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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연구] 버티컬코리아
[투자연구] 버티컬코리아
  • 이정환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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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본때를 보여주마
섬유산업 B2B 파텍스닷컴으로 성공예감…무한기술투자 10억원 투자
브라질 삼바 축제에는 마피아들도 한몫을 한다.
마피아들이 조금씩 공짜로 나눠주는 마약은 광란의 축제를 절정으로 이끌어간다.
최근 유행하는 이른바 ‘공짜 마케팅’인 셈이다.
문제는 공짜라고 발을 들여놓다 보면 나중에는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에는 가산을 탕진하면서까지 마약에 매달리게 된다.


극단적인 비교지만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기업들의 오랜 관행을 깨뜨리고 B2B가 개입할 여지는 좁아 보인다.
어떻게든 ‘당근’을 쥐어주면서 B2B의 맛을 보게 하는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빠져나올 수 없게 될 것이다.
시장 개척은 어렵지만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B2B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기업 관행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것이다.
무한기술투자는 최근 섬유산업 전문 B2B 사이트 파텍스닷컴 www.fatex.com을 운영하는 버티컬코리아 www.verticalkorea.net에 10억원(주당 4만원, 액면가 5천원의 8배수)을 투자하고 11.52%의 지분을 확보했다.
버티컬코리아는 섬유, 패션 분야를 시작으로 화학, 식품, 생명공학 등으로 B2B 사업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버티컬코리아의 첫번째 작품인 파텍스닷컴은 중소업체들을 위한 무료 홈페이지 서비스와 컨설팅, 전자카탈로그 서비스 등이 호응을 얻으면서 국내외 회원사가 2천개를 넘어섰다.
버티컬코리아의 투자심사를 담당했던 무한기술투자 김경술 e비즈팀장(선임심사역)은 “오프라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장을 정확하게 꿰고 있는 확실한 B2B 사업모델”이라고 평가했다.
  • 투자포인트1 시장현황 섬유산업, 아직 죽지 않았다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지난해 WTO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중국과 이탈리아, 독일, 미국에 이어 여전히 세계 5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171억달러,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1.9%에 이른다.
    아직도 100명 가운데 15명이 섬유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저가품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섬유산업은 2005년 무렵이면 220억달러 규모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섬유산업연합회 추산) 세계 10대 섬유수출국 가운데 7개국이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섬유산업이 더이상 후진국형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OEM 방식의 대량생산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외국은 과감한 공정 개선과 신소재 개발 및 첨단화에 성공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빠르게 변신했다.
    우리가 ‘섬유산업 죽이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섬유산업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금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영원히 도태될지 모른다.
  • 투자포인트2 사업전망 B2B,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B2B가 유망하다고 법석을 떨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내세울 만한 B2B 기업이 없다.
    왜일까. 버티컬코리아 임흥기 사장은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난데없이 왠 구조조정이냐고? 합리적인 기업관행이 정착돼야 B2B 문화도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끝내 기존의 거래선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어음결제가 안되는 것도 큰 문제다.
    연고로 묶여 있는 구매담당자들의 반발도 심하다.
    하나같이 그런 것 필요없다고 잡아뗀다.
    중소기업들은 거래실적이 드러날까봐 처음부터 관심도 없다.
    대기업들은 하청업체와 연결해 자체적으로 B2B 사이트를 만들려고 한다.
    나누기보다 혼자 집어삼키려고만 한다.
    KAIST 경영대학원 김성희 원장은 최근 강연에서 “B2B는 셰어링 메커니즘”이라고 강조했다.
    똑같이 나누려면 다툼이 생기는 법. 반으로 나누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품 및 원재료 조달비용이 큰 산업에 B2B가 적합하다고 한다.
    자동차나 조선, 음식료, 섬유산업 등이 그렇다.
    이미 세계적인 B2B 사이트들이 하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에는 세계 최고의 사이트만 살아남게 된다.
    우선 국내에서 튼튼한 기반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국내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 뒷받침해줘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계 5위의 섬유강국인데다 1위 중국, 8위 일본과 인접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섬유산업 B2B가 뿌리내리기에 가장 비옥한 토양이다.
  • 투자포인트3 사업성 B2B하면 돈 번다 전자상거래조합 송태의 이사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세미나에서 “섬유산업은 구매자 및 판매자가 지역적으로 분산돼 있고 시장지배적 구매자나 판매자가 없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B2B에 적격”이라고 말했다.
    무한기술투자 김경술 팀장도 “국내 섬유산업은 자체 생산이 9% 미만인데다 다단계 공급망을 갖춘 저부가가치 산업이어서 B2B의 최적 환경”이라고 말했다.
    버티컬코리아 임흥기 사장은 B2B로 전환할 경우 업체마다 평균 5~35%의 구매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흔히 1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의류회사는 30억원만 남겨도 ‘잘한 장사’라고 한다.
    500억원의 원부자재를 구매할 때 B2B를 통하면 적게는 25억원에서 많게는 175억원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루 아침에 순이익이 다섯배까지 늘어난다.
    임 사장은 “잘 파는 것보다 잘 사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 투자포인트4 수익모델 거래량의 3% 수수료, 연간 2조원? 국내 섬유 관련 업체는 제조, 유통을 합쳐 20만개에 육박한다.
    중소기업이 85%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구매 조달 경로는 꽤나 원시적이다.
    관련 업체가 너무 많고 기업 규모가 천차만별이라 대개는 구매담당자들의 인맥에 의존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싸게 양질의 원부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오래된 관행대로 흘러갈 뿐이다.
    파텍스닷컴은 2천여 업체를 회원사로 확보하고 10만여 제품의 구매목록을 구비하고 있다.
    회원사들이 구매목록을 검색하고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면 적합한(가장 싸게 가장 빨리 가장 정확히 공급할 수 있는) 공급자를 물색해 주문사항을 전달해준다.
    샘플 발송을 포함한 구매의 모든 과정은 파텍스닷컴이 일괄처리한다.
    물론 대금결제와 상품배송은 파텍스닷컴이 보장한다.
    거래가 끝나면 파텍스닷컴이 중개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공급자 계좌로 이체해준다.
    파텍스닷컴은 거래대금의 3%를 수수료로 받는다.
    지난해 국내 섬유산업의 시장규모는 67조원. 소매 부문 28%를 빼면 기업간 거래규모는 48조원에 이른다.
    5%의 수수료를 감안하면 수수료 수익만 연간 2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장악하는가다.
  • 투자포인트5 경쟁력 규모의 경제로 승부한다 성장성이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버티컬코리아의 파텍스닷컴이 첫 깃발을 들었고 비슷한 시기에 홍콩에서는 아이텍스타일닷컴 www.i-textile.com, 트레이드텍스타일닷컴 www.tradetextile.com이 문을 열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의 텍스타일솔루션스닷컴 www.textilesolutions.com이 버티고 있다.
    파텍스닷컴은 일단 지리적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연계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섬유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할 수 있다.
    파텍스닷컴은 최근 영문 사이트를 개설하고 해외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고만 살아남으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버티컬코리아는 올해 초 미국계 벤처캐피털인 아시아웹네트워크와 1천만달러의 투자 협약을 맺었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파텍스닷컴의 회원사와 상품 데이터베이스는 세계 최대 규모다.
    B2B를 뿌리내리기 위해 파텍스닷컴은 방대한 양의 ‘당근’을 살포할 계획이다.
    중소기업들에게 무료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신제품 출시마다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전자카탈로그를 무료로 제작해준다.
    디자인 CAD 시스템을 빌려주기도 하고 상표와 특허출원을 대행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섬유전문 MRO 시스템을 개발해 회원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패키지로 묶은 구매조달 시스템을 대량 배포해 진입장벽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무료 컨설팅을 제공할 ‘디자인센터’와 국내외 마케팅을 지원할 ‘비즈니스센터’도 회원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한기술투자 김경술 팀장은 “후발업체들이 뒤늦게 뛰어들겠지만 결국은 자본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 팀장은 “대개는 정면대결을 벌이기보다는 파텍스닷컴과 손잡고 일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 투자포인트6 성장성 2002년 나스닥 상장 목표 파텍스닷컴은 올해 말까지 회원사를 7천개로 늘릴 계획이다.
    상품 데이터베이스도 40만개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섬유업체인 일신산업이나 태광산업, 광희실업 등을 회원사로 확보하고 있고 국내외 대기업들과도 협의를 진행중이다.
    버티컬코리아 임흥기 사장은 39쇼핑 방송총괄팀장과 한국정보통신 인터넷담당이사, 하나쇼핑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전자상거래 전문가다.
    버티컬코리아에는 임 사장 외에도 LG텔레콤 무선인터넷팀장 출신인 인치욱 이사, KAIST 공학박사 출신으로 데이터베이스 전문가인 최광호 박사, 국제상사 출신으로 섬유영업 경력 20년의 김안호 이사 등 쟁쟁한 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버티컬코리아는 초기 진입단계를 벗어나 실질적인 거래 체결단계에 들어섰다.
    올해 252억원 매출에 2억7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 쪽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2003년에는 2조520억원의 매출에 3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초대형 기업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버티컬코리아는 2002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다.
  • 투자포인트7 향후 과제 거래창출과 대외경쟁력이 관건 최근 홍콩에서 열린 패션위크에서 파텍스닷컴의 사업모델은 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파텍스닷컴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섬유산업을 수직적(버티컬)으로 명쾌하게 묶어냈다.
    발로 뛰어다닐 필요도 없고 지루한 협상도 사라진다.
    게다가 훨씬 싸고 정확하다.
    이제 관건은 어떻게 회원사들을 끌어들이고 실제로 거래를 창출할 것인가다.
    임 사장의 지적처럼 당분간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고질적인 관행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동시에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대외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단 하나의 사이트만 살아남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버티컬코리아는 무주공산을 선점했다 무한기술투자 김경술 e비즈팀장 돈이 모이는 회사다. 푼돈에 연연하지 않고 펑펑 쓰면서 시장을 키워갈 수 있는 튼튼한 회사다. 설립 1년도 안되는 회사 가치가 100억원을 넘어선다면 누가 믿겠는가.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임흥기 사장을 설득해 어렵사리 끌어낸 투자였다. B2B가 만능은 아니지만 섬유산업 B2B는 확실히 돈이 되는 사업이다. 일단 시장규모가 뒷받침된다. 사양산업이라고 얕잡아보지만 우리나라 GDP의 18%를 차지한다. 관련 업체도 크고 작은 것까지 합하면 무려 17만개나 된다. 섬유산업은 기본적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큰 고비용 저부가가치 산업이다. B2B를 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버티컬코리아는 무주공산을 선점했다. MRO와 무료 홈페이지,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포함한 구매조달 시스템을 패키지로 묶어 대량 배포할 계획이다. 인터넷 마인드가 없는 영세한 중소기업들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오랜 관행을 하루 아침에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합리적이고 훨씬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고지식한 구매담당자들을 설득하는 게 최대 과제다.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B2B가 정착되고 거품이 빠지고 나면 과거 섬유강국의 명성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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