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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프로게이머 조현미
[나는프로] 프로게이머 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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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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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인기 부럽지 않아요
상대방 기지를 정탐하는 눈초리가 사냥감을 발견한 매처럼 날카롭다.
결심을 굳힌 듯 그의 마우스가 재빠르게 원을 그린다.
선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외계인처럼 생긴 그의 군대 ‘프로토스’ 유닛들이 발빠르게 적의 군사 기지를 향해 돌진한다.


“콰광쾅.” 자욱한 포연이 피어오르면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진다.
5분여가 지났을까. 상대방 유닛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모니터엔 “당신이 승리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뜬다.
애시당초 프로게이머와 “한판 붙자”고 청한 것 자체가 저쪽 실수였다.
“조현미, 나이 24살, 아이디 )3.Girl_LeaDer.” 그는 국내에서 50여명이 채 안되는 여성 프로게이머 가운데 한명이다.
여성 게이머들의 길드(동호회) ‘비걸’ www.click25.co.kr/go.htm 회장이기도 하다.
017아이터치배 1위, 배틀탑 3월 결선대회 2위, 서울방송·하나로배 16강, 프로게이머코리아오픈(PKO) 세컨드스테이지 14강 등 최근 전적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게임하자”는 도전성 이메일부터 “누나 좋아해요”라는 팬레터까지 하루에도 온갖 메일이 쏟아져들어온다.
밤낮 뒤바뀐 올빼미 생활 그의 출전 종목은 스타크래프트다.
리볼트, 레인보우6 등 다른 경기 종목도 병행하는 남성 경기와 달리 여성 경기는 스타크래프트만을 놓고 고수 자리를 다툰다.
다른 게임은 여성층이 워낙 얇기 때문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종족은 3종족 가운데 프로토스. 적에게 주술을 걸 수 있는 다양한 마법 능력이 있고, 일꾼을 효율적으로 부릴 수 있다.
특히 보병 유닛을 동원해 재빠르게 상대방 기지를 공격하는 질럿 러시는 그만의 장기다.
그가 구사하는 과감한 질럿 러시 전략은 남성 게이머만큼이나 선이 굵은 것으로 유명하다.
프로야구 선수가 매일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것처럼, 프로게이머들의 하루도 무척이나 단순하다.
오후 2~5시께 느지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날이 어둑해지는 저녁 7~8시가 되면 PC방으로 ‘출근’해 ‘일’을 한다.
베틀넷에 접속해 이방 저방을 드나들며 익명의 상대와 ‘스파링’을 하는 것이다.
고수들이 대체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밤낮이 뒤바뀔 수밖에 없다.
퇴근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새벽 3시가 될 수도 있고, 5시가 될 수도 있다.
모처럼만에 호적수를 만나거나, 게임 전적이 시원치 않으면 30시간을 꼬박 PC 앞에 앉아 있기도 한다.
조씨가 애초부터 프로게이머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사실 1년6개월 전만해도 그는 넷맹이었다.
지난해 3월께 친구들과 인터넷이라는 걸 구경하기 위해 PC방에 들렀다.
그런데 손님들이 모두 똑같은 게임에 넋이 빠져 있는 거였다.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PC방 직원은 신기해하는 조씨 일행에게 ‘스타크래프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유닛’ 하며 도통 어려운 말을 해댔다.
“여자들은 하는 사람이 없어요.” 직원의 마지막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다자간 온라인게임인 머그 게임으로 며칠동안 ‘몸을 풀었다’. 그리고 곧바로 스타크래프트 공부에 들어갔다.
물론 처음엔 컴퓨터와 대결하는 ‘싱글 플레이’였다.
하지만 싱글 플레이는 전략이 뻔해 금세 싫증이 났다.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베틀넷에 접속해 실전에 들어갔다.
고수들의 경기를 어깨너머로 지켜보면서 틈틈이 전략을 배우기 시작했다.
1년반 만에 넷맹에서 프로게이머로 변신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처음엔 거의 맹목적으로 게임에 빠져들었다.
밤을 꼬박 새워도 피곤하지 않았다.
끼니를 걸러도 배고프지 않았다.
연기나는 굴뚝만 보면 가스를 채취하고 싶었다(스타크래프트에서는 연기가 나는 화산에서 자원이 되는 가스를 채취한다). 누가 나를 부르면 ‘예서’(테란 종족의 일꾼 유닛인 ‘SCV’가 명령에 대한 대답으로 하는 소리)라고 대답했다.
친언니와 함께 운영하던 재즈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덕분에 그는 지난해 10월 한 PC방이 후원하는 여성 게이머로 선발됐다.
당시만 해도 프로게이머들은 대부분 PC방에서 후원을 하는 상황이었다.
올 8월부터는 한 기업의 전속 게이머로 활동하게 됐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20살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늦깎이로 데뷔해 단박에 고수가 된 셈이다.
이제 그에게 게임은 인생의 전환점이자 생활 자체가 됐다.
“게임을 하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꼬마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연예인이 된 기분이죠.” 하지만 따져보면 게임 때문에 잃은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
주위 친구들은 모두 곁을 떠나갔다.
밤에는 PC방에 박혀 있고, 낮에는 밀린 잠을 메우느라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친구들한테서 오는 전화도 이제 어색하다.
한창 스타에 열중하던 지난해 이맘 때쯤에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기도 했다.
부모님과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가상세계에 몰두한 대가는 현실 생활과의 단절이었다.
게다가 직업으로도 결코 안정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단명한다.
전략이 변화무쌍한 게임의 세계에서 영원한 1인자는 없는 법이다.
워낙 출중한 중·고등학생들이 계속 치고올라오기 때문에 고수는 늘 불안하다.
수입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몇몇 ‘초절정 고수’ 남자 선수들은 3천만원대 연봉을 받긴 하지만 대다수 여자 프로 선수들의 연봉은 1천만원 안팎이다.
당연히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다음해 재계약은 기대할 수 없다.
게임자키, 해설가 등 곁가지 길 많아 그래도 게임 산업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달라고 그는 말한다.
게임 관련 직업 역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 게임 경기가 활성화되면 프로선수 매니저, 해설가, 게임자키, 게임대회 기획가, 게임작가, 게임평론가, 베타테스터(게임 정식 출시 전 시험적으로 사용해보는 사람) 등으로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인력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는 얘기다.
조현미씨 역시 게임자키나 게임해설가를 꿈꾼다.
“프로게이머는 곁가지로 빠질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합니다.
그게 또하나의 매력이죠.” 다시 게임에 몰두하는 그의 얼굴에 여유가 비친다.
  • 나도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요 △빠른 손놀림스타크래프트는 누가 더 빨리 건물을 짓고 유닛을 생산하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빠른 손놀림은 기본이다.
    △자기조절 능력게임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먼저 내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끈질긴 승부욕상대를 제압하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고정관념을 깨라게임엔 정석이 없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변화무쌍한 전략에 순발력있게 대응할 수 없다.
    △연습 또 연습스타크래프트는 오늘 1등을 했다고 해서 내일도 1등 한다는 보장이 없다.
    수많은 상대와 연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 스타크래프트의 세 종족 스타크래프트는 세 종족이 우주 공간에서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테란, 저그, 프로토스라고 불리는 이 세 종족은 서로 특성과 역사가 다르다.
    테란은 21세기 지구에서 추방된 인간의 후예들이 은하계 변두리로 흘러가 세운 국가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기, 즉 총이나 탱크, 비행기, 핵폭탄을 사용한다.
    테란에 침투한 정체불명의 괴물 저그는 육체 능력이 뛰어나다.
    저그족이 사용하는 무기는 대부분 육체를 이용한 변형무기다.
    프로토스는 고차원적인 지능을 가진 종족으로, 첨단 또는 초능력과 관련한 무기를 사용한다.
    각각의 종족들은 서로 능력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게이머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
  • 베틀넷 스타크래프트는 혼자 또는 여러 명이 함께 할 수 있다.
    혼자하는 싱글 플레이는 컴퓨터와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의 묘미는 사람들끼리 1대1로 겨루는 래더 방식에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게임회사 블리자드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네트워크 게임 서버인 베틀넷을 통해 게임 사용자들은 익명의 여러 사람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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