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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MMF의 손실위험 감지법
[펀드인사이드] MMF의 손실위험 감지법
  • 최상길(제로인)
  • 승인 2001.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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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금리연동형 펀드로 번역되는 MMF(Money Market Fund)는 우리나라 투신사들이 사실상 확정금리(장부가 채권평가)로 판매하는 유일한 펀드형 금융상품이다.
MMF는 금리보장 성격 외에 콜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 실현이 가능해 최근까지만 해도 기관투자가들에게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다.
지난해 말 26조8천억원이었던 MMF는 기관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3월23일 45조원으로 3개월도 못돼 18조2천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던 MMF 수탁규모가 지난 4월 말 일주일 동안 무려 6조원이나 빠져나가며 투신권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갑작스런 대규모 자금인출은 투신사 및 증권사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해 자금인출 중단 등 부도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는데다 보유 채권이 시장에 매각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채권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진정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이번 MMF 위기의 근본원인을 이해하려면 MMF와 관련 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MMF의 ‘1% 조정 룰’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1월14일 시행된 이 제도는 채권의 시장가격 하락으로 MMF에 1% 이상 손실 우려가 있을 때 투신사는 채권을 장부가 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취지는 투신사의 부실원인 제거와 투자자간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MMF는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즉시 돈을 내주고 채권을 시가로 매각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때 채권 매도가격이 장부가보다 낮아 손해를 보게 되면 남아 있는 고객이 손실을 떠안게 된다.
정부는 이런 맹점 때문에 시가와 장부가의 괴리율이 1% 이상 벌어지거나 그럴 위험이 있을 때 미리 수익률을 조정토록 한 것이다.
최근 MMF 수탁고 급감은 채권 가격 급락으로 이같은 우려가 증폭된 가운데 일부 투신사가 1% 조정룰을 서둘러 작동하면서 비롯했다.
때마침 채권 가격이 상승세로 반전돼 자금인출이 진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곤 하나 몇가지 근본 문제들이 치유되지 않는 한 MMF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
정부는 채권의 잔존만기를 더 단축하고 조정시점을 1%에서 금융선진국 수준인 0.5%로 좁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제도 개선책도 중요하지만 만기규제 대상 채권에 국공채를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국공채 소화촉진이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이 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불안심리에 따른 자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시가와 장부가 격차를 공시토록 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MMF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투신사들이 펀드 운용내용을 충분하게 공시하지 않는 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사전에 손실 위험을 감지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가급적 대형 펀드(5천억원 이상)에 가입하되 금리 상승기(채권가격 하락기)에는 가입한 펀드의 수탁규모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수탁규모가 급감하면 손실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때는 판매사에게 시가-장부가 격차 등 상황을 문의한 후 뚜렷한 해답을 주지 못하면 자금을 인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리 급변기에 타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MMF와 채권편입비율이 50%를 넘는 펀드도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채권편입비율이 높으면 금리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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