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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공을 사고파는 CEO 시장
2. 성공을 사고파는 CEO 시장
  • 박규호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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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평가가 있는 CEO 시장 필요…기업과 기업가의 운명이 함께하는 경영을 위해
CEO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헤드헌터들은 유능한 CEO급 인사들을 찾아 헤맨다.
CEO라는 주식의 가치를 매기는 사이트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CEO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는 역부족이다.
외환위기와 뒤이은 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 한국 경제를 주도하던 재벌그룹이 위축되고 벤처기업이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그룹에서 경영능력을 갖춘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기 시작했다.
CEO급 인사들 몸값이 시장에서 떠돌고 지명도를 갖춘 인사들의 스카우트가 샐러리맨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CEO 시장의 단초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벤처기업이 처한 상황에 걸맞은 CEO를 영입하고, 영입한 CEO가 제 구실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여전히 난제에 든다.
CEO 영입은 CEO의 판단능력이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 없이 지명도에만 의존하고 있다.
급팽창한 기업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수익모델의 부재로 야기된 위기를 단기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응급처방인 경우가 많다.
벤처에서 CEO 시장은 왜 중요한가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는 CEO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경제성장 과정이 재벌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소유와 경영이 실질적으로 분리되지 않았고 독자적인 전문 경영인이 길러지지 않았다.
경영능력을 갖춘 인력은 재벌그룹 안에서 내부화되고 경영인력 교류도 폐쇄적으로 이뤄져 독자성을 갖추기 어려웠다.
벤처기업이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에 따른 인력수요 공백과 코스닥시장 활황에 힘입어 급성장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줘야 할 시기다.
비로소 실질적인 의미에서 CEO가 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벤처기업에 CEO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EO 시장은 CEO를 공개적으로 점검하는 장이자 CEO에게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해 일정한 훈련을 강요하는 기제이다.
CEO에 관한 정보가 공개적으로 유통돼 평판이 형성되고 몸값이 대중적으로 결정됨으로써 CEO 육성이 촉진되고 CEO를 적재적소에 공급할 가능성이 커진다.
CEO에 대한 독립적인 판단은 CEO와 기업을 분리해 해당 기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기업은 죽어도 기업가는 살아남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미국에서는 CEO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대기업의 경우 사내에서 CEO로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할 경우 CEO 시장에서 외부인을 영입한다.
CEO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 각 CEO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높이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며 능력을 발휘한다.
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험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CEO들이 자신에 대한 평가에만 연연할 경우 성과 부풀리기에 주력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인 플랜보다는 단기적인 실적에 집착하는 단견주의(short-termism)에 빠질 위험이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정착시켜 CEO 시장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이사회 역할을 제고해 CEO 시장의 불완전함을 보완하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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