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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그리스펀 효과' 3분기 가시화
[포커스] '그리스펀 효과' 3분기 가시화
  • 김영호(대우증권 리서치센터)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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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 개선 조짐, 주가 상승탄력 받을 듯… 공격적 투자는 시기상조 분석
앨런 그린스펀 주연의 각본없는 드라마가 다시 한 번 세계 주식시장에서 상영됐다.
지난 1월3일의 기습적 금리인하 때와 비슷한 줄거리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5월15일로 예정된 정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약 3주 앞두고 전격적으로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과잉 재고, 소비 감소 등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돼 향후 기업 수익성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금리를 조기에 인하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시장은 투자 위축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하지만 그린스펀이 정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3주 앞두고 서둘러 금리를 인하한 배경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린스펀이 주식시장 전반의 여건이 다소 개선되는 시점에 금리를 전격 인하함으로써 주가 회복을 지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경기둔화, 주가 하락 등으로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각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그 배경이 무엇이든 시장은 조기 금리인하를 두손을 들어 환영했다.
4월 둘쨋주 살로먼스미스바니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조너선 조지프가 반도체경기 바닥을 주장하면서 상승탄력을 받던 나스닥지수가 연준의 금리인하로 단숨에 20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주식시장이 연준의 전격 금리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의 닛케이225는 지난주 한때 1만4000엔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우리 시장 역시 지난주 목요일에만 외국인이 6717억원을 순매수하면서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58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은 내심 1월 초 주가 상승이 재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1월3일 연준의 전격 금리인하 이후 외국인의 공격적 매수로 종합주가지수가 20%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술주·경기 순환주 가장 큰 수혜주 업종별 움직임을 살펴보면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비기술주보다는 첨단기술주, 경기방어주보다는 경기순환주의 주가가 많이 상승했다.
하지만 금리인하 이전에 나타났던 첨단기술업종 내부의 순환매 양상이 계속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금리인하 이전에는 반도체업종이 전체 기술주의 주가 상승을 주도했지만 이후에는 반도체의 상승탄력이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시장의 경우 1월 초 전격 금리인하 이후 반도체, 통신, 증권, 화학, 전기장비 업종들이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음료, 가스, 전력, 경기방어주 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4월18일 이후 상승장에서도 1월초에 상승세를 탔던 업종들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다음커뮤니케이션, 핸디소프트, 휴맥스, 현대전자, 삼성전자, 새롬기술, 삼보컴퓨터, 한화석화, 삼성정밀화학 등의 주가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증권사의 주가도 오름세에 올라설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4.5%이다.
메릴린치는 6월 이전까지 0.5%포인트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4%대까지 하락한다면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가 일단락된다.
이후 시장은 금리인하 효과가 언제 실물경제에 나타날지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통상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6개월 내지 9개월 이후부터 실물경제에 그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3분기부터는 미국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를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때와는 달리 90년대 내내 장기 호황을 경험했던 특수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의외로 조정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낙관론과 비관론을 모두 고려할 때 늦어도 4분기에는 미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경기 또는 기업실적과 관련한 펀더멘털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회복단계에 진입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인하로 주가가 당분간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이 상승추세로 반전된 것이라고 결론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당분간 나스닥지수는 2000포인트 근방에서 박스권의 조정기간을 거칠 전망이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하는 과거의 사례가 반복된다면 나스닥지수는 2분기 말이 지나야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월 초 연준의 금리인하 당시 거래일수 기준으로 약 14일 동안 우리 주가가 상승탄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당분간 주가의 모습은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가들이 증시의 기본 여건(펀더멘털)이 개선된다는 확신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적 투자자세로 전환할 시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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