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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eCRM 구축 5가지 교훈
[e비지니스] eCRM 구축 5가지 교훈
  • 김윤지
  • 승인 2001.0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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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예스24를 통해 본 성공적인 접근법 5가지
“CRM, 하긴 해야죠. 그런데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즘 기업들은 CRM(고객관리,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이야기만 나오면 꼭 해야 할 숙제를 미루고 있는 기분이 든다.
여기저기에서 하도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니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은 개념 탓인지, 아니면 워낙 방대한 작업 탓인지 ‘이렇게 하면 된다’는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까지를 CRM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도 없다.
개념만 강조하는 CRM, 형태만 이야기하는 CRM, 솔루션만 들이대는 CRM 등 산발적으로 나오는 이론들이 CRM 시작을 더 주춤거리게 한다.


CRM도 어려운데 인터넷으로만 한다는 eCRM은 더욱 골칫거리다.
모든 활동이 인터넷으로 집중돼 있으니 고객 접근방법이나 분석방법, 이들을 유지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닷컴들의 발걸음은 더 무겁다.
지금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론적 이야기가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을 실제 사례다.
그러나 CRM 도입 효과는 돈으로 측정하기 힘들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드러나기 때문에 사례발굴도 쉽지 않다.
CRM에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는 말처럼 어느 기업도 ‘작업 끝’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아직도 진행중인 다음커뮤니케이션 www.daum.net과 인터넷서점 예스24 www.yes24.com의 eCRM 구축과정은 그래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다.
먼저 발을 디딘 이들의 행보에서 다른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몇가지 점들을 짚어본다.



1. 당신들의 고객은 누구인가 CRM은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존고객을 유지·발전시킨다는 의미가 강하다.
기존고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쭉 순위를 매겨놓고 그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해한다.
그들이 계속 지갑을 열 수 있도록 고민하는 모든 행동들이 CRM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결국 CRM의 시작은 분석대상인 고객을 정의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오프라인 기업들은 상품을 매개로 고객과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누가’ 고객인지 명확해 이런 작업이 단순하다.
그러나 인터넷기업들에겐 ‘누가’ 고객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회원확보를 지상과제로 삼고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온 인터넷기업이라면 더더욱 이런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분석할 고객이 도대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음에게도 이런 점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이메일 사용자, 커뮤니티 이용자가 대부분인 다음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과연 ‘누가’ 고객인지를 가려내기가 어려웠다.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여기저기 분산된 개인정보를 통합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게 필요했어요. 회원정보, 메일 이용, 카페 이용, EC거래 등 여기저기 분산된 데이터들을 한곳에 모아 저장해놓고 가공, 추출, 분석할 수 있다면 필요한 때에 ‘고객’을 선별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지요.” 다음의 변성수 DB마케팅팀장은 고객이 불분명한 인터넷기업에겐 이런 목표설정이 오프라인에서보다도 훨씬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5월에 팀을 구성해 9월의 첫 작업에 들어갈 때까지 지속적으로 사내 게시판을 이용해 다른 팀과 의견교류를 하면서 고객분석의 필요성을 공유한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적절한 고객에게 적절한 제안을 적절한 채널로 적절한 때에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고객분석’이라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이것을 잡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 통합DB를 구축하는 시스템파트, 통계화하는 분석담당, 각 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마케터, 고객과 직접 대응하는 고객센터로 구성된 DB마케팅팀이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
반면 예스24의 경우는 좀더 단순했다.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라 ‘고객’정의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대신 4개월간 진행한 1차 CRM 구축에서 첫 두달을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했다.
그 결과 ‘도서추천’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설정했다.
온라인 기업에게 CRM의 큰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전 6개월간의 회원정보와 판매정보만으로도 추천을 위한 기본작업은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2. 시작 시점을 제대로 포착하라 ‘CRM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시점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기업 특성마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고객관리’를 하려면 기본적인 고객 데이터는 어느 정도 축적한 이후여야 한다.
일찍 시작한다고 뭐든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서점의 경우 초기에 매출이 적을 때에는 베스트셀러만 팔리기도 합니다.
그때 데이터를 가지고 뭘 한다는 건 의미가 없죠. 우리는 서비스 시작한 후 1년 반쯤 되는 시점에서 CRM을 시작했습니다.
매출과 구매가 충분히 커질 때까지 기다린 면이 있죠. 1일 주문 건수가 1천~2천 건수는 되어야 의미있는 데이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예스24 박지수 이사의 말이다.
현재 예스24의 1일 주문 건수는 3천건쯤 된다.
3. 욕심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CRM이 쉽지 않은 데는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에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분석할 데이터도 최소화하고 분석해서 얻으려는 정보 수준도 가능한 줄여서 시작해야 한다.
대부분 회원가입시 많은 정보를 받을수록 더 많은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두 기업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음은 현재 이름, 생년월일, 성별, 직업, 주소, 결혼여부라는 6개 항목의 회원정보를 받고 있다.
이 항목만으로도 충분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음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필수정보로 받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도 분석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중요한 건 방문자의 움직임, 즉 로그 분석이죠. ‘내얼굴 찾기 캠페인’같은 것을 통해 많이 정보들이 갱신되기도 하고요. 작은 이벤트를 할 때마다 그런 데이터 정제화 작업을 많이 넣고 있습니다.
” 예스24에서도 분석해야 할 회원정보는 최소화했다.
기본정보 외에 추가로 받고 있는 정보는 참고는 해도 활용하지는 않는다.
추가정보는 워낙에 불성실하게 답변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에 비해 기본정보는 신뢰성이 높다.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면 책을 받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스24는 통합DB 작업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예스24가 관리해야 할 정보는 회원정보 외에 고객센터 정보, 판매기록 정보, 로그분석 정보가 있다.
이 가운데 고객센터 정보는 통합 대상에서 제외했다.
책과 같이 단가가 싼 제품은 불만사항이 단순해 DB로 통합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분석해서 얻으려는 정보 수준도 최소화했다.
분석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사이트에서 어느 화면을 보는가’, ‘검색한 결과에서 어디를 찍어보는가’, ‘선택한 책 정보를 얼마나 오랫동안 보았는가’ 등 고급 분석결과까지 얻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분석하려다 보면 용량이 커져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스24는 현재 구매 직전에 최종 선택을 한 책이 무엇인지, 어떤 경로를 통해 책을 선택했는지 정도까지만 분석하고 있다.
‘추천하기’ 서비스를 통했는지, 검색기능을 이용했는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골랐는지만 알아내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것만으로도 고객은 수백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4. 단계별로 짧게, 그러면서 업그레이드 보통 오프라인 기업에서 CRM 구축을 하면 1년 이상 걸리는 방대한 작업을 한다.
데이터가 많기도 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들을 모아내는 게 쉽지 않아서다.
그러나 인터넷기업에겐 너무 긴 시간이다.
사실 데이터 수집도 오프라인보다는 쉽다.
다음과 예스24는 모두 큰 그림을 그려놓고 따라가기보다는 단계를 짧게 끊어 각 단계의 효과를 보면서 수정해가는 방법을 택했다.
다음의 경우 지난 9월에서 12월까지 1단계로 고객센터 시스템 구축을 마친 뒤 10월에서 1월까지 2단계로 이메일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했다.
1단계가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 대응하기 위한 수동적 개념이었다면 2단계에서는 마케팅 메일에 대한 반응을 통해 필요고객을 추출해내는 적극적 개념으로 확장했다.
통합DB를 꾸준히 만들어왔기 때문에 타깃팅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킨 것이다.
현재는 사이트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3단계 작업중이다.
고객에게 이익도 주면서 전자상거래, 광고와 더 연결하기 쉽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이전 단계 개발 솔루션과 통합 등을 확인하면서 수준을 높여갔다.
도서추천이라는 목표로 4개월간 CRM을 구축했던 예스24는 이제 두번째 작업을 준비한다.
한단계 수준을 높여 베스트셀러 초기 구매자를 추출해낸다는 목표다.
이들을 골라낼 수 있다면 이후에 베스트셀러로 이어질 책을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도 하고 재고확보에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단계 역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3~4개월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5. 내 비즈니스, 내가 제일 잘 안다 다음의 경우 고객센터 솔루션은 다음소프트와,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은 전문업체인 네티서스와 공동개발했다.
외부 컨설팅은 받지 않았다.
인터넷기업에 대해 자신들만큼 잘 이해하는 인력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자신감에서였다.
인터넷기업의 eCRM은 오프라인 CRM에 대한 이해보다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솔루션은 원하는 기능을 100%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찾을 수 없어 공동개발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예스24는 이씨마이너에서 컨설팅을 받으면서 시스템을 구축했다.
“CRM 구축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들의 비즈니스를 자기들이 잘 알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에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할 만한 컨설턴트를 선택해야 하고요. 어차피 컨설턴트들은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들이 잘 이해하고 있어야 교과서가 빛이 나게 됩니다.
내부에 그런 전문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같은 인터넷서점이지만 우리 고객은 알라딘 고객과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이런 걸 우리들 스스로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컨설팅에만 의존할 수는 없죠.” 박지수 이사는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내가 나를 모르고서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단순한 원칙이 CRM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어느 닷컴이 CRM을 중단한 이유
얼마 전 한 닷컴이 의욕적으로 CRM 구축을 진행하다 중단했다.
이 사이트의 프로젝트 중단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왜 중단할 수밖에 없었을까. 1. 흔들리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CRM을 진행했다.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세가지 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했는데 이 때문에 ‘고객’을 정의하기 힘들었다.
각 사이트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 어떤 시너지를 목표로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이 원천적 문제였다.
CRM에 앞서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해야 했다.
2. 각각 정체성이 다른 사이트에 분산된 데이터를 상호교환하고 연관성을 찾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하나의 사이트에 대해 분석하고 개인화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세 사이트에 걸쳐 있는 데이터들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게 힘들었다.
통합DB를 만들겠다는 의욕만 너무 앞세운 결과였다.
3. 종합쇼핑몰에서 CRM은 더 힘들다.
여러가지 품목을 다루는 종합쇼핑몰의 경우 상품끼리 연관관계를 맺는 게 쉽지 않아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4. 솔루션 업체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었다.
고객접점 채널 관리, 캠페인 관리, 고객가치분석, 개인화라는 4가지 목적을 한번에 달성하는 것은 방대한 작업이었다.
현재 수준에서 솔루션 업체가 이런 것을 다 할 수 없는데도 큰소리만 쳤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솔직히 밝히는 태도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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