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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비투비인터넷
[현장탐방] 비투비인터넷
  • 김윤지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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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하려면 '비투비'로 오라

XML/EDI 기반 전자상거래 솔루션 제공업체...오래된 경험의 무역업무 전문성 자랑
인터넷과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들 가운데에는 예쁜 이름을 가진 회사들이 많다.
네띠앙, 하우리, 코코넛, 나눔기술, 야후 등등. 기업 이름은 기업의 활동을 나타내거나 잘 포장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이름짓기에 심혈을 기울인 까닭이다.
비투비인터넷. 너무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검박하다고 해야 하나. 비투비인터넷은 이름처럼 우직스러움이 느껴지는 회사이다.

인터넷 붐이 일면서 많은 회사들이 생겼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회사를 세운 곳도 있고 재빠른 선점에 의존해 회사를 세운 곳도 있다.
하지만 비투비인터넷은 그런 회사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XML/EDI 베이스의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말만 보아서는 다른 회사들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이한주 사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나라 EDI 역사의 산증인 이 사장은 83년 무역협회에 입사한 이래 17년 동안 무역업무의 간소화, 표준화, 자동화에만 매달려왔다.
이 사장이 처음 입사했을 때 이미 미국에서는 60년대부터 EDI를 통해 무역을 해오고 있었다.
EDI는 기업간의 거래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한 표준 포맷이다.
표준 포맷이라고는 하지만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이 다를 경우 중간에서 데이터를 표준으로 바꾸고, 표준화된 데이터를 다시 기업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바꾸어 전달하는 일이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EDI는 대중화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DI를 통한 무역은 시대의 대세였다.
이 사장은 무역협회에서 글로벌 B2B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국제 EDI 표준을 번역하고 한글화해 우리나라 표준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91년 설립된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에서는 수출입승인, 신용장 부문 EDI를 시작으로 무역자동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97년에는 무역, 통관, 물류 EDI를 자동화한 KTNET시스템을 구축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무역자동화가 이루어진 경우는 드물어요. 싱가포르 정도가 우수하다고는 하는데 거긴 작은 도시국가잖아요. 우리나라가 인프라는 빨리 이루어진 거죠.” 그러나 EDI는 사용하기 어렵고 설치비와 전송료가 비싸다는 단점 때문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쓰기엔 부담이 적지 않았다.
EDI를 계속 연구해온 이 사장 역시 이런 점들을 고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98년 인터넷 확산을 타고 XML/EDI가 소개되었다.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도 “인간이 발명한 것 가운데 이만한 것이 없다”고 극찬할 정도로 데이터교환에 관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XML은 어떤 플랫폼에서나 읽을 수 있는 포맷을 제공하기 때문에 특정 회사의 제품과 관련된 특정 환경에 얽매여 생겼던 EDI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XML/EDI 유용성이 입증되자 함께 일하던 연구원들 중 반 이상이 스카우트되어 떠났다.
이 사장은 뿔뿔이 흩어지는 연구원들을 보면서, 자신의 오래된 노하우에 이제 날개만 달면 되는데 그걸 그만 썩혀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마침내 2000년 1월 함께 일하던 연구원들 11명과 함께 창업을 하면서 그는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B2B가 어려운 것은 관행 때문” 비투비인터넷의 XML/EDI 기반 전자상거래 솔루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역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다.
“XML만 안다고 솔루션이 나오는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얼마나 구매 프로세스를 간략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느냐죠. XML/EDI에서 XML이 차지하는 부분이 30이라면 EDI, 즉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해당하는 부분은 70쯤 되는 것 같아요.” 비투비인터넷은 55명의 사원들 가운데 30여명의 개발인력을 제외한 10여명이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문가들이다.
그런데도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 같단다.
각각의 업체에 알맞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솔루션을 커스터마이징하기 위해서는 계약건수당 4, 5명의 전담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인건비 부담이 많아지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나중에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까봐 많이 정형화하려고 하는데 기업들의 구매패턴이 만만치 않네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B2B 사업을 하는 진짜 어려움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기업들의 오래된 구매관행이다.
합리적인 구매와 판매를 위해서는 마켓플레이스, 즉 장터에 많은 기업들이 되도록 많은 상품을 진열하고 거기에서 많은 기업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구매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모두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오래된 거래선과 관행 때문에 하루 아침에 바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놓아도 납품기업은 형식적으로 또는 억지로 몇몇 상품만 진열하고, 구매하려는 기업도 전체 구매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정도를 구매하는 게 현재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B2B 거래 실적이 낮게 잡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거기에 어음결제니, 세금문제니 하는 것들까지 얽혀 기업들이 B2B 전자상거래를 반기지만은 않는다고 한다.
“지금 MRO(기업소모품) 정도가 B2B로 된다고 하지요. 그렇게 담당자 개인의 판단으로 구매가 결정되는 수준의 간접재 B2B는 진정한 B2B라고 할 수 없어요. 제조업체 중심의 직접재 B2B가 되어야 해요. 의사결정 행위 자체가 하나의 워크플로우화 돼서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진짜 경쟁력이 살아나죠. 지금 MRO B2B는 하도 잘 안되니까 한번 돌아간 거구요. 진짜를 해야 합니다.
‘최적화’ ‘합리화’로 가꾸는 기업문화 비투비인터넷은 프로세스의 합리화를 추구하는 기업답게 기업문화도 파격적이다.
일단 직급이 없다.
팀별로 팀장만 있다.
나이 순으로 정렬된 랭킹표를 받아 요령껏 서로 호칭을 정해 부른다.
이 사장 자신이 전에 있던 직장에서 정기인사 때마다 동요하고 신경쓰는 게 쓸데없는 낭비라고 느껴져 없애버렸다.
“최적화라는 단어가 몸에 뱄거든요.” 개발인력이 많고 업무 이야기만 하다보면 서로를 알기 힘들다며 신입사원이 들어오거나 시간만 나면 떼지어 나가 농구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협동심을 길러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단다.
이것 역시 합리적인 업무를 위한 선택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좀 해주세요. XML 잘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별로 없구요, 무역 전문가들은 우리 회사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경력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가 키워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되요.” 사장이 아닌 일반 연구원이 습관처럼 하는 말이라며 던진 말이다.
자신감있는 벤처의 모습은 이렇게 크지 않은 데서 드러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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