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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기와라 노무라총합연구소 경제연구부장 인터뷰
3. 오기와라 노무라총합연구소 경제연구부장 인터뷰
  • 도쿄=글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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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황, 10년은 더 간다” 일본 최대의 민간연구소인 노무라총합연구소가 최근 일본 경제 전망을 수정했다.
지난 3월 올해 일본 경제가 1.8% 성장할 것이라며 민간연구소들 가운데 가장 낙관적 전망을 내놨던 노무라연구소는 지난달 2분기 성장률 추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예상 성장률을 0.1%로 낮췄다.
노무라연구소 경제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오기와라 요 부장은 불황이 10년은 더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이즈미 개혁만이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중국 경제의 향방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신호가 좋지 않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복에 얼마나 걸릴 것이라고 보는가.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일본 경제 회복은 현 정권의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 내각은 지금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선 재정건전화와 특수법인 민영화를, 민간부문에선 불량채권 처리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부실채권의 경우 최종처리는 정부가 강제할 수가 없다.
현재 정책에는 금융권에 부실채권 처리를 강제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장기적으로 보면 노동인구 증가와 기술혁신이 중요한 성장요인이다.
소비를 증가시키지 않는 한 노동인구를 증가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2004년에서 2007년 사이에 일본 인구는 정점을 이루고, 바로 감소추세에 접어들기 시작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노동인구 감소는 기본적으로 일본 경제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그것이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일본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이 그것을 계기로 노동시장을 더욱 개방한다면, 아시아 노동자의 일본 진출이 활발해져 장기적으로 일본 노동시장이 아시아 노동시장과 하나가 되어 아시아 경제권을 만드는 기반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노동시장의 개방을 확대하지 않고 일본인만으로 대응하려고 하는 경우엔, 여성 노동자와 고령 노동자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5년 내지 10년은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그 이후엔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발전도 더 후퇴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기술경쟁력은 상당히 높아 보이는데. =기술혁신면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일본은 벌써 상당히 우위를 상실한 상태다.
ADSL 기술이나 정보 인프라만 봐도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
기술 혁신에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경제침체를 벗어나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
-불황을 벗어난 뒤의 일본은 어떤 모습인가. =“영국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영국 대처 총리는 장기적으로 대응해 영국 경제의 불황 탈피에 기여했다.
그러나 개혁의 결과만으로 경기가 좋아진 건 아니다.
악화되고 있던 상황이 일반적인 상황으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영국의 1인당 GNP는 이미 싱가포르와 홍콩에 추월당했다.
일본도 슈퍼 기술국가에서 일반국가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일반국가는 무엇을 말하는가. =일본이 일반국가가 되는 데는 두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세금징수가 더 투명해져야 하고, 여성의 취업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
여기에 10년은 족히 걸린다.
어쩌면 일본은 일반국가가 되는 것조차 벅찰지도 모른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일본과 한국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가 변수다.
일본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중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국의 경제 발전은 이제 시작 단계다.
제조업에서 세계의 공장으로서 활약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임금이라든가 싼 화폐가치 같은 장점들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지만 슈퍼 파워를 가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생산장소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자신들의 기술로서 물건을 생산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선 아직 의문스럽다.
하지만 만약 군사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된다면 기술력도 갖추게 될 것이다.
최근 군과 민간이 기술협력을 한다는 뉴스도 나온 적이 있었다.
중국의 군사기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장점에 기술력이 추가된다면 무서운 국가가 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륙하기 시작한 중국 경제는 2010년 이후에는 무시할 수 없는 산업 강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세계2위 경제 국가로서 일본의 위상은. =이미 일본 경제의 세계적 지위는 낮아지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구조 개혁이 성공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지위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시장은 미국처럼 수출보다 수입 비중이 높은 세계의 소비국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경쟁력이라는 측면보다 저축-투자간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화되면 저축률이 낮아진다.
저축률이 낮아지면 경상수지 흑자는 축소된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장기적으로는 흑자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일본인 전체가 저축자금으로 소비를 하기 시작한다면 경상수지는 적자가 될 것이지만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

중국, 아시아의 블랙홀인가 성장 엔진인가

오기와라 요 부장은 “아시아 경제를 전망하려면 중국 경제를 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선 수많은 세계 경제학자들이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를 키울 것인가, 죽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로 팽팽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스펀지론’과 ‘레커(견인차)론’이 그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스펀지론’의 깃발을 들었다.
그는 “중국이 아시아 각국의 산업기반과 자본을 빨아들임으로써 나머지 국가경제는 공동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위기가 97~98년 위기보다 훨씬 가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동아시아 경제모델의 변화 조짐을 지적했다.
신발 등 단순상품 수출로 거둔 이익을 재투자, 반도체 등 정밀제품 제작에 투자해 국부를 쌓는 동아시아 경제성장 모델은 일본이 가장 앞서 실현했다.
그뒤를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 태국 등이 따라가는 동아시아 모델은 종종 ‘나는 기러기떼’에 비유되곤 했다.
하지만 중국은 기러기 대열에 끼지 않았다.
중국은 생리대부터 반도체에 이르는 단순제품과 정밀제품을 동시에 만든다.
<이코노미스트>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기러기떼의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양하다고 분석했다.
기러기떼의 선발인 일본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혜택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러기떼의 중간에 있는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갇히게 될 처지라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경제학자인 앤디 시에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19세기 미국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한다.
노동잉여는 임금을 낮은 상태로 유지하고, 가격이 떨어진 탓에 소비는 계속 늘어난다.
중국 상품들은 모든 가치사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세계 가격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반면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자문위원인 클리프 탄이나 골드만삭스의 중국 경제 전문가인 프레드 후는 ‘견인차론’의 대표주자다.
이들은 “만약 중국이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위한 엔진 역할을 한다면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이 누려보지 못한 번영을 누릴 것이며, 이럴 경우 외국인 직접 투자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프레드 후는 “중국은 궁극적으로 미국을 대신해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시장이 될 것이며, 이들에게 중요한 투자자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가 경쟁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해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전자제품을 수입하면서 새로운 수출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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