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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e혁명] ⑪ 두산그룹
[공룡들의e혁명] ⑪ 두산그룹
  • 박종생
  • 승인 2001.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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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엔진을 가열하라
두산그룹은 외환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극복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는 재계 사람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바다.
그룹 핵심사업이었던 OB맥주 지분을 매각하고 나서자, 외부에서는 ‘얼마나 어려우면 그러냐’는 식의 따가운 시선과 악성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IMF 3년차인 2000년에 접어들어 두산은 다른 그룹들과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으로 창출한 캐시플로를 바탕으로 알짜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는 등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두산 본사(두타)가 위치한 동대문 쇼핑몰이 재래시장의 칙칙함에서 젊음의 거리로 변신했듯이 지금 두산은 환골탈태를 하고 있다.

두산은 이런 구조조정의 성공적 마무리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엔진의 발굴과 디지털 혁명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박용오 그룹 회장과 박용만 전략기획본부 사장이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두산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핵심사업과 성장사업 위주로 재구축해야 한다”며 “성장사업을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두산이 보유한 전 업종을 미래성장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도 지난해부터 기존 사업의 핵심역량 강화와 함께 e비즈니스와 생명공학 부문에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혀왔다.
두산의 e비즈니스는 경영시스템 효율화, 기존 사업의 온라인화, 벤처투자 등 크게 3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경영시스템 효율화는 지난해 삼성SDS에서 영입한 정창근 상무(그룹CIO)가 중심이 돼서 추진하고 있다.
정 상무는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e비즈니스의 출발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인터넷 사업에 산발적으로 투자해왔다.
그리고 한국중공업 인수라는 변수가 생겼다.
올해는 내부 재정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비즈니스의 근간인 CRM(고객관리)과 SCM(공급망관리) 등 시스템을 강화할 생각이다.
” 현재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은 안정화 단계에 와 있다.
곧 경영자 의사결정 시스템인 EIS와 연동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e비즈 시대의 생명인 속도전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내부 시스템이 안정되면 인터넷 신규사업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요즘은 김치 포털 사이트 인기 두산은 기존 사업들의 온라인화도 각개전투식으로 벌이고 있다.
온라인 사업은 주력기업인 (주)두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두산은 구조조정 전에 9개의 별도 법인들이 해왔던 사업들을 모두 통폐합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주류(소주), 전자(인쇄회로기판), 생활산업(KFC·폴로), 상사, 식품(종가집김치·버거킹), 기계, 출판, 벤처, 생명공학 등이 주요 사업이다.
9개 BG(Business Group)로 나뉘어 이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온라인 사업도 각 BG별로 이뤄진다.
요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이트가 김치 포털을 지향하는 종가닷컴 www.zongga.com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사이트는 김치 판매는 물론이고 김치 요리법 강좌 등 김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컨셉을 갖고 있다.
현재 1만명 정도의 회원이 있다.
아직 매출은 크게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전망은 밝다고 한다.
왜냐하면 종가집김치가 3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란다.
지난해 이 부문에서만 매출액이 530억원 가량 됐는데, 그전보다 두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올해 매출목표액(1천억)의 1% 정도가 온라인에서 발생할 것으로 본다.
물론 현재는 매출보다는 마케팅 측면에서 큰 효과를 얻고 있다는 게 (주)두산 식품BG의 김상용 e-CRM 팀장의 말이다.
김 팀장은 OB맥주 시절부터 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해왔는데 요즘 e메일 마케팅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1만명의 회원에게 e메일 광고를 하면 40% 정도는 열어본다.
우리는 고객이 e메일을 열어봤는지 그리고 콘텐츠 중에서 뭘 클릭해서 유심히 봤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어느 고객이 열무김치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우리는 그 고객에게 공동구매 등의 이벤트를 제안할 수 있다.
이런 마케팅은 거의 혁명적일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는 것이다.
” 김 팀장은 이어 “우리는 오프라인 상거래가 더 중요하다”며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종가닷컴은 앞으로 오프라인의 대리점(현재 60개)을 활용해 택배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버거킹 www.burgerking.co.kr, 두산동아 www.donga.com, 백과사전 www.encyber.com 등의 사이트도 10~20대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특히 두산동아는 아이야닷컴 www.iyah.com이라는 교육 포털도 열었다.
아이야닷컴은 두산동아의 학습지를 기초로 한 난이도별 문제은행과 독자적으로 개발한 학습자수준 판단 시스템을 이용해 학습자 개인별 수준에 맞는 일대일 맞춤 문제를 제공한다.
오프라인 학습지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수준별 맞춤학습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와인 전문 사이트 www.wine.co.kr가 최근 가세했다.
국산 와인 마주앙을 판매하는 두산 주류BG가 주관하고 있는 이 사이트는 국산 와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와인에 대한 소개, 국내 와인전문점 목록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두산은 올 하반기에는 패션몰인 두타의 옷가게들을 소개하는 두타랜드 사이트도 연다.
두타의 다양한 패션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제공하고, 10대들의 커뮤니티도 형성할 계획이다.
또 이런 사이트들을 하나로 묶는 허브 사이트를 구상 중이다.
정창근 상무는 “두산에는 지금 26개의 웹사이트들이 있다”며 “이들을 하나로 묶는 허브 사이트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풍부한 고객 DB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사업기회를 모색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벤처 투자기반 조성에도 적극적 벤처투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대부분 이뤄졌다.
현재 30여 개 벤처기업에 200여억원을 투자했다.
애초 두산은 지난해에만 벤처투자에 1천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투자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지난해 두산의 벤처투자는 몇가지 원칙 아래 이뤄졌다.
첫째 기존 사업 중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사업에 투자하고, 둘째 외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사업화하며, 셋째 국내외 파트너와 제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의류 무역 B2B 업체인 셔틀트레이드 www.shuttletrade.com, 인쇄 B2B 네트워크인 나우프레스닷컴 www.nowpress.com, 온라인교육 아이야닷컴 등이 첫번째 원칙 아래 투자한 것이다.
또 두산은 벤처 투자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적극 나섰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와 합작으로 벤처캐피털(네오플럭스캐피탈 www.neoplux.com), B2B 컨설팅 업체(넷피에스엠 www.netpsm.com)를 설립하고, 벤처 인큐베이션 업체인 엔세이퍼 www.nshaper.com와 웹사이트 구축 서비스 업체인 인코리아 www.inkorea.com를 만든 것은 이런 차원이다.
두산은 이를 ‘Eco-Net’(Economic Network)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벤처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상호 투자기업끼리 시너지 효과를 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사업의 e비즈화를 도모함은 물론이고, 자본차익도 얻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박용만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벤처캐피털인 네오플럭스캐피탈은 지금까지 주로 부품 소재, 네트워크 장비, B2B 등의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두산의 기존 콘텐츠 사업과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분야(출판·교육·인쇄·의류 등)도 물론 투자 대상이다.
엔세이퍼는 네오플럭스캐피탈과 함께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인큐베이션 및 투자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생명공학과 환경도 두산의 주요 투자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바이오 농화학 제품(천연 식물성장조절제) 생산업체인 미국의 JP바이오레귤레이터를 인수한 것이나 생명공학 지주회사격인 바이오홀딩스에 투자한 것 등이 이런 차원이다.
(주)두산은 사업부 안에 생명공학 부문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보습 및 피부노화방지용 화장품 원료, 기능성 유아식 원료 등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생명공학은 두산의 미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정해져 있기도 하다.
환경 관련으로는 환경관리 컨설팅 업무를 하는 두산에코비즈넷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105년이라는 기나긴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그래서 오래되고 보수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IMF를 계기로 과단성 있고 역동적인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e비즈니스도 성공적으로 수행할지 주목된다.
“내부 공사가 최우선” 정창근 상무(그룹CIO) 정창근(39) 상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SDS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했다. 그러다 두산 박용만 사장에게 두산그룹의 CIO(최고 정보담당 임원)로 스카우트됐다. 젊은 나이인데도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두산의 e비즈니스는 어디에 역점을 두고 있나. 내부 정비가 최우선이다. e비즈니스의 근간인 CRM, SCM 등을 강화하려고 한다. 이런 시스템과 사람이 제대로 갖춰져야 본격적으로 e비즈니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반을 다지고 난 뒤, 내년 상반기께 본격 인터넷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시장선점효과가 크다고 한다. 내부 정비하는 기간이 너무 긴 것 아닌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e비즈니스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안된 것은 물론 사람들 의식이 아직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업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내년 상반기께 실제 커머스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 투자는 어떤 원칙 아래 얼마나 할 생각인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할 생각이다. 그룹의 e비즈니스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현재는 투자를 주춤하고 있지만 추이를 봐가며 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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