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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전자우편은 현금을 싣고’
[e비지니스] ‘전자우편은 현금을 싣고’
  • 김상범
  • 승인 2001.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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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청구 수단에서 지불결제 시스템으로 부상…서비스 업체들, 초기 시장 선점 위해 ‘눈치 작전’ 치열
전자우편이 현금을 실어나르는 유용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에서 새로운 광고매체로 변하더니 이제 결제수단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우편 주소 한두개쯤 갖고 있지 않은 네티즌이 없다.
사용이 편하고 안전한 거래만 보장된다면 전자우편을 이용한 현금거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콘텐츠 및 서비스 유료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에 구원의 등불 같은 소식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 결혼을 앞둔 김씨는 대학친구로부터 한통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결혼을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축의금 5만원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그 옆에 마련된 받기 버튼을 클릭하자 돈을 받을 은행계좌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
계좌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작업완료. 친구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축의금 5만원이 이체 완료됐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자우편 송금·청구 서비스를 시작한 메일캐스터의 ‘메일뱅킹’ www.mailbanking.co.kr 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김씨의 대학친구는 축의금을 보내기 위해 우선 메일뱅킹의 회원으로 가입했고 돈을 받을 김씨의 이메일 주소와 금액, 돈을 인출할 자신의 통장계좌나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 서비스를 의뢰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송금뿐 아니라 청구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동창회 회비를 거두기 위해 회원들에게 동시에 청구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절차는 송금절차와 비슷하다.
회장은 전자우편 청구 서비스를 선택해 돈을 받을 자신의 계좌와 청구금액, 청구서를 보낼 회원들의 이름과 전자우편 주소, 간단한 메시지를 입력해 서비스를 의뢰하면 된다.
청구 메일을 받은 회원들은 송금 버튼을 클릭한 후 역시 자신의 계좌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이체가 된다.
송금이나 청구 종류가 다양한 것만큼이나 전자우편 송금 및 청구 서비스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메일캐스터에 이어 지난달 주택은행이 개시한 ‘엔페이코리아’ www.nPaykorea.com나 신한은행의 ‘머니메일’ www.moneymail.co.kr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자우편뿐 아니라 휴대전화로도 송금이나 청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우편 송금·청구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우선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름과 전자우편 주소만 알면 돈을 보내고 받을 수 있다.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서비스 등록절차도 간편하다.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과 같이 직접 은행을 방문해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없다.
메일캐스터 최주선 사장은 “은행들이 이 서비스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상 인터넷 뱅킹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동시에 일괄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 전자우편 청구 서비스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축의금 송금부터 회비 청구까지 ‘한번에’ 전자우편 송금·청구 서비스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개인간의 송금보다는 청구 부분에 있다.
인터넷 콘텐츠나 서비스의 새로운 지불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들이나 새롭게 시장 참여를 준비 중인 기업들이 송금보다 청구 서비스를 통한 지불결제 부분에 더 관심이 많다.
인터넷기업들의 유료화 시도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장 조짐도 지불결제 시장을 잔뜩 노리게 하는 이유다.
전자우편 청구 서비스를 이용하면 유료 회원제 사이트에서 회비 징수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일종의 지불결제 시스템의 아웃소싱이자 ASP 서비스가 된다.
콘텐츠나 상품의 기업대 개인간(B2C) 서비스에서도 실시간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택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 회원들에게 가상계좌를 지급한다.
송금이나 청구는 직접 은행계좌로 가기 전에 이 가상계좌를 거치는 방식이다.
일종의 전자지갑 형태다.
‘엔페이’란 이름의 이 전자지갑이 실제 은행계좌와 연결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지갑으로 들어온 돈을 실제 은행계좌로 옮겨 현금화하지 않고 두었다가 온라인 상거래시 바로 그 자리에서 현금처럼(사이버 머니)로 지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은행 최기현씨는 “가상계좌를 이용하면 개인 정보를 직접 노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은 송금이나 청구보다는 결제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업대 개인간(B2C), 개인간(C2C) 상거래 및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엔페이를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은행은 이미 코리아닷컴에 공급계약을 맺었다.
PC통신 사업을 접고 유료 커뮤니티 서비스를 준비 중인 나우콤도 오는 1월15일 전자우편 송금·청구 서비스 업체인 (주)페이레터를 설립, 시장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레터 역시 나우콤의 유료 커뮤니티 서비스인 ‘별나우’ www.byulnow.com의 표준 지불결제 수단으로 도입될 예정이며 이후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메일캐스터도 커뮤니티 사이트인 네띠앙, 경매업체인 이쎄일 등을 시작으로 기업 시장 공략의 발걸음이 바쁘다.
네오위즈는 아예 기존 지불결제 시스템인 ‘원클릭페이’ www.oneclickpay.co.kr에 오는 2월 중 전자우편 송금 및 청구 시스템을 추가할 계획이다.
지불도 하고 전자우편 송금도 할 수 있게 된다.
지불방식도 후불제 방식을 도입했고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는 물론 휴대전화 통합과금, 일반전화 통합과금 등 다양한 지불수단을 갖추고 지불결제 ASP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원클릭페이는 네오위즈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세이클럽과 게임 사이트인 이게임즈의 결제 시스템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라이코스코리아에도 표준 결제 시스템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겉으로는 은행권 대 비은행권 대결 양상 전자우편 송금 및 청구 시스템 업체들은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회원 및 제휴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대결구도를 보이고 있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우선 신뢰성 및 현금 전송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결제수단이 은행계좌에 한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
비은행권, 즉 인터넷 및 정보기술 업체들은 마케팅이나 서비스 구현능력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과 네오위즈의 경우처럼 다양한 지불결제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역시 은행에 비해 신뢰성에서 떨어지고 부가 제휴업체가 필요해 가격경쟁력에 다소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은행권 업체나 비은행권 업체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폭넓은 제휴관계를 추진하고 있어 아직은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아직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기타 은행들 및 기존의 전자화폐 전문업체들도 여차하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어 2001년 새해 전자우편을 둘러싼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불고객 확보의 최선책
전자우편을 이용한 지불결제 시스템은 기존 인터넷기업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바로 지불고객(Payable Customer) 확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닷컴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회원을 확보했느냐에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회원들의 충성도 문제가 제기됐다.
단순히 호기심에 가입한 회원이나 한두번 머물다 떠나버리는 회원들을 포함한 회원 수가 의미가 있느냐는 문제제기다.
지속적 방문과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충성도 높은 회원이 실제 그 사이트의 가치이며 기존 회원들의 충성도 높이기 전략이 닷컴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제는 콘텐츠 유료화를 통한 수익창출이 관건이 됐다.
이에 따라 이미 콘텐츠나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거나 지불할 가능성이 높은 지불고객(회원)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닷컴의 새로운 가치로 떠올랐다.
전자우편 지불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지불수단을 등록(공개)해야 한다.
결국 온라인을 통한 금융거래 의사가 있는 사람들(지불고객)이 등록을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고객들은 결국 실제 구매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이미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온라인 구매행위는 최초 행위가 중요하다.
두번째부터는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전자우편 지불결제 시스템의 의미는 이런 지불고객 확보의 더할 나위 없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 서비스 업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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