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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주가 폭락은 '포스트PC' 전주곡?
[포커스] 주가 폭락은 '포스트PC' 전주곡?
  • 최욱(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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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인텔·델 등 미국 PC업체 잇따른 수익악화 전망…PC산업 경기정점 논란 가속
최근 미국 증시의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PC 산업이 될 것이다.
9월30일 애플컴퓨터가 “올 회계년도 4분기 수익이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발표한 뒤, 애플의 주가가 하루만에 자그마치 52%나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애플의 주가하락은 세계 최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인 인텔의 수익둔화 발표에 이어 PC 산업의 경기정점 논란을 부추기면서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PC 산업의 경기정점 논란은 PC에 사용되는 인텔 칩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발표에서부터 비롯했다.
인텔은 9월25일 매출 및 수익이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수익전망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은 유로화 약세로 유럽 지역의 수요가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계 전체의 PC 수요 둔화가 주원인이 아님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메타그룹 역시 “올해 PC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수요 둔화 전망을 일축했다.
그러나 인텔과 메타그룹의 이러한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과 5일만에 애플은 수익전망 악화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 세계적 PC 매출둔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PC 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는 애플을 비롯해 컴팩, 휼렛팩커드, 게이트웨이, 델 컴퓨터 등 대형 PC 제조업체들의 투자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모건스탠리딘위터 역시 PC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애플의 수익악화는 애플의 문제일 뿐?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이번 일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게이트웨이의 CFO 존 토드도 “애플의 수익 악화는 애플에 국한된 문제일 뿐”이라며 이번 사태에서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컴팩을 비롯한 다른 PC 업체들도 “분석가들의 기존 수익전망치 달성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자신들의 매출전망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애플의 이번 주가폭락 사태를 ‘애플만의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게이트웨이의 경우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5%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으며, 신학기 매출도 예상대로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애플의 신제품인 ‘G4 큐브’ PC의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했고 아이맥(iMac) 역시 3년이나 지난 구형 모델의 외형만 교체함으로써 소비자 공략에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애플은 또한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시장에서도 신학기 매출 부진으로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
시장조사기관인 테크놀로지비즈니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16.5%에 그쳐 델컴퓨터의 21.4%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석가들의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PC 수요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지난 10여년간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온 PC 산업이 경기정점을 지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PC 산업 분석가인 US밴코프파이퍼재프리의 애쇼크 쿠마르는 “PC 판매 증가율이 지난 10년간의 평균치인 16%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컴팩컴퓨터 역시 “향후 3∼4년간은 15% 전후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델컴퓨터도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PC 판매 둔화에 대한 가능성이 수없이 제기돼 왔지만 늘 잘못된 전망이었다”며, “향후 수년간은 15∼18%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4분기 PC 판매량이 19%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올해 전체로는 17%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IDC는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PC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해 전체 PC 예상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6%나 늘어난 19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살로몬스미스바니의 분석가 리차드 가드너는 “애플의 실적전망 악화는 전 세계적인 PC 수요 둔화와 관계가 있으며, 이는 유가상승과 금리인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드너는 또 “PC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시스템 가격을 경쟁적으로 높인 것도 매출전망 둔화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 여부가 최대 변수 이처럼 PC 산업 경기정점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업이 아닌 가정 소비자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정 시장이 전체 P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45%, 유럽이 35%에 이른다.
이 시장은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만약 미국의 경기가 지난 수년간의 고성장을 마감하고 둔화된다면 PC 시장 역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럽의 경우도 최근의 유로화 약세와 유가상승이 지속된다면, 경기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10월4일 프랑스 국립통계청이 발표한 올 9월의 소비자신뢰지수 급락은 이러한 유로지역 경기둔화론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주요 PC 제조업체들은 이미 포스트PC 시대의 도래를 준비하고 있다.
델컴퓨터는 기존 데스크탑 PC에서 벗어나 이동통신 기능을 강조한 랩탑컴퓨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분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은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40~5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컴팩 역시 기존 PC 사업의 이윤률이 떨어지고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인터넷 기기 및 서버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컴팩은 “이 분야의 보급률이 아직 낮기 때문에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PC 업체들, 이미 포스트PC에 대비 이처럼 대형 PC 제조업체들이 포스트PC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10월4일 발표된 델컴퓨터와 반도체 메모리 칩 생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매출전망 발표는 PC 산업의 전망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델컴퓨터는 “유럽 지역의 수요 감소와 중소기업 부문의 매출 둔화로 인해 10월로 마감되는 3분기 매출이 당초 전망치보다 약 3%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01 회계년도 전체매출도 전년대비 27%가 증가한 32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델컴퓨터의 지난 회계년도 매출은 253억달러였으며, 당초 올해 매출증가율 전망은 30%였다.
이에 반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생산비용 하락과 PC 수요의 강세로 인해 4분기 실적이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상회했다”며 최근 PC 업계의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제품별로 구체적인 실적을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마이크론의 실적을 주도한 것은 대용량 메모리 PC와 서버 컴퓨터에 대한 수요의 폭발적 증가였다.
마이크론은 “노트북과 데스크탑 PC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으며, PC 생산실적은 전체적으로 볼 때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99년 마이크론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했던 PC 매출이 올해 들어서는 15%까지 줄어든 것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마이크론은 “앞으로는 휴대폰과 같은 비(非) PC 부문의 성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PC 산업의 경기정점에 대한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PC 제조업체들의 장기적 전략이 PC에서 이동통신을 포함한 다른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PC 산업의 선행지수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역시 경기논쟁에 휩싸여 있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투자자들이 PC 관련 업종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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