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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LG-EDS 무선 서적매장 관리시스템
[현장탐방] LG-EDS 무선 서적매장 관리시스템
  • 임채훈
  • 승인 2000.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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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직원이 안 보이네
반디앤드루니스, PDA 활용해 인건비 대폭 절감…CRM에 활용할 수도 있어
종로서적이나 교보문고 같은 곳에서 원하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베스트셀러면 모를까 나온 지 3년만 지나도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매장관리 직원에게 책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책이 꽂힌 서가를 기억하고 있다.


서가를 일분 정도만 훑어보면 손님이 원하는 책을 금방 찾아준다.
컴퓨터와 같은 정확함에 때로 감탄이 절로 난다.
하지만 도난당한 책을 손님이 찾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직원 머리에는 분명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아무리 뒤져도 책은 나오지 않는다.
대형 서점들은 하루에도 도난당하는 책이 수십권이다.
일년이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서점들은 해마다 한번씩은 재고조사를 한다.
거래 과정에서 어떤 책이 누락됐는지, 어떤 책이 도난당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 많은 책을 다 조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히 많은 인원이 동원된다.
낮에는 손님들을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매장문을 닫은 저녁에만 재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만큼 잔업수당이 더 들어가게 된다.
매장 직원이 너무 많은 대형서점 서울문고가 LG-EDS 위성사업팀 모바일 네트워크 김홍동(31) 팀장에게 서적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지난 98년이었다.
서울문고는 당시 관리직원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서점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금 서울 강남 코엑스몰에서 운영하고 있는 반디앤드루니스(BANDI&LUNI’S)가 당시 계획하던 서점이다.
김 팀장은 6개월간 서점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직접 서점에서 일을 하기도 하면서 김 팀장이 파악한 문제점은 재고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매장 관리직원 운용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문고는 매일 엄청난 규모로 들어오는 책을 다 정리하기 어려웠다.
도난당하는 책도 상당수였다.
재고조사를 위해 직원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 종이를 들고 다니며 책 제목과 출판사를 하나하나 적었다.
그 내용을 컴퓨터에 다시 입력하면, 그 사이에 재고내용은 또 달라졌다.
실시간으로 조사되는 게 제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나마 시스템을 개선해 스캐너로 책의 바코드를 읽게 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직원 10명이 다른 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재고조사만 하는 데도 한달이 넘게 걸렸다.
재고조사를 하는 기간 동안 들어오고 나가는 책의 내용이 반영되지 못하는 것도 여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코드 스캐너로 읽은 정보를 서점의 메인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러율이 10%에 달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숙련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인문 분야에서만 근무하던 직원이 컴퓨터 분야의 서가에서 일을 하게 되면 업무를 익히기 전까지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완벽히 이뤄지지 못했다.
한 직원이 숙련되기 위해서는 고참과 같이 근무해야 했다.
새내기 직원이 바로 현장에 근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면 상당한 규모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팀장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찾기 시작했다.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도서검색 김 팀장은 개인용 휴대단말기(PDA)를 이용하면 서점이 가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용 휴대단말기에 바코드 스캐너를 장착한 뒤 메인컴퓨터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만 하면 재고조사는 해결된다.
책에 표시된 바코드를 읽으면 그 정보가 실시간으로 메인컴퓨터로 전송되기 때문이다.
이전에 종이로 기록하거나 무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스캐너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없었다.
무선 휴대단말기를 사용하면 실제 재고와 조사한 결과의 차이는 사라지게 된다.
처음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도 이 무선단말기를 이용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이 가능하다.
메인컴퓨터에 저장된 서가 위치, 도서 내용 등을 휴대단말기를 통해 바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 서점의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방대한 인건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개인용 휴대단말기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메인컴퓨터와 연결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개인용 휴대단말기도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불가능했다.
대부분의 휴대단말기는 플래시 메모리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을 가지고 있다.
이 슬롯은 개인용 컴퓨터의 시리얼 포트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바코드 스캐너 등의 보조장비를 장착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나 노트북의 표준인 PCMCIA 슬롯과는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무선 랜카드를 장착할 수 없었다.
이것이 휴대단말기를 통해 온라인 네트워크 업무환경을 구축하는 가장 큰 제약사항이었다.
김 팀장은 기동력이 생명인 직원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휴대단말기에 무선인터넷 접속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시간이 흐르자 무선 랜카드가 장착된 휴대용 단말기가 개발됐다.
하나가 해결되자 다른 것이 문제였다.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랜카드가 열을 발생시켜 충전지가 4시간밖에 가지 못했다.
하루에 8시간씩 일하는 매장 직원들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었다.
여기저기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은 없었다.
개인용 휴대단말기에서 쓸 수 있는 서적관리 소프트웨어도 개발을 완료한 상태였지만 이 비용마저 날릴 판이었다.
그러다 반디앤드루니스가 문을 열 시점에 컴팩에서 CDMA 방식의 PCMCIA 슬롯을 갖춘 재킷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재킷을 이용해보니 노트북용 무선 랜카드와 호환되고 충전지도 10시간 동안 지속됐다.
김 팀장은 재빨리 제품을 입수해 미진한 부분들을 마무리지었다.
무선 시스템, 다양한 분야로도 응용 가능 무선 서적매장 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반디앤드루니스가 처음이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 반디앤드루니스도 도입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예상한 대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지가 도입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계산해본 결과 무선시스템을 포함한 전산장비가 총 7억여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했다간 다른 대형 서점들에게 웃음거리만 될 것도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반디앤드루니스는 서점 내부의 서가 배치,직원 수 등 모든 것을 무선 매장 관리시스템에 맞춰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핵심 기술인 무선 기술 개발이 늦어져 아직 시범서비스중이지만 3분의 2 정도 되는 인원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디앤드루니스 윤일권 전산부장은 “3500평 정도의 매장을 유지하려면 약 200여명의 매장관리 직원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80명으로 모든 업무를 다 처리하고 있다.
시험결과 재고조사도 5명이 하루 만에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LG-EDS는 이 시스템을 응용해 철도청의 차랑검수 관리시스템과 코카콜라의 유통관리 시스템도 개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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