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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SK텔레텍 디자인팀 김신구 과장
[나는프로] SK텔레텍 디자인팀 김신구 과장
  • 이경숙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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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담긴 휴대전화는 빛납니다”
결혼식장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보다 빛나는 존재가 있을까? 신부 곁에서 친구들은 시샘어린 감탄을 터뜨린다.
“너 맞니?” “너무 예쁘다!” 신부의 콧대가 한껏 높아진 순간 한 친구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그가 휴대전화를 꺼내들자 사람들의 시선은 순식간에 신부에서 휴대전화로 옮겨간다.
식장에서 신부보다 눈길을 끄는 휴대전화라…. 발칙하지 않은가? SK 스카이 IM-1100의 방송광고 내용이다.


SK텔레텍 www.skteletech.co.kr 디자인팀 김신구(36) 과장 k1372@sktelecom.com은 IM-1100이 폴더형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자부한다.
“보석에서 이미지를 따와 진주 빛깔에 금장을 둘렀죠. 폴더형으로 그렇게 화려한 디자인은 세계에서 처음이었습니다.
이전에 폴더형 휴대전화는 주로 구매력이 높은 중년 남자가 샀기 때문에 온통 검은색 일색이었는데 우리는 과감히 여성적 이미지를 선택했죠. 그 덕에 폴더형 휴대전화 시장을 20대 초반, 여성에게까지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가격은 사실 디자인 값 최신형 삼성 애니콜의 듀얼폴더 화이트, 모토로라의 브이닷(V-dot) 모델을 칭찬하면서도 그는 “그것도 스카이 이미지를 따온 것”이라고 덧붙이길 잊지 않는다.
그는 임원진이 디자인의 최종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면 스카이 같은 모델이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개 중년 남성인 임원진 취향에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디자인이 마케팅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에선 쉽지 않은 일이죠. 우리는 아주 해피하게 디자인하고 있어요.” 그런 그도 요즘 들어 ‘해피’하지 않을 때가 있다.
휴대전화 디자인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경력 10년차 전문가가 어찌된 일일까? “우리나라 사람들 취향이 너무 빨리, 확 바뀌어요. 기능은 거의 같은데 새로운 이미지가 계속 나오면서 디자인 생명이 짧아지는 것이죠. 거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시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습니다.
” 93년 모토로라가 플립형 휴대전화로 시장에서 군림하고 있을 때, 삼성 애니콜은 뚜껑 없는 바(Bar) 타입을 내놔 시장을 싹쓸이했다.
모토로라는 앉아서 그대로 시장을 빼앗겼다.
그리고 97년, 애니콜은 다시 폴더형 휴대전화로 수십개 업체가 난립해 있는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했다.
살아남으려면 초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럼 디자인이 뒤처진 휴대전화는 어떻게 될까? “휴대전화 판매점에 가면 통신회사들이 고객확보용으로 아주 저가에 내놓는 물건이 있죠? 그렇게 돼요. 실은 저가품이나 고가품이나 제품제작 원가는 거의 비슷하거든요. 기능이나 성능도 거의 같아요. 그것들을 구입한 통신회사들이 단말기 지원금을 얼마나 매기는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거예요.” 즉 통신회사는 여러 디자인의 휴대전화를 비슷한 가격에 구입해 세련된 제품엔 비싼 가격을, 덜 세련된 제품엔 싼 가격을 붙인다.
소비자의 휴대전화 구입비용은 사실상 디자인 값인 셈이다.
쓰임새가 훌륭한 디자인이 빛을 발한다 늘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살펴야 하는 그이지만 꼭 지키고자 애쓰는 디자인 원칙이 있다.
최첨단기술 제품답게 외관은 세련되게 다듬을 것, 몸체는 손으로 잡았을 때 안정감이 느껴지게 할 것, 송수신기는 듣고 말하기 편한 각도로 자리잡을 것, 키패드는 누를 때 불편하지 않게 충분히 크고 편리하게 배열할 것.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스카이의 날렵하고 발랄한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차라리 질그릇의 투박하고 정감어린 질감과 비슷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게 꿈을 물으니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같은 디자인 평론가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1930년대 기개높은 민예연구자인 야나기는 짚신, 항아리, 대나무 고리짝 등 우리 생활용품에 대해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두터운 아름다움이다.
쓰임새가 훌륭한 디자인이 가치를 발휘한다”고 평가했다.
“그처럼 살고 싶어요. 한국 공업디자인을 돈에 상관없이 비평하고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 추천도서 <공예의 길> 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신구문화사 펴냄 <1945년 이후의 디자인> 피터 도머 지음, 시각과언어 펴냄
  • 추천사이트 www.designdb.com
    휴대전화를 디자인하기 까지
    [기획] 상품기획실이나 마케팅팀이 제품 크기, 기능, 타깃소비자 등에 대한 계획서를 줍니다.
    [컨셉 정하기] 디자이너들은 백화점과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유행하는 전자, 통신제품들의 디자인을 연구하고 신제품 디자인의 목표와 방향을 정합니다.
    [아이디어 전개] 디자이너들이 제각각 스케치한 아이디어 중 몇개를 스티로폴 모형으로 만들어 평가합니다.
    [프리젠테이션] 이때가 디자이너들 눈매가 가장 매서워지는 때입니다.
    입체모형들 중 선택된 디자인은 다시 실물에 가까운 모형(mock-up)으로 만들어 마케팅팀 등 관련 부서들의 평가와 조율을 받습니다.
    [마무리] 디자인을 제품 개발자에게 넘기고 제대로 반영되었는가 점검합니다.
    정보통신기술이 숨가쁘게 발전하는 요즘은 양산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두께와 크기가 수정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디자이너들은 손에 신제품을 쥘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죠. 휴대전화 디자이너가 되려면 공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들어가면 돼요. 저도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를 나와 삼성전자 상품기획센터에 입사하면서 디자이너가 됐죠. SK텔레텍 외에도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한화정보통신, 와이드텔레콤, 세원텔레콤, 어필텔레콤, 모토로라코리아, 텔슨정보통신이 단말기 디자이너를 뽑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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