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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해외증시, 바닥확인이 열쇠
[머니] 해외증시, 바닥확인이 열쇠
  • 김영호(대우증권 리서치센터)
  • 승인 2001.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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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새해선물 미국 금리인하…나스닥 반등했지만 대세 반전에는 역부족 전망
지난 1월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Federal funds rate)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인하조치는 과거 실시한 금리인하와는 달리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비교적 컸다.
정기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월30일 열릴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인하폭이 0.5%포인트로 비교적 컸다.
연준은 재할인율도 0.5%포인트 인하했다.


금리를 조기에 인하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연준은 금리인하와 관련한 발표문에서 기업의 매출과 생산이 계속 감소할 우려가 있는 가운데 소비자 신뢰가 위축되고 있고 금융시장 일부에서는 신용경색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금리를 조기에 인하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는 경기침체가 발생할 리스크가 좀더 큰 상황이라는 것이 연준의 판단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억제(contained)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기술진보와 이와 관련한 생산성 향상이 위축되고 있다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다면 당분간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기조를 완화할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금리를 큰 폭으로 조기에 인하했다는 것은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되면서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월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불과 3주 정도 남긴 상황에서 이렇게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있었을까? “금리인하에는 정치적 배경도” 일부에서는 경제적 원인뿐만 아니라 정치적 배경이 깊게 깔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실시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가운데 그린스펀은 감세를 통해서는 경기를 부양할 수 없음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경기둔화에 대한 부시 대통령 당선자 측의 비난을 회피하고 신정부가 감세정책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것이 연준의 의도라는 주장이다.
그 배경이 어떠하든 주식시장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금리인하가 발표된 다음날, 연초 7% 이상 하락하면서 출발했던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대 폭인 14.17%(324.83포인트) 상승했고, 다우와 S&P500지수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전세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9월 이후 경기의 둔화 내지 침체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주요 기업들이 향후 기업수익이 시장 예상을 밑돌 것임을 연이어 발표했다.
12월 들어서는 경기둔화와 이에 따른 기업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1월 초까지 기업수익 감소라는 악재가 금리인하 기대감이라는 호재를 압도하면서 나스닥지수가 2300포인트마저 붕괴하기도 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단행으로 주식시장은 기업수익에 대한 우려를 잠시나마 떨쳐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수익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주가의 상승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유동성 장세를 거론하면서 주가의 대세상승 국면 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너무 섣부른 판단이다.
추세반전은 2분기 중반 이후에나 그렇다면 금리인하로 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하락세로 다시 돌아설 것인가?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침체가 없는 한 연준의 금리인하는 대체로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80년대 초 두차례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90년대 초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84년, 95년, 98년 등 경기가 침체되지 않았던 시기에 연준의 금리인하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결국 최근 금리인하가 주가상승으로 지속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나스닥지수가 한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거나 적어도 경착륙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는 한 나스닥지수의 상승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빨라야 3분기경에나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나스닥지수가 상승 추세대로 반전하는 것은 2분기 중반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이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국제금리가 하락하여 우리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줄 것이다.
물론 유럽, 일본 등은 아직 금리인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국제금리가 하락압력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둘째 미국 주가, 특히 나스닥지수가 상승하면서 국내 투자가들의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다.
셋째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확대하면서 실질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 영향은 긍정적 지난해 외국인은 나스닥지수가 상승할 때 우리 시장에서 순매수 규모를 확대했고, 나스닥지수가 조정을 받는 시기에는 순매수 규모가 줄어들거나 순매도로 전환하였다.
연준의 금리인하로 나스닥지수가 한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의 연착륙이 담보되지 않는 한 주가상승의 상단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인하가 우리 시장에 주는 영향 역시 주가의 한단계 상승에 그칠 것이다.
99년 4분기나 2000년 1분기와 같은 큰 폭의 지속적 주가상승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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