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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EO 안철수의 고민
2. CEO 안철수의 고민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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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의존도 너무 높아 고민” 일관된 경영철학 신뢰도 높여… 주가에 연연하지 않고 핵심역량 강화에 전념할 터 안철수 사장은 1989년 단국대 강단에 섰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
세상에서 가진 재주라고는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재미있는 걸 하면서 돈까지 받는다니 그보다 더 신나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천상 공부만 하고 살았을지 모르는 사람이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장으로서 만천하에 자신의 경영능력을 공개하는 시점에 이르게 됐다.
코스닥과 거래소를 통틀어 사람의 이름이 온전히 다 들어간 기업이 등록되는 경우는 처음일 정도로 ‘안철수’라는 이름에는 엄청난 브랜드 가치와 부담감이 함께 실려 있다.
스스로 경영자로서는 50점짜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안 사장의 경영방식에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기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통합보안회사로의 전환을 일찍부터 준비해온 것 같다.
= 97년 맥아피(현재 NAI)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을 때부터 보안회사로의 전환을 고민해왔고, 99년 코코넛을 세우면서 수평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통합보안회사에 대한 그림을 완성했다.
수평적 네트워크는 시장의 요구는 있는데 거기에 부응하기엔 시간이나 핵심역량이 부족할 때 선택하는 모델이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솔루션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조건 폭을 넓힐 수 없었다.
앞으로 3년 안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국내에서도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절박한 상태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래서 백신, 네트워크 보안, PKI 응용기술로 우리 핵심역량을 집중하기로 하고 여기에 맞춰 최고기술경영자(CTO)도 각각 세분을 모셨다.
그밖의 분야는 어떤 회사와도 함께 갈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가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그래서 통합보안회사로 변신이 중요하다.
글로벌로 진출해 나가는 데에도 백신으로는 안 된다.
백신시장은 이미 많이 성숙돼 있어서 끼어들 틈이 없다.
백신시장에서 1등하는 것이 보안시장에서 1등하는 것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
통합보안회사라는 틀 안에서는 1등으로 가는 분야를 찾을 수도 있다.
특히 미국 시만텍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가장 유사하다.
글로벌 진출은 늦지 않았고, 생각보다 쉽게 풀리고 있다.
국내 1위 업체면 해외에서도 이야기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제까지 안철수연구소는 ‘안철수’라는 브랜드에 너무 많이 의존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이렇게 ‘안철수’라는 이름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CEO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해왔는데 오히려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고민이다.
이 문제는 나에게 남은 숙제다.
안철수 없는 안철수연구소가 영속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등록 이후 적절한 시점에 회사 이름에서 성만 남기더라도 이름은 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된 지 14년째인데 어떤 기폭제로 갑자기 ‘뜬’ 게 아니라 꾸준히 조금씩 인지도가 높아져왔다.
백신으로 이름만 알려지다가 95년 회사를 세우면서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해 98년 맥아피 인수제의 거부, <성공시대>라는 방송 출연, 99년 CIH바이러스 등을 통해 한단계식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한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인 것이 좋게 보인 것 같다.
- 코스닥 상장 이후 안철수연구소가 겪게 될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 경영의 투명성 문제와 같은 것은 어렵지 않다.
단기적으로 회사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
이제까지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주가는 내 제어능력 바깥의 문제다.
주가에 대해선 신경을 끌 계획이다.
돈은 일을 잘 하면 따라오는 거다.
주가관리를 위해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직원들이 동요하게 되는 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과 운명공동체가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가치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치관이 달라 회사를 나가야 한다면 그런 사람들을 걸러내는 과정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경영하면서 가장 뼈아픈 실수, 가장 힘든 때는 언제였나. =좀더 빨리 보안쪽으로 진입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봤자 한 6개월 정도의 시간인데 그게 그렇게 아쉽다.
지난해 중반부터는 보안회사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어야 했다.
경험과 실수, 실패를 많이 해야 내 경영능력도 강화될 텐데, 이제는 그것도 더 어려워질 것 같다.
매 순간순간이 어렵고 힘들다.
고민할 때마다 수명이 한 20년은 단축되는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옳다고 봐도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본 결정들이 많았다.
맥아피 인수제의 거부나 인터넷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것, 코스닥 등록을 남들이 할 때 하지 않은 것들이 다 그렇다.
그러나 그 덕분에 모두 큰 손해를 피할 수 있었다.
가장 힘든 고민은 역시 사람과 관련한 고민을 할 때다.
조직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조직이 커지다 보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진다.
-가장 큰 보람은 언제였나.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보람을 기대하는가. =지난해 매출액 100억원을 처음 돌파했을 때다.
처음 회사를 세울 때 내가 그런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을까 했는데 진짜 그 순간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해외조직이 제대로 매출과 순익을 내고, 앞으로 만들 보안솔루션이 백신만큼 호응을 얻게 되면 그때가 가장 기쁠 것 같다.
-벤치마킹하는 기업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 =시만텍을 보면서 그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 큰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옛날에는 세계 최고의 회사들이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것으로만 보였는데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비슷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그들이 누린 좋은 조건이 너무 부럽게 느껴지곤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을 보면 배우고 싶은 게 많다.
자산이나 영향력 같은 게 아니라 그들의 영속성, 글로벌 경쟁력, 조직화된 능력이 부럽다.
안철수연구소도 그런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본 안철수| 박흥호 나모인터랙티브 이사 자기를 관리할 줄 아는 진정한 프로 안철수 사장은 사람을 깊게 사귀는 탓에 교제범위가 넓지 않은 나에게는 많지 않은 친구의 한사람이자 존경하는 선배다. 그는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강한 의지와 원칙을 토로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CEO 중 한사람일 것이다. “진정한 힘은 자기 내면의 엄정한 기준에서 나온다”는 그의 철학은 같은 경영자의 길을 가고 있는 나를 깊은 감동으로 독려하는 힘이 되곤 한다. 안철수 사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정도를 가려고 하는 그의 확고한 노력일 것이다. 전술적인 아이디어들도 많지만 결코 원칙의 선을 넘지 않는다. 때로는 그것이 본인에게 피해로 다가오는 경우에도 차분하게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위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살아나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나온 자서전의 한귀퉁이에 담긴, 마치 잠언 같은 이 구절은 인생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보게 한다. 항상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다른 사람들 같으면 고단하게 느낄 때도 있을 것이고 잠시 나태해지거나 교만해질 수 있을 텐데도 언제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진지하게 자기를 관리할 줄 아는 안철수 사장의 모습은 분명 참된 프로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으로도 그 변치 않는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본 안철수| 박태웅 자무스 대표 소소한 약속도 어김없이 지켜 “본과 때였습니다. 워낙 의대 공부가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잖아요, 백신은 개발해야겠는데 딴짓 하느라 성적이 나쁘다라는 말은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했어요. 남들 공부하는 새벽 3시까지는 의대 공부만 한다, 그러나 3시부터 그 뒷시간은 내 자유다. 그래서 매일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나는 나중에 김현숙(현 안철수연구소 마케팅 담당 이사)씨의 사후보고를 받고 그 사실을 알았다. 월급은 일단 줘야 하니까, 김현숙씨가 친지에게 돈을 빌려 월급을 줬다는 거였다. 나는 처음으로 그 사람을 책망했다….” 앞의 것은 안 박사에게 직접 들은 말이고, 뒤의 것은 그가 최근에 펴낸 라는 책에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그의 전체를 말하기는 어렵고, 그저 본 대로 말을 하자면 그는 보기 드물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뱉은 말, 자신이 맡은 일은 반드시 한다. 그의 책에서 다시 한구절. “어떤 사람과 약속을 지키는 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되물었다. ‘말도 안 돼요. 소소한 것은 회사 사정 때문에 몇번 어겼을 것이 아니에요.’ 나는 대답했다. ‘그런 적 없는데요.’” 그는 그의 책처럼 영혼으로 이끄는 리더다. 김현숙씨는 아직 그와 함께 있고, 안철수연구소의 이직률은 창업 이래 지금까지 한자릿수를 밑돈다. 그는 “동료와 같은 CEO이고 싶다”라고 했다. 글쎄, 동료라고 하기에는 존경을 지나치게 받고 있기는 하지만 직원들이 그를 누구보다도 전폭적으로 믿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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