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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건강] 풀스윙에 멍든 늑골
[골프와건강] 풀스윙에 멍든 늑골
  • 이수찬(동인천길병원)
  • 승인 2001.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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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권력이다.
그곳엔 승패가 엄연히 공존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포츠를 ‘국경을 넘어선 화해의 언어’로 추상화하는 것은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삐딱하게 보면 결국 권력을 창출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포츠 경기가 창출하는 부와 명예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생산 코드가 다양하다.
특출난 운동선수 한명이 전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터. 메이저리그 선수 한명의 연봉이 국내 구단의 한해 운영비와 맞먹기도 하고, 또 연습생 신분으로 최저생계비 수준의 박봉을 받으며 1군 무대에 한번 오르는 것이 꿈인 선수들도 있다.
단지 스포츠가 즐기거나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생업일 때 그 미사여구는 생경한 구호로 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스포츠는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이겼을 때 비로소 논리가 부여되고 담론이 피어난다.

얼마 전 최경주 선수가 미 PGA투어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당당 4위로 등극해 미국에 진출한 뒤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한편에서는 박세리나 김미현 선수처럼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는 그를 ‘단신’ 정도로 취급한다.
그러나 PGA는 대회규모나 선수층만 보아도 LPGA와는 동등 비교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정규대회에서만 연 10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고, 부수입까지 합치면 8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성적으로만 따지면 결코 타이거 우즈에 뒤지지 않는 애니카 소렌스탐이 정규대회에서 획득한 상금은 타이거 우즈의 8분의 1에 그친다.
이런 상황을 놓고보면 최경주 선수의 선전은 단순히 순위 이상의 의미가 있다.
더구나 그의 드라이빙 평균 거리는 305야드에 달해 파워로는 이미 세계 정상권임을 입증했다.
이제 컷오프를 걱정하며 소심하게 플레이를 하던 그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스스로도 우승을 거론할 정도로 커버렸다.
미국 진출 초기, 되도록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포부를 밝히던 때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이다.
이렇듯 기록경기인 골프에서 성적 향상은 그 수치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아직 우승은 못했지만, 이미 전문가들은 그를 주목하고 있다.
즉 그의 상품성을 본격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고가의 상품은 곧 차별화를 의미하며 이는 곧 권력지향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
현재 미국엔 ‘타이거 우즈 효과’만으로 청소년 골프인구가 무려 50%나 늘었을 뿐 아니라 미국 전체 골프 산업의 ‘판’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 제2의 세리, 미현이 되기 위해 어린 골프 지망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또 골프가 대중화하는 데도 이들은 큰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연인지는 몰라도 최경주나 박세리, 김미현 등 정상급 선수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그들이 전부 장타자라는 사실이다.
이는 국내 골프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너무 장타에만 치우쳐 이를 장려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쇼트게임을 등한시하거나 스윙에 무리가 생겨 부상을 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연습장에 나가보면 마치 비거리 경쟁이라도 하는 양 드라이버를 빼들고 풀스윙을 하며 무시무시한 타구음을 즐기는 아마추어들이 많다.
연습시간 내내 다른 클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드라이버만 휘두르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남들보다 우월하려는 과시욕 때문이다.
필자의 친구 중 한명도 실제 이 부류에 속한다.
연습장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공을 치기 위해 숨도 고르지 않고 마구 샷을 날려대기 일쑤였다.
결국 그런 플레이 스타일(?)은 인과응보로 이어졌다.
늑골 골절. 더구나 그 친구는 통증을 참으면서 계속 무리하게 볼을 치다 그렇게 된 것이었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훌륭한 방어기전은 통증이다.
통증이 있을 때는 그 부위를 잘 살펴서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원칙. 그러나 이를 무시하면 결국 어느 한부위에 탈이 나고 만다.
급작스럽게 골프를 치는 경우, 옆구리 통증이 생기기 쉬운데 이는 제 4, 5, 6번 늑골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징후다.
즉 ‘늑골의 피로골절’이 생긴다는 뜻.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 3, 4, 5, 6, 7번 늑골 다섯개가 동시에 골절될 수도 있다.
필자의 친구도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오른손잡이는 주로 왼쪽 늑골에, 왼손잡이는 오른쪽 늑골에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
초기에는 엑스선 촬영을 해도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 보통. 이때는 운동을 즉각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사라진다.
이는 비교적 미미한 단계이므로 푹 쉬기만 하면 곧 플레이를 재개할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스윙을 강행하면, 엑스선상의 여러 개의 늑골에 금이 갈 뿐 아니라 볼록하게 ‘가골’이 형성되어 심각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때는 전문적 치료와 더불어 한달 이상 쉬어야만 통증을 다스릴 수 있다.
골프는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운동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자신의 운동량, 강도, 잘못된 타법으로 불의의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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