런 기업까지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겠느냐는 믿음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돈을 움직였다.
공모 자금 440억 달해 안철수연구소의 입장에선 이런 붐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거품론에 휩싸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 수준이 아니다.
현재 안철수연구소는 안철수 사장의 표현대로 ‘생존이 걸린’ 실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안철수연구소가 지금 4가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백신회사에서 통합보안회사로, 작은 조직에서 큰 조직으로, 로컬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미등록기업에서 등록기업으로 한꺼번에 변화가 밀려왔다.
” 이 네가지 변화는 서로 정교하게 얽혀 있어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하거나 제쳐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꺼번에 이 모든 변화와 도전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안철수 신드롬’은 결국 상처뿐인 영광으로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안철수연구소에게 지금이 진정한 시련의 출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철수연구소가 이루어내야 할 변신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통합보안회사와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는 안철수연구소가 ‘영혼을 가진 영속적인 기업’으로 계속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변신이고, 이런 변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코스닥 등록도, 조직확대도 필요했다.
현재 안철수연구소의 매출에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89.2%다.
아직도 시장에선 백신회사로 알려져 있는 게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인식은 안철수연구소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국내 바이러스 백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근접해 있다.
안철수연구소 내부에서도 “바이러스 백신 시장은 적어도 2002년이면 정점에 이르게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가 지난해 6월부터 ‘통합보안회사’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나선 것도 이런 판단에서였다.
인터넷이 회사 업무와 생활 속에 자리잡으면서 외산 바이러스가 신종 바이러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외국 업체와의 국내 백신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97년 맥아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을 때, 외국 백신회사들이 모두 보안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가 갈 길이 보안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왔다.
98년 PC 보안제품인 앤디를 개발한 것이 그 시작이었고, 99년 보안관제회사인 코코넛을 세우면서 ‘수평적 네트워크 모델’에 기반한 통합보안회사의 그림을 완성하게 되었다.
” 안 사장이 강조하는 통합보안회사로의 흐름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거론돼왔다.
보안분야가 갈수록 복잡해져 한 회사가 보안에 관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제공해주기를 고객들이 바란다는 요구 때문이다.
안철수연구소가 그리는 통합보안회사의 모습은 다소 특이하다.
‘통합’이라면 한 회사가 모든 솔루션을 완전히 다 갖추고, 그때그때 고객의 수요에 맞춰 제공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수직적으로 한 회사 안에 모든 솔루션을 구비한 형태다.
현재 시큐어소프트가 지향하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연구소가 그리는 통합보안회사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안철수연구소는 중심에서 핵심 코어기술을 제공하고, 이 코어기술을 이용해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응용제품을 만들고 부가서비스를 덧붙여 판매하는 전략적 파트너 회사들이 존재해야 한다.
결국 나 홀로 통합이 아니라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통합인 것이다.
99년부터 안철수연구소는 이런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코코넛, 아델리눅스, IA시큐리티, 자무스, 인포섹 등이 큰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네트워크 기업들에 대해서는 직접 일정 지분을 보유한다.
(그림1 참조) 그러면서도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가능하면 합작형태를 취한다.
코어기술을 보유한 업체라고 생각하면 아예 인수해버린다.
안철수식 수평적 네트워크의 모습은 이런 것이다.
물론 네트워크를 조율하고 리드해가는 것은 안철수연구소의 몫이다.
통합 보안컨설팅이 안철수연구소의 중요한 비즈니스 영역이 되는 건 이런 네트워크 속에서다.
“이미 많은 보안회사들이 진입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가 잘 하는 백신과 꼭 필요한 핵심 기반기술을 제공하는 보안솔루션 ‘개발’회사가 안철수연구소의 위상이다.
일종의 핵심엔진 역할이다.
이런 모델을 끌어가려면 최종고객을 직접 상대하던 것과는 달리 각 보안회사들과의 관계 조율 등도 중요하다.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영업 능력, 마케팅 기획 능력, 서베이 능력 등이 요구된다.
그래야 회사들을 리드해가면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 안 사장은 안철수연구소가 지향하는 모습이 이전의 단순한 판매 형태 비즈니스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안철수연구소가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엔진은 백신, 네트워크 보안, PKI(공개키기반구조) 암호화 기술 분야다.
그러나 이런 엔진 판매형 비즈니스 모델은 어느 순간 또 벽에 부딪칠지 모를 일이다.
국내시장이 좁을 뿐 아니라, 매출을 늘려가는 데 한계가 있다.
공개기업으로서 매출 성장에 대한 압력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획기적인 자체 보안솔루션이다.
적절한 시점에서는 시장을 선도할 토털 솔루션 완제품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신인 ‘V3’와 PC보안 소프트웨어인 ‘앤디’를 개인용 통합보안 솔루션으로 합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다는 전략도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보안회사들과 패밀리 구성 또다른 과제는 해외진출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국내에서나 해당되는 말이다.
해외에서 안철수연구소의 브랜드는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런 만큼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안철수연구소는 이미 일본과 중국, 동남아에 진출했고, 그 가운데 일본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보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역별도 주력 브랜드를 달리 가져가는 전략도 구사한다.
일본에서는 앤디, 중국에서는 V3를 내세웠다.
일본에서는 PC 보안제품인 앤디에 대한 반응이 좋아, 1차 선적분 5천본을 모두 판매하고 2차 선적을 준비중이다.
지난 6월에는 백신제품인 V3가 중국 공안부로부터 인증을 받아 중국 진출의 물꼬를 텄다.
“일본에는 이미 채널 구축을 완성했다.
마케팅에 좀더 박차를 가하면 될 것 같다.
일본인들의 특성에 앤디가 잘 맞는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만 하다.
중국은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는 게 과제다.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고 상거래 관습도 우리와 달라 접근이 까다롭다.
그러나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한번 들어가면 높은 진입장벽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황효현 부장은 초반에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것이 해외진출 전략이었는데, 지금은 폭을 넓히는 과제를 풀고 있다고 말한다.
안 사장도 공모를 통해 들어온 자금을 글로벌 기업화를 위한 해외 마케팅에 쓸 계획이라고 이야기한다.
초반의 보수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해외에 자회사나 조인트벤처 망을 확장하는 게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안철수연구소의 눈앞에 닥친 4가지 변화는 안철수연구소가 최초로 벌이는 실험과도 같다.
백신회사 안철수연구소가 ‘컴퓨터 의사 안철수’의 이미지를 사업화한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부터 나아가고자 하는 통합보안회사, 글로벌 기업은 브랜드의 힘만으로 끌고 가기엔 버겁다.
지금 가고자 하는 그림이 잘못된 그림일 수도 있다.
아직 그림만 완성된 상태일 뿐 결과를 얘기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게다가 이전엔 안 사장의 ‘도덕적 경영, 정직의 원칙’에 박수치던 사람들이 투자자로서는 어떻게 돌변할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에 똑같은 사실을 두고 다른 회사에 비해 다섯배 이상 주가가 내려가거나 오르게 될 우려가 있다.
회사 입장에선 그런 것들이 정말 부담스럽다.
” 영업을 담당하는 한상학 부사장은 코스닥 등록 이후 안철수연구소가 겪게 될 위험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대표적 IT 벤처인 안철수연구소가 한번 나락의 길로 빠지게 되었을 때 벤처 업계 전체가 안게 될 타격은 엄청나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그러나 우려가 크다는 것은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실이라는 핑계로 원칙을 저버리지 않는 진정한 성공 벤처가 되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기업이 글로벌한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기를, 특히 ‘벤처’라는 희망의 이름으로 그런 경쟁력을 확보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공모주 청약에 몰린 1조4751억원에는 이런 꿈이 담겨 있다.
‘안철수 신드롬’이 최대의 적
장교 출신인 안철수 사장은 지금도 예비군 교육을 받고 있다.
예비군 교육장에서도 그는 교육생이 아니라 강사가 된다.
어쩔 수 없이 컴퓨터 바이러스 강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모처럼만에 가족과 외식을 나가도 식당 아줌마들까지 사인해달라고 조른다.
스스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안철수 사장은 정보기술(IT) 업계를 넘어 전 국민의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소프트웨어 벤처 1세대에 속하지만, 88년에 첫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 95년에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기 전까지 안철수 사장은 언더그라운드의 유명인 정도였다.
대중에게는 이름보다 ‘V3’가 더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안철수란 이름이 좀더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회사 이름에 안철수를 넣으면서부터였다.
정보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 역기능의 대표격인 컴퓨터 바이러스 역시 급증했고, 바이러스 백신 V3 앞에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95년 이후 인터넷까지 가세해 정보화를 더욱 재촉하면서, 안철수는 더 빨리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직 의사라는 것이 안철수라는 이름에 흥미로움을 더해줬다.
안철수 사장이 유명인을 넘어 스타가 된 것은 ‘100억원 거절’ 이야기가 알려지면서부터다.
IMF 구제금융 사태로 온 나라가 힘겨워하던 시절, 수익도 보잘것없는 회사를 100억원에 팔라는 해외 유명 기업의 제안을 그가 단칼에 거절했다는 얘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더구나 한글과컴퓨터의 몰락과 함께 빛이 바랜 왕년의 최고 IT 스타 ‘이찬진’을 대체할 새로운 스타가 필요했던 상황이어서, 토종 스타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져 있던 상황이었다.
도덕경영, 원칙경영에 대한 안철수연구소의 의도적인 마케팅 전략까지 가세해 안철수는 걷잡을 수 없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공개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안철수 사장에게는 ‘안철수 신드롬’이 최대의 적이다.
안철수 신드롬의 요체인 도덕경영, 원칙경영은 안철수연구소의 조그만 잘못도 침소봉대하게 만드는 원천이 될 수 있다.
도덕경영보다는 돈을 버는 경영, 원칙경영보다는 유연한 경영이 CEO가 칭찬받게 되는, 더 큰 덕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상범 기자 ksb2004@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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