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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제살깎는 할인행진
[e비즈니스] 제살깎는 할인행진
  • 김찬수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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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 대부분 마이너스 이익…출혈가격 경쟁이 원인
도서정가제 입법화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찬성론자들은 그동안 인터넷 서점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출혈 할인을 해왔으며 시장이 몇개 기업으로 집중되면 결국 다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론자들은 인터넷 서점은 비용을 절감하기 때문에 더 낮은 가격에 서적을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쟁의 핵심은 인터넷 서점이 실제로 비용을 얼마나 절감하는가와 현재 할인 수준이 순이익을 낼 수 있는 정도인가이다.
“시장 선점 호기라 계속 할인한다” 인터넷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매장관리비(임대료, 유지비)와 인건비 절감이다.
유통경로의 단순화나 현금결제를 통해 공급가격을 더 낮출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터넷 서점의 경우 출판사 직거래보다는 여전히 도매상을 통한 조달 비율이 높다.
인터넷 서점에서 더 많이 까먹는 비용도 있다.
물류창고 관리비와 인건비, 배송료, 카드수수료가 여기에 해당된다.
물류창고에서 이루어지는 집책과 포장은 노동집약적이라 자동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인건비도 증가한다.
배송료의 경우 고객이 부담하지만 택배비보다 적기 때문에 차액만큼 비용이 된다.
카드 사용 비율이 오프라인 서점보다 4배 정도 높기 때문에 카드수수료도 많다.
현재의 할인가격 수준에서 인터넷 서점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인터넷 교보문고의 9월까지 매출액을 기준으로 손익계산서를 추정해봤다.
오프라인 교보문고의 경우 영업이익이 2,3% 정도다.
가격할인을 하지 않는 인터넷 교보조차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이다.
예스24도 순이익이 플러스이기는 힘들다.
예스24 박지수 기획이사는 “월 매출액이 20억 미만인 상황에서는 수익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순이익이 마이너스면서도 계속 가격을 할인하는 이유는 지금이 시장선점을 위한 쟁탈기이기 때문이다.
가급적 빨리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더 많은 매출액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매출액이 증가하는 만큼 비용이 증가하지도 않는다.
비용은 고정되고, 도서조달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다.
할인전쟁은 수익구조 악화만 불러와 최근 예스24의 가격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베스트셀러 중에서 할인율이 30% 미만인 책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것은 가격할인율 인하가 매출액과 고객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테스트해 장차 가격전략을 수정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박 이사는 “내년에는 할인율을 낮추는 대신 마일리지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 교보의 가격할인이 시행되면 이런 전략이 실행되기 어렵다.
오히려 더욱더 치열한 가격할인 경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수익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쇼핑의 즐거움과 풍부한 정보 갖춰야
<닷21> 독자들은 YES24와 교보문고를 포함한 인터넷 서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독자들은 인터넷 서점의 강점과 약점, 수익모델, 거래대상 품목의 확대 등 향후 사업전략을 평가하면서 상품으로서 서적이 갖는 특성과 인터넷 이용자들의 편의성 및 로열티 확보에 주목했다.
독자들은 인터넷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정도로는 흡족해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 수준의 단편적인 정보로는 해당 서적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불만은 역시 책은 읽어보면서 골라야 맛이라는 관념에서 비롯한다.
결국 쇼핑의 즐거움을 주면서 오프라인에서 손쉽게 구하기 어려운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면 인터넷 서점은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보 제공 차원에서 여론리더의 추천과 평가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불만요인으로는 배송이 철저하지 못하고, 사이트 및 인터페이스가 이용자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반품이나 환불 절차가 까다롭고, 도서목록이 다양하지 못한 점 등이 꼽혔다.
수익모델로는 베스트셀러만 구비해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용자의 로열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서적품목을 다양하게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았다.
소비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화된 판매전략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틈새시장을 포착해 파고드는 방안도 제시됐다.
외국의 인기 서적을 저렴하게 공급하라는 것이다.
서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확장과 관련해서는 상당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미 해당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인터넷 업체가 있고 후발로 진입하는 인터넷 서점이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대부분 서적과 관련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다이어리나 가방, 캐릭터 사업 등을 들었고 백과사전 열람서비스를 주문하는 독자도 있었다.
중고서적을 경매나 이벤트 등을 통해 팔아 자원재활용과 홍보효과를 누리고 특정 소비자를 로열티 높은 이용자로 확보하는 방안도 나왔다.
오프라인 서점의 인터넷사업부와 싸움에서는 인터넷 서점보다는 오프라인 서점이 유리할 것으로 보는 독자가 많았다.
그렇지만 현재 오프라인 서점과 해당 사이트는 이용자 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도서를 구비했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온라인 검색이 미흡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예스24는 전반적으로 인터페이스와 검색이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나, 베스트셀러와 최근 책만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인터넷 서점간 경쟁에서 독자들 평가는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온라인의 특성상 기업규모와 자금력보다는 고객에 대한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인 것으로 평가됐다.
서적관련 독서회 같은 이용자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형성은 이런 차원에서 많이 제기됐다.
박규호 연구기자 khpark@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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