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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건강] 치질 있으면 골프를 잘 친다?
[골프와건강] 치질 있으면 골프를 잘 친다?
  • 정희원(강남서울외과)
  • 승인 2001.03.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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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운동이든지 그 유래를 알면 훨씬 재미가 있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의 발현이 곧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여러 사람들이 즐기게 되면서 재미와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기 위해 규칙이나 관습이 보태졌지만, 그 이전 단계에 대한 호기심은 휴머니즘에 대한 향수와 비슷하다.
예술과 스포츠는 이런 면에서 디지털 코드로는 조합이 불가능한 야생 들풀 같은 존재다.
골프는 흔히 15세기 중엽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리적으로는 영국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영국의 한 양치기 목동이 골프의 창시자로 일컬어진다.
어느날 그는 양을 몰다가 발치에 걸린 작은 돌멩이를 장난삼아 작대기의 구부러진 부분으로 힘껏 쳤다.
돌멩이는 한참을 날아가더니 땅에 떨어진 뒤에도 계속 굴러가 그만 토끼굴 속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다.
아마 목동은 멋쩍은 웃음을 날리면서도 일종의 쾌감을 맛보았으리라. 신이 난 목동은 동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줬고, 목동들은 그때부터 작대기로 돌멩이를 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듯 골프의 매력은 경기 자체가 대자연에서 이뤄진다는 것에서 나온다.
계산하기 어려운 수많은 자연의 변수와 끊임없이 싸우고 순응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만약 그때 그 돌멩이가 토끼굴에 빠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바로 그 묘한 안타까움이 무작정 어느 한가지에 빠져들게 하는 덫이 된다.
청주에서 물류업으로 자수성가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평생을 오직 일에만 몰두한 전형적인 ‘새마을 인간’이었다.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잡히자 그는 이내 권태에 빠진다.
일상은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잔인한 것이니까. 그는 새로운 활력소로 골프를 선택한다.
처음엔 친구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시작했지만, 점차 골프가 고위인사들의 사교나 비밀회동의 수단이 아니라 마성(魔性)이 흠뻑 배어 있는 스포츠임을 알게 된다.
티오프한 공이 페어웨이에 안착하면 기쁨으로 충만하고, 러프나 벙커에 빠지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는 생동감 넘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담장에는 눈이, 내 옆에는 복병이 있다’고 했던가. 뜻하지 않은 비수가 그의 등 뒤에서 날아들었다.
그날은 군대 동기들끼리 라운딩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날로 실력이 향상되고 있던 그는 우쭐한 마음에 모처럼 실력을 발휘하리라 마음먹었다.
마침 정기모임을 대신하는 라운딩이라 하우스에서 군대 시절 이야기를 푸지게 늘어놓다 흠칫 시계를 보고는 티잉 그라운드로 서둘러 나갔다.
그가 샷을 할 때마다 연방 터지는 “나이스 샷”. 그는 코스를 옮기면서도 마치 갤러리를 의식한 듯한 우스꽝스런 포즈로 동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갑자기 동료들의 눈의 휘둥그래지는 것이 아닌가. “이봐! 자네 엉덩이에 피가 묻었어.” 그는 얼떨결에 하우스에서 식사할 때 케첩이 묻은 것이라며 씨알도 먹히지 않는 변명을 해야 했다.
골프 라운딩 도중에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도중하차하는 골퍼들이 종종 있다.
겉으론 여러 사연을 늘어놓지만, 이는 대개 ‘치질’이 원흉이다.
라운드를 그만두는 본인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함께 간 동료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언뜻 생각하면 골프가 역도나 씨름처럼 복근에 강한 힘을 줘야 하는 운동이 아니어서 치질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골프 마니아 중에는 치질환자가 꽤 많다.
무거운 물건을 들기 위해 힘을 쓰다가 방귀가 나오듯이 골프도 임팩트할 때 복부에 적지 않은 힘을 주므로 복압이 상승한다.
이는 항문압의 상승으로 이어져 치질을 유발할 수 있다.
프로골퍼의 경우엔 치질이 없는 사람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하체를 안정시켜 스윙에 제대로 힘을 싣기 위해서는 아랫배에 힘을 주는 게 불가피하다.
고로 치질이 있어야 골프를 제대로 친다는 헛헛한 이야기도 결코 과언이 아닌 셈이다.
치질은 쉽게 말하면 항문의 벽이 퇴행성 변화를 겪는 것이므로 배변활동으로 조금씩 생긴다.
여기에 변비, 설사, 술, 과도한 복압을 주는 운동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더욱 왕성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치질을 예방하려면 변비와 설사를 하지 않도록 평소에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주효한다.
배변할 때마다 물로 세척하거나 비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골프를 할 때 과도하게 긴장하면 스윙폼도 망가지지만, 항문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이 진행된 치질이라면 치질절제술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초기 치핵은 수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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