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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 MS, 반독점 망령 부활
[e리포트] MS, 반독점 망령 부활
  • 샤이안 킴(e-랜서)
  • 승인 2001.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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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그레이트플레인스(Great Plains)를 인수하면서 독점금지 소송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MS와 경쟁 관계에 있는 한 업체가 미 법무부에 MS의 그레이트플레인스 인수와 관련해 공식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MS는 그레이트플레인스를 11억달러에 인수해 기업회계 분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사운을 걸고 추진하는 닷넷(.net) 전략을 견고히 하는 초석을 다질 계획이라고 한다.
MS와 그레이트플레인스는 이전에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지난 94년 MS는 인튜이트(Intuit)의 회계 프로그램 퀵북스(Quickbooks)에 대항하기 위해 로엔드 패키지인 마이크로소프트프로핏(Microsoft Profit)을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매출 부진과 기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두 업체의 협력은 용두사미가 됐다.
MS는 역으로 인튜이트를 인수하려 했지만 그마저 실패했다.
그레이트플레인스가 MS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MS 사장 겸 CEO인 스티브 발머는 “그레이트플레인스가 19년 동안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동반자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어발식 인수는 독점체제 다지기 전략 그레이트플레인스 인수로 MS의 사활이 걸린 닷넷 전략의 기초를 다진다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MS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를 웹에서 지원한다는 닷넷의 홍보와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 고객과 분석가들은 이 황당한 전략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IT 산업 분석가인 드와이트 데이비스는 “현 상황에서 닷넷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린다.
심지어 MS 협력업체조차도 닷넷을 설명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MS는 닷넷이 환상이나 몽상이 아닌 실제로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 전략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론적 아키텍처 수준에서 벗어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으로서 확실한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
그레이트플레인스 인수를 기반으로 하이엔드용 회계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진행되면 기업 고객에게 닷넷 전략을 홍보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MS의 독점을 공식적으로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업체는 실리콘밸리의 신생 개발업체로 알려져 있다.
변호사를 통해 익명으로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회계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드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MS가 그레이트플레인스를 인수하면 자신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져 중소기업용 회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현재 MS는 회사를 둘로 분할하라는 연방법원의 판결에 항소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2월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구두진술 일정이 잡혀 있다.
그레이트플레인스 인수는 업무용 도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비지오(Visio)를 인수했을 때와 유사한 면이 있다.
비지오는 15억달러에 인수돼 MS에 아예 통합됐다.
MS는 인수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으며 독점금지 소송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법적 조사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봄쯤 인수 작업이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경기침체와 주가하락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MS가 닷넷 성공의 입구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닷넷 전략을 위한 기업 인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기업 인수와 합병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독점기업의 시장 지배를 더욱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경제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경기침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인수 합병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몸집을 부풀리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독점체제를 더욱 견고히 다지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MS는 지금 반독점 소송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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