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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포트] DVD ‘원년’ VCR ‘노년’
[마켓리포트] DVD ‘원년’ VCR ‘노년’
  • 유춘희
  • 승인 2001.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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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플레이어 지난해부터 판매 급증…국산·외제, 시장 선점 경쟁 치열
TV가 처음 나왔을 때, 그리고 VCR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제 영화관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언제나 빗나갔다.
DVD(Digital Versatile Disk)가 등장하자 또다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믿음의 강도는 TV와 VCR 때보다 훨씬 강하다.
사람들이 갈수록 편안함을 찾는데다 DVD의 화질과 음향이 영화관보다 못할 게 없어 극장에 가지 않고 거실에서 영화를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DVD는 디지털TV와 함께 ‘안방극장’(Home Theater)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안방극장이란 말은 VHS 방식의 비디오테이프가 나왔을 때도 나돌았지만 생생하지 못한 화면과 음향 탓에 구두선에 그쳤다.
그러나 DVD가 내뿜는 그림과 소리의 질이라면 극장이 주는 감흥을 만끽할 수 있다.
DVD플레이어와 널찍한 화면의 디지털TV, 고성능 앰프와 스피커를 갖추면 거실은 극장으로 바뀐다.
안방극장의 주연은 이제 TV가 아니라 DVD플레이어다.
타이틀의 영상과 음성 신호를 읽어 앰프와 TV로 보내주는 이 장치는 VHS 테이프를 재생하는 VCR 같은 역할을 한다.
DVD플레이어는 상당히 많은 모델이 시장에 나와 있고 기능도 가지각색이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인 DVD플레이어는 음악CD, 비디오CD, DVD를 지원한다.
최근에는 CD-R과 CD-RW는 물론 MP3와 가라오케까지 지원하는 모델도 나왔다.
LD(레이저디스크)를 지원하거나 VHS 테이프를 돌리는 콤보 제품도 있다.
DVD가 유일하게 VCR에 밀리는 것은 재생만 할 수 있고, 녹화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메이저 영화사까지 한글타이틀 공급 현재 국내 DVD플레이어 시장은 국산과 외국산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DVD플레이어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는 주로 VCR을 만드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그리고 오디오 기기를 생산하는 아남전자, 뮤테크(태광산업), 이트로닉스(인켈) 등 6곳이다.
외국산으로는 일본의 소니와 파이오니아 제품의 인기가 좋고 파나소닉과 필립스, JVC 등이 뒤를 쫓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JNC가 20만원대라는 싼 가격을 들고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 가전제품 가운데 눈앞에 가장 가까이 온 제품으로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를 뽑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 현재의 시장 상황이 “80년대 초반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뀔 때 생산업체간에 펼쳐졌던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올해를 ‘한국 DVD 원년’이라고 단언한다.
DVD플레이어는 ‘차세대 영상매체’란 이름으로 97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지만 IMF 한파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다.
한해 고작 5천대가 팔릴 정도로 제자리걸음을 하다 지난해 중반 3만대 벽을 넘었다.
보급이 늘기 시작한 것은 이제까지 걸림돌로 지적됐던 빈약한 타이틀이 풍부해진 탓이다.
국산 타이틀 제작업체가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됐고, 한글자막을 넣은 타이틀을 공급하는 메이저 외국계 영화사도 늘었다.
특히 올해 초 한국영상협회 주관으로 DVD플레이어 업체와 타이틀 업체가 참여한 ‘온 국민 DVD 문화 보급행사’에서 증정 타이틀과 함께 팔려나간 플레이어가 2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돼 업계를 흥분시켰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영상협회 유남진 사무국장은 “지난해 총 판매대수가 6만대 정도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두달 동안 이벤트로만 판매한 대수가 2만대라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라며 “하반기에 디지털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DVD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최근 LG홈쇼핑, CJ39쇼핑, 씨엔텔 등 대형 홈쇼핑 업체들이 DVD플레이어를 타이틀과 묶어 판매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기획상품전을 펼치고 있는 한겨레마을 관계자는 “시작한 지 20일 만에 50세트 넘게 팔았다”며 “경기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홈쇼핑에서 70만원대의 고가제품이 이처럼 팔려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한다.
DVD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중저가 신제품 잇따라 출시 업계는 올해 DVD플레이어 내수시장 규모가 지난해의 4배가 넘는 25만대, 많게 잡으면 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제까지 수출에 주력했던 업체들이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며 도약 단계인 내수에 뛰어들고 있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디지털비디오사업부 오장환 이사는 “지난해 한국 업체가 수출한 DVD플레이어는 500만대 정도였지만, 내수에선 그 1%도 팔지 못했다”며 “올해는 다양한 타이틀이 나오고 전문 대여업체와 DVD방이 급격히 늘 것으로 보여 시장이 급신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시장 활성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DVD플레이어는 그동안 ‘고가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엔 가격대가 다양해지고 보급형 중저가 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반보다 가격이 30% 이상 내려 국산은 30만~40만원이면 살 수 있다.
고급형 VCR보다 5만원쯤 싼 수준이다.
하드웨어 업체와 타이틀 업체가 두 제품을 묶어 원래 가격보다 30% 할인해 파는 이벤트를 활용하면 훨씬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DVD플레이어 업체들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시장을 키우고 있다.
재생 기능만 있는 보급형에서 벗어나 MP3나 읽는 기능, 녹화 기능, 인터넷 접속, 게임 기능 등을 부가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작정이다.
이미 5개 모델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1개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고, LG전자는 2개 모델을 더 얹어 6개 모델을 갖출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상반기에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해 가격을 낮춘 두번째 모델을 내놓는다.
이트로닉스는 4월 초 2개 모델을 더 내놓고, 아남전자도 음향 기능을 보강한 제품을 곧 출시할 계획이다.
외국에서 호평받는 국산, 국내선 고전 DVD플레이어의 보급률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 회사인 IDC에 따르면 DVD플레이어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00만대에서 올해 1700만대로 증가하고 2004년에는 4200만대로 늘어나 3800만대의 VCR 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지난해 보급률이 20%를 넘어 가전제품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수요가 확산된 제품으로 꼽힐 정도다.
우리나라 DVD플레이어 산업은 해외 시장에서는 정상급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수출한 물량만 500만대(로열티 때문에 정확히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에 이른다.
지난해 세계 시장 규모가 130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물량이다.
현재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은 일본의 소니와 파이오니어, 도시바 등 3개 업체다.
대수 점유율로 치면 한국의 두 업체가 5대 메이저에 드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고품질 이미지보다는 저가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 흠이다.
외국 시장에서 이처럼 각광받는 한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홀대받는 건 역설적이다.
서울 용산전자랜드의 판매업체인 코리아나의 김민후(34)씨는 “현재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일본산과 국산의 비율이 6 대 4 정도”라고 말한다.
“국산이 일본산의 브랜드 파워를 따라가지 못하는데다 가격에서도 밀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일본산은 국산과 가격이 비슷하고 밀수품일 경우엔 오히려 국산보다 싸다.
예를 들어 대우전자 보급형인 DQD-2000이 32만원에 팔리는데 비슷한 기능의 소니 저가형 제품 DVP-S336은 35만원 안팎이다.
국산이 푸대접받는 또다른 이유는 소비자들이 제품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98년부터 DVD를 즐겨봤다는 남규철(32)씨는 “국산 플레이어가 외국의 타이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PC의 부팅처럼 응답속도가 느려 구매를 꺼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한국제품 사용자모임이 생길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고, MP3나 CD-RW 등 거의 모든 미디어를 읽을 수 있는데다, 애프터서비스도 원활하기 때문에 국산 구입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중화 여부가 관건, 감성세대를 잡아라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해 성공하려면 기존 것과 확실한 차별성과 편리함을 갖춰야 하고, 지원되는 소프트웨어도 풍부해야 한다.
이는 수많은 부침을 거듭한 컴퓨터 업계에서 이미 사실로 입증됐다.
DVD는 과연 시장에서 성공해 대중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LD 꼴이 날지도 모른다거나 녹화 기능이 없어 VCR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DVD가 VCR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 나아가 현재 쓰이고 있는 모든 디지털 데이터의 저장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DVD를 탑재한 캠코더도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DVD가 뜨기 위해서는 확실한 추진력, 즉 티핑(Tipping)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티핑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캐즘’(이전 소비에서 다음 소비로 넘어가는 과정에 존재하는 큰 단절)을 뛰어넘기 위한 것으로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 세가지 원칙에 따른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휴종 수석연구원은 “DVD가 성공하려면 감성세대인 10~20대의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해 전염병처럼 번지게 해야 하고, 특이한 경험을 소비자에게 심어줘 고착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떤 영화를 DVD로 봤더니 정말 기가 막히더라는 기억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황의 힘으로 표현되는 환경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됐다”고 본다.
DVD 사업이 발전하기 위한 환경은 디지털이라는 화두 하나로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VHS가 보급되는 데 6년, CD가 LP를 몰아내는 데는 4년이 걸렸다고 한다.
DVD는 이를 몇년 만에 달성할 수 있을까. 시장조사 회사의 분석이 맞다면 VCR 판매대수를 누르는 2004년이 될 듯하다.
‘안방극장’ 실감나네!
DVD는 애초 크고 불편한 LD(레이저 디스크)를 개선하고 비디오 기능을 좀더 보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 처음엔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igital Video Disk)로 표기했다.
그러다가 전자업체들이 DVD 표준규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 용도가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명칭도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igital Versatile Disk)로 바뀌었다.
DVD 관련 표준으로는 영화와 같은 영상물을 담는 DVD-Video, 음악을 담는 DVD-Audio, 기존 CD-ROM에 대응하는 DVD-ROM과 DVD-RAM, DVD-R, DVD-RW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VHS 테이프와 DVD의 차이를 “복사한 사진을 팩스로 받은 것과 원본의 차이”라고 표현한다.
VHS 테이프나 이를 디지털화한 비디오 CD는 수평해상도가 240라인 정도지만 DVD는 두배가 넘는 500라인이다.
게다가 스피커 6개와 연결돼 극장 수준의 입체음향을 재현하고, 135분짜리 영화를 1장의 디스크에 담을 수 있다.
또 8개 언어로 더빙하고 32개 언어의 자막을 넣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영화 마니아들이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DVD는 어떤 특성 때문에 이렇게 높은 수준의 화질과 음질을 보장하고 막대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걸까. DVD는 음악용 CD처럼 표면에 미세한 요철을 넣는 식으로 디지털 신호를 기록한다.
하지만 DVD는 CD보다 요철 간격이 가까워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한다.
보통 CD의 요철 간격이 0.9~1.6미크론인데 비해 DVD는 0.4~0.75미크론으로 훨씬 촘촘하다.
또 디스크 양면을 다 쓸 수 있고, 한쪽 면에 두개 층을 두어 층별로 다른 데이터를 수록할 수 있어 최대 17GB까지 담을 수 있다.
고화질 데이터를 담기 위한 압축기술은 기존 비디오CD가 쓰는 MPEGI(압축률 450 대 1)이 아니라 최신 MPEGⅡ(압축률 28 대 1)를 활용한다.
VHS나 비디오CD가 352×240(약 8만4천 픽셀)에 초당 30프레임 수준이지만, DVD는 그보다 4배 높은 720×480(약 34만 픽셀)에 초당 60프레임을 제공한다.
따라서 역동적인 화면도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음질도 똑같은 디지털이지만 CD보다 훨씬 낫다.
DVD-Audio 음향 포맷인 AC-3(돌비시스템 규격)는 일반 CD의 스테레오(2채널)보다 훨씬 많은 채널을 지원해 현장감과 박진감을 더해준다.
전방의 좌우와 가운데, 후방의 좌우에 달린 5개 스피커가 각기 다른 사운드를 내고 하나의 서브우퍼가 저대역 음향을 강조하기 때문에 영화 속에 있는 것처럼 공간감과 이동감을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DTS(미국 디지털씨어터시스템사가 고안한 극장용 음향시스템) 효과를 지원하는 타이틀이 늘면서 AC-3보다 풍부한 느낌의 5.1채널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DVD운명, 타이틀이 열쇠
사실 DVD는 익숙한 매체가 아니다.
플레이어 보급률도 낮고 출시된 영화나 음악 타이틀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97년 우리나라에 DVD가 들어왔을 때 나온 타이틀은 고작 10개였다.
그동안 DVD 업계는 플레이어 보급이 먼저냐 타이틀 개발이 먼저냐 라는 ‘달걀과 닭’ 싸움을 벌였다.
그럼에도 타이틀은 98년 30개에서 이듬해 60여개로 늘어나고, 지난해 드디어 전성기(?)를 맞는다.
무려 680여개의 타이틀이 출시된 것이다.
DVD플레이어가 4년 동안 10만대가 팔리는 게걸음을 한 데는 소비자의 인식 부족도 작용했지만 “볼 만한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불만도 한몫했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용’(DVD 비디오 재생은 지역별로 나누어 관리한다.
플레이어와 타이틀의 코드번호가 일치해야 재생이 된다.
지역코드가 3번인 한국 DVD플레이어로 1번 코드를 가진 미국 타이틀을 볼 수 없다.
이는 각국의 영화 개봉일이 다르기 때문에 메이저 영화사들이 흥행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만든 규약이다.
) 타이틀이 매달 60개 이상 쏟아진다.
이 정도면 타이틀이 부족해 DVD를 즐길 수 없다는 말은 쏙 들어간다.
질 낮은 영화를 제외하고는 비디오테이프와 동시에 발매하는 수준까지 왔다.
외국 작품은 워너홈비디오, 브에나비스타, 20세기폭스, 콜롬비아트라이스타 등이 직접 제작해 배급하거나 한국의 비트윈, 새롬미디어, 다음미디어, 스펙트럼DVD, 시넥서스 같은 회사에 판권을 줘 만들기도 한다.
이들 한국 업체는 방화를 DVD-비디오로 만드는 일도 한다.
타이틀 시장이 급성장한 요인은 국내외 제작 배급회사가 99년 이후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DVD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VHS 테이프에 비해 값이 비싸고 대여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타이틀 개당 가격이 1만8천원에서 많게는 3만원을 넘는 것도 있어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화질과 음질은 VCR보다 좋았지만 대중화에 실패한 LD(레이저 디스크)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현재 DVD 타이틀은 대여 시장이 미미한 상황에서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팔려나간다.
전자상가 소프트웨어 매장이나 대형 음반매장의 코너에서도 살 수 있다.
지난해 일본 영상ㆍ음악 소프트웨어 대여업체인 쓰타야(Tsutaya)가 한국에 세운 CCC코리아가 체인 브랜드인 ‘씨쓰리클럽’을 통해 서울과 분당, 일산 등에 타이틀과 DVD플레이어를 대여했다.
하지만 타이틀 부족과 체인의 수적 열세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비디오 제작업체인 스타맥스도 자체 숍인 ‘영화마을’을 통해 대여 사업을 시작했으나 주요 지역 점포를 빼고는 하루 평균 대여건수가 2~3회에 불과하다.
DVD 대여 시장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타이틀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제작업체의 전략이 교묘하게 얽혀 있다.
제작사들은 판매를 위해 대여용을 따로 출시하는데 그나마 최근 개봉작은 시차를 두어 뒤늦게 내놓는다.
폭스비디오의 한 관계자는 “초기 투자를 감수하고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대여 사업은 앞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획기적인 방식으로 기대를 모았던 수익공유(제작사가 대여점에 타이틀을 대주고 대여한 만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신뢰성 문제 때문에 멈칫한 상태다.
하지만 수익공유 방식은 대여점의 타이틀 구매부담을 줄여 보급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 신뢰성 문제는 바코드 장비 도입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대여점업계 한 관계자는 “제작업체가 투명성을 들먹이는 건 핑계일 뿐, 대여 사업에 당분간 참여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DVD 타이틀 업계는 당장은 수익이 안 나는 대여 시장보다 DVD방에 더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스타맥스가 서울 대학가와 지방 중심부에 직접 DVD방을 운영중인데 관람료가 비디오방의 두배지만 황금시간대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에 따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 비디오방이 DVD방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이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DVD-ROM을 장착한 PC방을 대상으로 DVD 대여 자판기를 설치해주는 프렌차이즈 업체까지 생겨 타이틀 시장은 우선 DVD방에 쏠리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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