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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막의 인터넷 장막을 걷어라
[이스라엘] 사막의 인터넷 장막을 걷어라
  • 성일광
  • 승인 200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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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바샤르 대통령 정보통신부 신설 등 아랍 개방물결 주도 “야후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야후나 핫메일 접속을 시도하다가는 안내인에게 제지를 받기 일쑤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스파이에게 국가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시리아는 이처럼 사회주의와 아랍 가부장제가 결합된 ‘철의 장막’에 싸여 있다.
인터넷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 말은 최소한 시리아에서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난 6월10일 뇌일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하페즈 아사드 대통령 후임으로 아들 바샤르 아사드(34)가 취임하면서 인터넷에도 조금씩 해빙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
인터넷망, 내년까지 20만회선으로 늘린다 바샤르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든 최초의 인물로 꼽힌다.
게다가 취임 전 시리아정보통신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굵직굵직한 일들을 추진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지난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 것이나 무선전화를 개통한 것도 그의 노력 덕택이었다.
정보통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취임 뒤에도 이어졌다.
먼저 정부조직을 개편해 정보통신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포메이션’이라는 TV쇼를 만들어 매주 금요일 국민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교육하게 했다.
한번은 북쪽 지방에 사는 14살짜리 소년이 TV쇼에 전화를 걸어 “동네에 컴퓨터가 부족하다”고 호소하자 곧바로 컴퓨터와 스캐너를 ‘하사’하기도 했다.
정보통신협회에는 정보통신 관련 용어를 아랍어로 편찬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바샤르는 몇몇 다국적회사의 도움을 받아 7천회선에 불과한 인터넷망을 내년까지 20만회선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리아는 아랍에서 정보통신 기술이나 기반이 가장 낙후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인구 1700만명 가운데 인터넷 가입자는 겨우 5천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정부, 은행, 대학교, 외국 대사관 등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가입비는 한달 평균 임금에 맞먹는 100달러이며, 매달 기본사용료는 22달러에 이른다.
일반인에게 인터넷은 돈 먹는 기계일 뿐이다.
게다가 인터넷에 가입하려면 재직증명서나 수입인지를 붙여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때 안과의사였던 바샤르는 시리아 지도층 가운데 유럽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맛본 몇 안되는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아버지 하페즈가 평생 시리아를 떠난 적이 거의 없던 것과는 달리 90년 초 런던병원에서 2년간 유학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인지 바샤르 대통령은 아랍의 개방물결 선두에 서겠다고 다짐해왔다.
정보통신 정책은 그의 의지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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