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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캐릭터 비즈니스 전문가 곽은경
[나는프로] 캐릭터 비즈니스 전문가 곽은경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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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숨결 불어넣는 승부사
상업용 캐릭터의 원조는 미키 마우스다.
1928년 월트 디즈니가 만든 세계 최초의 유성 만화영화 <증기선 윌리호>가 흥행에 성공하자, 주인공인 미키가 봉제업자에게 팔렸다.
당시 봉제업자가 미키를 인형으로 만들어 판 게 캐릭터 상품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50년에는 찰스 슐츠의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라는 만화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것도 세계적 캐릭터로 성장했다.


미키 마우스나 스누피가 영화사와 만화 제작자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 비결은 어디 있었을까. 조금은 독특하고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개성있는 캐릭터로 우선 눈길을 끌었고, 그것을 마냥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뒤 70년이 넘도록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혐오동물일 수도 있는 쥐를 친근하고 장난기 어린 사람처럼 만들어 그것을 돈으로 연결시킨 데는 ‘캐릭터 비즈니스 전문가’가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직업 이름은 최근에야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70년 전에도 호칭은 달랐어도 같은 일을 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캐릭터파크 www.cpark.co.kr 곽은경(28) 사장은 콘텐츠 기획에서부터 캐릭터 개발, 홍보, 마케팅, 라이선스 전략, 제조, 유통의 전 과정을 한 줄로 엮어주는 캐릭터 비즈니스 전문가다.
캐릭터가 큰 돈이 될 수 있게 컨설팅 해주는 사람이라고 할까.

그는 게임이나 만화, 영화 같은 콘텐츠 비즈니스는 ‘소모품’이라고 단언한다.
보고 나면 끝이라는 얘기다.
그것을 또다른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캐릭터 산업이 더욱 강력한 부가산업이라는 것이다.
‘콘텐츠가 곧 캐릭터 비즈니스’라는 등식에 그는 강력히 제동을 건다.
둘 사이에 연계성은 있지만, 둘은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시장 성공을 위한 도우미 “캐릭터 비즈니스는 원래 소스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익모델을 만들지만, 콘텐츠와 같은 뜻은 아닙니다.
콘텐츠를 기획·개발·완성하는 프로세스와, 콘텐츠를 캐릭터화하고 비즈니스화해 수익을 거두는 과정은 별개죠.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영화는 그 자체 그대로 콘텐츠일 뿐입니다.
콘텐츠는 소비자가 보고 즐기고 만족하면 그만인 소모품이라, 투자 대비 회수를 따지기엔 역부족입니다.
” 하지만 캐릭터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콘텐츠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에 비해 그것을 캐릭터화한 비즈니스에서 거두는 수익이 수십배에 달할 정도로 크다.
디즈니 역시 만화영화를 통한 수익보다 캐릭터 상품 판매와, 디즈니랜드라는 테마파크 사업으로 올린 수익이 더 많다.
콘텐츠 사업의 수익모델 가운데 캐릭터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곽은경 사장은 캐릭터 비즈니스 전략을 디자인해 황금알을 낳게 도와주는 ‘캐릭터 성공 도우미’다.
캐릭터 비즈니스는 쓸 만한 캐릭터를 발굴한 뒤 저작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품화하거나, 광고 프로모션 사용권을 승인하고, 출판물을 내는 등의 비즈니스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니까 캐릭터 비즈니스에서 캐릭터란 ‘수익을 낼 가치가 있는, 콘텐츠 안의 어떤 대상’을 의미하게 된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만든 사람은 그 주인공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팔 수 있다고만 생각합니다.
제조업체는 캐릭터 판권을 따내 상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캐릭터 비즈니스를 한다고 말하고요. 판권 대행업체는 미디어·홍보·마케팅 전략 없이 업자에게 판권만 팔면 캐릭터 비즈니스는 끝난다고 생각하죠. 모두들 장님이에요. 다리나 꼬리, 몸통만 만져보고 코끼리라고 말하는 꼴이죠.” 이런 사고방식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캐릭터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곽 사장은 캐릭터 비즈니스를 두고 ‘뜨면 대박’이라느니, ‘잘 하면 한탕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세태에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캐릭터 비즈니스만큼 장기전략이 필요한 사업이 없다는 주장이다.
디즈니가 7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잘 해서 ‘한껀’한 게 아니라, 체계적 이미지 관리와 지속적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콘텐츠로 캐릭터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큰 수익을 낸 업체가 거의 없는 것은 “철저한 기획 없이 무작정 캐릭터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국을 휩쓴 캐릭터는 거의 다 외국 것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이 만든 ‘바이오캅 윙고’나 심형래의 제로나인이 만든 ‘용가리’가 세상을 흔들 듯했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까닭은 캐릭터 비즈니스를 체계적으로 펼치지 못한 데 있다고 그는 못박았다.
콘텐츠 속에서 높은 상품성 찾아내야 곽은경 사장은 원래 러시아어를 전공한 어문학도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이었지만, 그는 러시아어 공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원래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 4년 동안 배운 것들을 다 털어버리고, 디자인 업체에서 사회 첫발을 뗐다.
우선 매스노밸리라는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 개발을 맡았다.
거기서 한국방송의 TV 유치원 캐릭터를 개발했고, 동양맥주의 ‘갬브리누스’라는 맥주대왕 캐릭터를 만들면서 이쪽 비즈니스 기획에 눈을 떴다.
매스노밸리에서 1년 동안 일한 뒤 프리랜서로 독립해 여러 회사의 제품 캐릭터들을 개발해줬다.
그러다가 그는 97년에 ‘무한상상’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캐릭터 프로모션 업체를 차리기 위해 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만든 벤처 인큐베이터에 입주했다.
창업 멤버가 최소한 두명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몇시간 만에 동업자를 구했고, 벤처 인큐베이터 입주신청 마감시각 직전에야 사업제안서를 접수시켰다.
심사위원들에게 캐릭터 산업의 중요성을 눈물로 설파한 끝에 창업한 회사가 지금 캐릭터파크의 모태다.
취미를 살린 직업은 경쟁력이 있다는 말처럼,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있는 사람에 속한다.
그러니 “일이 즐겁고 만족도도 높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캐릭터 비즈니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복잡할 정도로 다양한 재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선 길거리에서 미래의 스타를 발굴해내듯이 콘텐츠 속에서 상품성있는 캐릭터를 찾아낼 수 있는 감성이 있어야 하고, 게임이나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무궁한 콘텐츠에 대한 넓은 이해가 따라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와 <친구>가 게이머들과 영화 팬을 사로잡은 이유 정도는 파악하고 있으라는 얘기다.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스토리 자체가 아니라 시각 이미지만으로 사람들의 기호를 판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좋은 상품을 발굴한 후 이것을 스타로 만들어 상품으로 팔 수 있는 영업력과 섭외력을 포함한 비즈니스 감각도 필수적이다.
여기에 미디어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는 프로모션 능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캐릭터의 자산가치를 오래도록 관리하는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좋은 캐릭터 판권을 확보하면 라이선스 영업이 가능하며, 캐릭터 상품을 대규모로 유통시켜 고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문화 콘텐츠의 핵심이며 부가가치 자원이기도 한 캐릭터를 개발하고 잘 키워내는 것이 바로 캐릭터 비즈니스 전문가가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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