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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펀드인사이드]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 최상길(제로인펀드닥터이사)
  • 승인 2001.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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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의 차이가 무엇일까. 쉬울 것 같으면서도 무척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국어사전은 투자에 대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자본이나 자금을 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투기에 대해서는 ‘확신도 없이 요행만 바라고 큰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풀고 있다.


두 단어의 사전적 풀이를 곰곰이 살펴보면 투자에는 있으나 투기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확신과 합리적 기대수익이다.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철저한 탐색과정이 필요하다.
물가, 환율, 이자율 등 거시경제 변수를 조사하고 자금시장 동향도 살펴야 한다.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보고 내린 결론만이 흔들림이 없는 법이다.
단순히 주위의 말만 듣고 확신을 했다면 맹신이거나 요행수를 바라는 투기와 다름없다.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이 터무니없이 크다면 그것도 투기에 해당한다.
지난해 초 코스닥시장이 바짝 달아올랐을 때 10배, 100배의 꿈을 안고 증시로 유입된 자금은 투기자금이지 투자자금이 아니다.
누가 “합리적 기대수익은 어느 수준이어야 투자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하기 정말 곤란하다.
사실 투자는 요행과 터무니없이 높은 기대수익을 본질로 하는 투기적 성향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수익이 확정돼 있는 것에 대한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저축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투자와 투기는 불확정적 수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동질성이 있다.
확신도 마찬가지다.
제딴에는 열심히 조사한다고 했지만 남이 보기엔 엉터리 조사 끝에 얻은 확신일 수도 있다.
자기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말도 어찌 보면 구분하기 힘들기에 생겨난 말일 것이다.
결국 투자와 투기는 돈을 굴리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행위 자체의 건전성 유무로 구분해야 할 것 같다.
경제학자들은 투기적 거래자를 증권시장의 필요악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이 시장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야만 건전한 투자자들도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투기적 거래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이 뜰 만큼 뜬 뒤 주식형 펀드에 돈을 넣는 투자자도 투기꾼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상승한 만큼 주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맹신과 터무니없는 기대수익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도매금에 투기꾼으로 몰린 선량한 투자자들이 진정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양식을 갖춰야 한다.
우선 투자기간을 현재 1년 미만에서 3~5년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 주식시장의 사이클인 3~5년으로 투자기간을 늘려야 합당한 수익을 예측할 수 있다.
다음으로 투자 이전에 꼭 필요한 조사활동을 즐겨해야 한다.
재산이 불어나는 것에 재미를 내기보다 재테크 활동 자체를 즐겨야만 진정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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