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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국 음성인식 시장을 잡아라
[포커스] 한국 음성인식 시장을 잡아라
  • 유춘희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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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커뮤니케이션 등 해외업체 국내 진출 러시… 국내업체 "방어 자신" 미국의 음성인식과 음성합성 기술보유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올해 초 임베디드 전문업체인 컨버세이가 진출한 이래, 지난 4월12일 세계 최대의 음성인식 업체인 뉘앙스커뮤니케이션이 지사를 설립했고, 5월에는 포닉스와 스피치웍스가 한국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사 출범 이전부터 국내 업체와 이미 기술과 영업 제휴를 추진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계 음성인식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기웃거리는 이유는 당연히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인터넷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데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그리고 PDA 같은 단말기 산업이 발달해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뉘앙스의 마이클 콘리 부사장은 “한국은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 인프라가 풍부해 음성인식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음성정보 서비스, 음성 포털, CTI(컴퓨터와 전화 통합), ITI(인터넷과 전화 통합)가 발전했다”며 “곧바로 실용화 단계로 갈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국내에 음성인식 시장이 형성된 것은 99년 말 네덜란드 업체인 L&H가 진출하면서부터다.
L&H코리아는 다국어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인지도를 확보하고 시장을 넓혔다.
그러나 L&H코리아가 회계처리 문제로 사업이 축소되자 그 빈자리를 노리는 외국업체가 늘기 시작했다.
한 업체 지사장은 “솔직히 L&H가 고맙다.
그들이 한국에서 시장을 만들어놓고 죽는 바람에 일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L&H가 지난해 한국에서 2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사실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고 덧붙인다.
한국 진출을 선언한 업체 중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세계 음성인식 솔루션 시장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다.
이 회사는 주변 소음과 같은 악조건에서도 97% 이상의 인식률을 기록한다는 ‘뉘앙스7.0’ 버전을 한국어를 포함한 23개 국어를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예스테크놀로지와 코오롱정보통신을 협력사로 두고 증권·보험 등 금융권과 보이스포털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에 나섰다.
5월 중 지사를 출범하는 시장 2위 업체인 스피치웍스는 지난 2월 현대증권 사이버 증권거래 시스템에 자연어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건수를 올렸다.
국어의 자연어처리는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점치던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스피치웍스코리아는 금융권과 항공·여행·통신·물류 등 이미 본사가 상용화에 성공한 업종의 기업고객과 음성포털을 축으로 정해 고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컨버세이는 99년부터 삼성전자 휴대전화에 임베디드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한국 시장을 공략해왔는데 2월에 본사 아태지역 책임자인 이성수씨를 지사장에 임명했다.
이미 지메이트와 사이버 뱅크, 팜팜테크의 PDA, 그리고 삼성의 수출용 휴대전화에 음성인식 기술을 넣는 등 사업범위를 휴대장비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CTI와 자동차PC, 셋톱박스 시장으로 넓힌다는 계획이고, 한국을 거점으로 일본과 중국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CTI 업체인 시스윌과 기술 제휴를 맺은 바 있는 포닉스는 보이스웨어·엑트밸리와 한국어와 영어 단어인식과 합성 기술개발 계약을 맺으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음성합성(텍스트-투-스피치) 기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일상 대화에서 영어 사용이 빈번해져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인식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업간 제휴를 적극 시도할 방침이다.
외국 음성인식 업체의 공세에 대해 한국어 음성인식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의 반응은 비교적 무덤덤한 편이다.
한국어 자체가 외국업체에겐 절대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국어는 영어와 음소 구성이 다르고 어미가 여러 형태로 활용된다든지, 매우 짧은 발음을 가진 조사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등 영어에 비해 어려운 점이 많아 외국계 회사가 한국어를 제대로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이스웨어 백종관 사장은 “외국계 업체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인식하려면 음성인식 엔진을 튜닝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이 한국인 개발자를 영입하는 등 한국어 인식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들이 고품질 엔진을 개발해 한국 업체에 경쟁우위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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