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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유로화 약세, 백약이 무효
[포커스] 유로화 약세, 백약이 무효
  • 홍승민(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0.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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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국 증시 새 악재로 떠올라…유가·반도체 우려는 감소
최근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드라이브와 국제유가 안정, 반도체가격 반등 전망 등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하는 미국 증시는 경기둔화와 기술주의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 등의 악재로 횡보장세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로화 약세’라는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낙관만은 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유가·반도체, 안정국면으로 돌아설 듯 국제유가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9월 넷쨋주 한때 배럴당 38달러에 육박해 걸프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국제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 WTI 기준)는 미국 행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 방침에 힘입어 내림세로 돌아섰다.
난방유 등 정제상품의 재고량이 정상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북반구의 동절기가 다가오고 있어 큰폭의 내림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필요하다면 추가증산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힌데다 미국도 유가안정에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격도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 8월22일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이 수익악화를 경고한 이후 전문가들의 투자등급 하향조정이 이어지며 관련 종목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모건스탠리딘위터에 따르면 반도체경기는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PC 수요는 9월 말부터 계절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4분기까지 지속될 공산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출하량의 40%를 차지하는 대만 5대 PC 생산업체들의 9월과 10월 PC 출하증가율은 월별 기준으로 각각 24∼30%, 8∼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출하량의 25%를 차지하는 대만 3대 머더보드 제조업체의 9월과 10월 중 출하증가율도 각각 7, 8%, 15, 16%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PC 생산량 증대로 현재 현물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OEM 업체들의 과도한 D램 재고가 상당 부분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증시 회복의 걸림돌 유로화 그러나 유로화 약세 기조는 상황이 다르다.
9월22일 서방선진7개국(G7) 통화당국이 협조개입에 나서고 23일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유로화 약세 저지 의사를 천명했는데도 최근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기둔화와 더불어 상장기업의 수익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대 유럽 수출은 달러 베이스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자동차, 공작기계, 건설중장비 등 중공업제품은 유로화나 마르크 등 현지 베이스로 하고 있어 환차손과 수출물량 감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
유로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국제 금융시장 전체에 불안을 던져주고 있다.
통상 시장 흐름을 우선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환율방어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시점에서 미국은 달러화 강세정책을 포기할 이유가 별로 없다.
미국 경제는 현재 경기둔화로 물가안정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화 강세정책 포기는 국제 투자자금의 유입 규모를 줄여 경기후퇴 폭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
더욱이 민주당 행정부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리스크가 많은 정책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유럽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의 최대 외국인 참가자들이다.
이런 경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인들이 상반기 동안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전체 외국인 순매수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것이 달러 대비 유로 및 파운드 가치가 하락한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 투자자들은 2분기 동안 해외증권을 180억달러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로 자본의 미국 시장 유입은 IT 산업으로 대표되는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에 따른 기대수익률의 상승에 기인한다.
하지만 유럽 증시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역외투자자금의 유입 규모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8월 말 이후 유럽 증시는 △유로화 약세 △고유가 △기업수익 우려로 세계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고조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분석가들은 단기적으로 유럽 증시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유럽 증시를 비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다.
최근까지의 유로화 약세 및 고유가로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어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경기둔화 조짐이 보여 금리인상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하지는 않다.
유럽 증시는 아직까지 과매도권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유럽 증시가 조정을 겪었지만 아직까지 조정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향후 9개월 동안 대규모 신규주식이 발행될 예정이라 주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단일통화가 도입되기 시작하면 달러의 위상이 격하될 것이라 전망했으나 유로화 출범 이후에도 달러의 비중은 상승세를 지속한 것이다.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50.6%에서, 98년 65.7%, 99년에는 66.2%로 상승했다.
반면 유로화 비중은 12.5%로 유로지대 11개국의 기존 통화가 과거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거의 동일하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과 각국 통화당국에서 유로화에 대한 평가가 애초 예상처럼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에 가해질 이중부담 유로화 약세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 요인들의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증시에 이중으로 부담을 가할 전망이다.
유로화 가치의 하락은 우선 한국 기업들의 유로권에 대한 수출둔화로 이어진다.
LG투자증권 추산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 가운데 유로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월 현재 13.35%이다.
유로/원 환율이 월평균 기준으로 1월에 견주어 15.5%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는 대 유로권 원화표시 수출단가의 상승, 즉 순수출 증가율의 둔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가 둔화 경향을 보이고 일본 경제도 좀처럼 회복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 유럽 수출까지 감소한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또한 유로화 약세는 유럽 수출에 주력하거나 유로화 표시 자산을 대량으로 보유한 미국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미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미국 증시와 동조화 정도가 높은 우리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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