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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컴투스 휴대전화 게임디자이너 신은영
[나는프로] 컴투스 휴대전화 게임디자이너 신은영
  • 이용인
  • 승인 200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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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으로 그려내는 게임 세상
그를 프로라고 부르기엔 왠지 망설여진다.
1년도 채 못된 경력, 아직도 앳된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모습이 영 마음에 걸렸다.
컴투스 www.com2us.com 의 휴대전화 게임디자이너 신은영(27)씨, 그를 정말 프로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기야 휴대전화 게임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가 낯설긴 하다.
휴대전화로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남짓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경력 1년이 넘는 ‘프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방향을 바꿔 요즘 모티즌 사이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춘추열국지’ 디자이너를 찾았다.
신은영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무림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온갖 문파의 고수들, 100여 마리의 무시무시한 적과 괴물 등 ‘춘추열국지’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물론 휴대전화 게임 캐릭터를 그리는 게임디자이너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만화가나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세밀한 묘사보다 단순한 표현이 중요 하지만 휴대전화 게임디자이너가 쓸 수 있는 캔버스는 어른 엄지손가락 손톱만한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가로 1.23cm, 세로 0.74cm 안에 모든 캐릭터의 특징을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표현의 제약이 따른다.
8등신 인물보다는 2등신 인물을 그려야 하고, 캐릭터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재능보다는 단순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더 중요하다.
게다가 휴대전화 게임디자이너는 모든 작업을 ‘점’으로 시작해 ‘점’으로 끝낸다.
포토샵 화면을 크게 확대해 모눈종이처럼 만들어놓고, 여기에 일일이 점을 찍어가며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을 ‘도트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손으로 세밀하게 그림을 그린 다음 스캔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캔받은 화면을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띄우면 ‘지저분한’ 그림이 되기 십상이다.
휴대전화에서 소화할 수 있는 그림 파일의 용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화면이 깨져 보이는 것이다.
“사실은 막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 1천장을 모두 점을 찍어 그렸다고 생각해보세요. 춘추열국지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꼬박 3개월을 매달렸더니 거의 ‘폐인’이 되더군요.” 캔버스가 좁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겐 참을 수 없는 구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색다른 매력일 수도 있다.
점 하나로 눈, 코, 입을 묘사해야 하는 새로운 표현양식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엔 아주 단순한 작업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점을 어디 찍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주는 느낌이 확확 달라져요. 극도로 절제된 표현양식에서 나타나는 단순미가 매력이지요.” 사실 그가 가진 경력이라고 해봤자 딱히 내놓을 만한 것은 없다.
관련 경력이라면 컴투스에 입사하기 전 4년 동안 만화가 문하생으로 있었던 게 고작이다.
지난해 2월 컴투스에서 아르바이트로 게임디자이너를 시작했다가 한달 만에 정식직원으로 채용됐다.
만화 감각과 뚜렷한 선 윤곽이 ‘윗사람’ 눈에 쏙 들었다는 것이다.
춘추열국지 이후 ‘빅뱅’, ‘연인’ 등 벌써 5~6개 정도의 게임 캐릭터 를 디자인했다.
현재 ‘도트 디자이너’는 기껏해야 휴대전화 게임 업체에 1명 정도밖에 없다.
휴대전화 게임업체가 40~50개 정도이므로 도트 디자이너도 거의 엇비슷한 수치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만화나 미술을 전공했던 사람들이 휴대전화 게임 시장이 형성되자 ‘도트 디자이너’로 직종을 바꾸었다.
때문에 학원 따위의 특별한 입문 코스가 있는 건 아니다.
아직은 초기인 만큼 게임 회사에 입사해 몸으로 부딪히며 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은 도트 디자이너의 천국 그는 지금 도전해도 늦지 않는다고 권한다.
오히려 지금 선택하면 빠른 축에 속한다.
“모바일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게임 업체들마다 ‘도트 디자이너’를 추가로 뽑을 겁니다.
일본은 이미 ‘도트 디자이너’의 천국이라고 하잖아요. 어느 업체든 자기가 직접 만든 포트폴리오를 들이밀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지요.” 그는 벌써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디자인 학원에 다니고 있다.
지금 서비스하는 휴대전화 캐릭터들은 ‘흑백예술’이다.
하지만 조만간 컬러 휴대전화가 등장한다.
지금부터 색감각을 익혀놓지 않으면 금세 추세에 뒤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프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휴대전화 게임디자이너가 되려면
1. 도트를 처음 그릴 땐 조금 황당하실 겁니다.
그럴 땐 모눈종이를 이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우선 모눈종이에 곡선으로 그림을 그려봅니다.
그 다음 곡선이 지나간 자리의 네모칸을 색칠해보는 거지요. 그러면 점으로 만든 그림이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힐 겁니다.
2. 작은 아이콘을 다운받아 그려보세요. 휴대전화 그림 크기는 작은 아이콘만합니다.
그릴 때는 선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색은 어떻게 칠하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3. 밑그림을 그리고 난 다음 그걸 점으로 직접 그려보는 거지요. 이때 그냥 그리는 것보다는 점이 몇개 들어가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서 그리면 더 좋습니다.
4. 어떤 그림이든 연습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물을 보는 시각도 여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배우게 되면 잠잘 때도 마린이나 매딕이 뛰어다닌다고 하지요. 도트 디자이너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물을 보면 점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속 그려봐야 합니다.
너무 심한가요? 그렇지만 어떤 것이든 노력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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