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1-21 17:50 (금)
[포커스] 인터넷서점 절반의 승리
[포커스] 인터넷서점 절반의 승리
  • 임채훈
  • 승인 2001.02.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위, 한국출판인회의와 종합서점상조회에 '공정거래법 위반'명령
인터넷서점 알라딘 www.aladdin.co.kr 조유식 사장은 2월13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인터넷서점과 한국출판인회의 사이의 도서공급 중단 사태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정결과가 이날 내려지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 논란이 일면서 조 사장은 사이트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0월12일 한국출판인회의가 도서정가제를 지키지 않는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사업 존폐의 기로에까지 몰렸다.
다행히 몇몇 출판사에서 한국출판인회의 눈을 피해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해줬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보문고, 종로서적 등 오프라인서점 연합체인 ‘종합서점상조회’가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의 서적을 매장에서 철수시키는 초강수로 압박해왔다.
조 사장은 여기저기 손을 써봤지만 대형 서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출판사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화해를 모색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말았다.
기댈 곳은 법적 해결뿐이었다.
몇몇 인터넷서점과 함께 공정위에 한국출판인회의와 종합서점상조회를 제소했다.
그로부터 석달 만인 지난 13일 드디어 공정위가 입을 열었다.


공정위는 한국출판인회의와 종합서점상조회에 ‘인터넷서점에 대한 도서공급 중단 조처를 즉각 멈출 것과 일간지에 법 위반 사실을 공표할 것’을 명령했다.
공정위는 또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했다는 이유로 문학수첩·삼성출판사의 서적을 부당하게 매장에서 철수시킨 종합서점상조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도서 등 저작물에 대해서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도서정가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는 출판사와 서점 사이의 계약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사업자단체가 나서서 강요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점의 손을 번쩍 들어준 것이다.

오프라인 반발…사태 장기화 우려 판정승을 거둔 인터넷서점은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했다.
특히 이번 명령 속에 담긴 공정위의 시각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영업방해 행위로 보지 않았다.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단체의 경쟁제한 행위로 인식한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디지털경제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재판매가격유지, 신규기업에 대한 진입규제 등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시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경제와 구경제가 충돌하는 시점에서 신경제의 대세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환한 얼굴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출판인회의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서점상조회는 공정위의 명령에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한국출판인회의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판정이 잘못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유통대책특별위원회 이숭용 위원장은 “이번 공정위의 명령은 납득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한국출판인회의가 출판사에 ‘조언’을 한 적은 있어도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말도록 ‘강요’한 적은 없다”면서 “공정위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계속 강경한 모습을 보이자 인터넷서점들은 사태가 자칫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거부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한다면 법원까지 가는 것 외에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도서공급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인터넷서점으로서는 우물 앞에서 새로 땅을 파야 하는 처지다.
알라딘 조 사장은 “한국출판인회의가 공정위의 명령을 솜방망이로 인식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이선주 북파크 팀장은 “몇년 전 도서 할인매장이나 대형 유통체인점에서 책을 할인판매했을 때에도 출판인회의는 지금처럼 강경한 자세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킨 바가 있다”며 걱정스런 모습이다.
공정위는 온라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최종 승자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오프라인의 반발이 워낙 심한데다 이들은 여전히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명령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인터넷서점들은 곧 협의회를 구성해 전열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