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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온라인 '묻지마 지원'은 싫어
[직업] 온라인 '묻지마 지원'은 싫어
  • 이용인
  • 승인 200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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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시장에서 온라인 원서 접수가 찬밥 신세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밀려드는 온라인 접수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맨다.
지원서를 일일이 출력해 분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적격자다 싶어 전화를 걸면 취업예비생들은 지원서를 낸 회사 이름도 몰라 되묻곤 한다.
편리한 것으로 여겼던 인터넷 접수가 되레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접수하는 대신, 우편접수나 방문접수로 바꾸는 기업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최근 직원을 채용한 굿모닝증권은 ‘우편접수에 한함’으로 접수방식을 못박았다.
재능교육도 ‘직접 접수에 한해’ 원서를 받았다.
현재 신규 직원을 뽑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우편접수. 온라인 불가’라며 온라인 접수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허수지원 많아 옥석 가리기 고충 기업들이 이처럼 온라인 접수를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은 취업예비생들의 ‘복수 지원’이나 ‘허수 지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묻지마’ 지원으로 허수가 늘어나면서 응시자들의 옥석을 가리기가 힘들어졌다고 불평한다.
대학 지원자들의 복수지원 허용으로 생기는 부작용과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LG기공 www.lgtech.co.kr 도 지난해 7월 인터넷으로 입사지원서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하반기 채용 때는 접수방식을 우편접수로 바꿔버렸다.
인사담당자 신임식(27)씨는 “아무 곳에나 원서를 낼 수 있게 되면서 우리 회사 입사가 확정된 뒤에도 다른 기업으로 옮겨간 지원자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도 상할 뿐 아니라, 다시 뒷순위 지원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입사의향을 물어봐야 한다.
신씨는 “다소 번거롭긴 해도 허수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온라인 접수는 지원자들을 자동 분류하기가 쉽다는 사실이 일반인에게 알려지면서 기업들이 다시 옛날 방식으로 접수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최근 사원을 채용한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학점과 학교 등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분류하도록 만든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한다.
때문에 온라인 접수는 취업예비자들에게 ‘학력이나 학점에 따른 고용 차별’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주면서 온라인 접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전에 온라인 접수를 경험해보지 않았던 기업들은 심지어 불쾌감이나 황당함마저 느낀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기자직’을 뽑았던 한 회사는 지원분야를 ‘마케팅’이라고 쓴 이메일 지원서를 받고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최근 사원을 뽑았던 아동교육 전문 사이트 애드림 www. joynstudy.com 차태원(28) 주임도 “전날 온라인으로 이력서를 보낸 사람이 다음날 똑같은 이력서를 다시 보낸 경우도 있었다”고 말한다.
심지어 면접을 보러 오라고 전화를 걸면 자신이 원서를 냈는지도 몰라 당황해하는 지원자도 있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접수 회사 최근 증가 ‘묻지마’ 지원이 응시자들에게도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지원 회사에 대한 정보 없이 면접을 보러 갔다가 실망만 안고 되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괜히 3~4시간 정도의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면접성사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원자들이 성의 있는 온라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들의 인터넷 접수 기피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공채가 끝나고 소수 채용 시기로 접어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우편접수나 직접접수가 부쩍 늘어난 게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검증된’ 적은 인력을 잡을 때 온라인 접수보다는 오프라인 접수를 선호한다.
경희대 취업정보실 이종구 교수는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채용시즌이 되돌아오면 다시 온라인 접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계절별로 채용 방식을 달리하는 관행이 정착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 www.jobkorea.co.kr 김화수 사장도 “구직 정보 접근이 쉬워지면서 잠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이전에는 기껏 출신학과 게시판이나 신문공고, PC통신 정도가 취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원천이었다.
하지만 이젠 구직자나 구인자 모두 인터넷을 통해 넘치는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아무래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구직자들이 ‘묻지마’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실수요자들’만 응시할 수 있는 여과장치를 만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분석한다.
지원이 너무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면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면접 기준을 미리 제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인성·적성 검사를 온라인으로 미리 치른 다음 이력서를 낼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 회사들도 몇가지 주관식 질문을 구직자들에게 미리 주고, 이력서와 함께 답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간단하게 사전면접을 보는 셈이다.
구인자나 구직자 모두 신중함과 현명함이 필요한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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