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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IMT-2000의 '기술표준' 시나리오
[첨단기술주] IMT-2000의 '기술표준' 시나리오
  • 신동녘(사이버IT애널리스트)
  • 승인 2000.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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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7월5일 IMT-2000에 대한 기본입장을 발표한 이후 이동통신업계에 불기 시작한 회오리바람이 이제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는 느낌이다.
우선 3개 사업자는 IMT-2000컨소시엄의 붕괴로 자연스럽게 SK텔레콤+신세기통신의 셀룰러그룹과 한통프리텔+한통엠닷컴(옛 한솔엠닷컴)의 PCS그룹, 그리고 외톨박이로 남은 LG텔레콤으로 정리되고 있다.
하한 1조원, 상한 1조3천억원으로 규정된 출연금 규모도 경쟁업체의 탈락으로 상한선보다 낮은 1조원 선에서 마무리될 듯 싶다.


그러나 업체별로 결정하기로 한 서비스 방식은 아직도 동기식과 비동기식에 대한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면서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시나리오라는 게 으레 그렇듯이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할 수 없다.
어차피 업계 나름대로의 전략에 따라 조만간 결정될 것이니 지레 조심할 필요도 없다.
자! 그렇다면 이런 시나리오는 어떤가? 서비스 방식 결정작전, ‘1동기 2비동기’ 정부는 기술표준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업계에 넘겨버렸다.
과거 PCS의 기술선정 때 주위의 비판을 무릅쓰고 동기식의 원조인 CDMA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돈을 먹었네 어쨌네 하는 비판의 화살을 맞은 기억을 잊지 못한 듯하다.
이번에도 기술선정에 따른 외국과의 통상마찰이나 표준의 적실성에 대한 비판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 이동통신업계로서는 덤터기까지 뒤집어쓴 셈이다.
업계의 기본방침은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많은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 로밍의 편리성에서 나오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히 유럽 방식의 비동기식(W-CDMA방식)이 된다.
그러나 설치비용 절감과 조기 서비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 경우 현재의 기지국을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북미 방식의 동기식(CDMA2000)이 된다.
그리고 다른 업체가 어떤 방식을 선정하느냐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야말로 난형난제다.
여기서 좀 유식하게 말하자면 경제학에서 유명한 ‘게임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
업체의 이해득실에 따라서는 이른바 ‘내시균형’(Nash Equilibrium)’이나 ‘하위게임완전균형’(Subgame Perfect Equilibrium)이 적용될 수도 있다.
업체가 3개라서 경우의 수가 좀 복잡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이론은 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리는 가능성에 입각해 추론해보기로 하자. 추론의 핵심은 IMT-2000 방식과 무선인터넷 방식이 병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SK텔레콤의 행보가 다른 업체의 전략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SK텔레콤의 행보를 보자. SK텔레콤은 얼마 전 PCS 업체들의 줄기찬 반대를 무릅쓰고 10월부터 현재 2세대 휴대전화의 최고 기술수준인 IS95C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겉만 보면 곧바로 이어질 IMT-2000에서 뿌리가 다른 유럽의 비동기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이는 경쟁업체의 IS95C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 IMT-2000 투자에 발목을 잡기 위한 ‘물귀신 작전’일 뿐, 이를 동기식으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기는 어렵다.
SK텔레콤의 ‘물귀신 작전’ 따라서 SK텔레콤의 행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기식 선택에 따른 협소한 시장규모와 무선인터넷과의 연계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은 유럽의 WAP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동기식을 선택할 경우 그나마 로밍이 가능한 북미지역에서 무선인터넷이 불통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차세대 인터넷언어인 XML을 이용해 무선인터넷 방식을 상호 전환하는 기술이 나왔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묵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은 시장 확대와 무선인터넷 이용을 위해 비동기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의 PCS연합군은 현재 민영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공기업이어서 정부 입김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한다.
사실 한통으로서는 정부의 은근한 동기식 채택 요구를 충족시켜줄 의무도 있다.
게다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한통에서 채택한 무선인터넷 방식이 북미에서 채택한 마이크로소프트의 ME 방식이어서, SK텔레콤이 비동기 방식을 채택한다면 당연히 동기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은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에 가장 먼저 유럽의 WAP 방식을 도입한 원조이고, 현재의 국내 시장지배력 열세를 외국과의 로밍 확대로 극복하기 위해 당연히 유럽의 비동기 방식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1동기 2비동기의 방식이 정착되는 셈이다.
이는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배제하고, 어느 정도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다.
정부의 강한 요구가 있을 경우 비경제적 논리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단말기 업체의 입장은 좀 다르다.
서비스 업체의 결정에 따라 공급되는 단말기 제조능력과 로열티 지급이 기업의 수익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CDMA 기술보유 업체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IMT-2000이 동기식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비동기방식의 단말기 준비는 소홀히 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국내 서비스 업체의 동기식 선정을 강력히 유도할 것이다.
만약 2개 업체가 비동기 방식으로 갈 경우 삼성전자가 입는 상대적 피해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전자(구 LG정보통신)는 무선인터넷의 WAP 기술과 함께 유럽의 비동기 방식에 상당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서비스 업체가 비동기식을 채택하면 할수록 유리해진다.
SK텔레콤의 물귀신 작전에 말려 IS95C 서비스를 구축 중인 PCS 3사는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출연금과 IS95C, IMT-2000 구축이라는 3중고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정부의 결정에 따라 궁극적으로 수혜를 보는 업체는 서비스 업체로는 SK텔레콤, 단말기 제조업체로는 LG전자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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