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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벤처애국펀드' 좌초
[포커스] '벤처애국펀드' 좌초
  • 이정환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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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인터넷홀딩스 해산 결의, 남은 자산은 미래에셋이 운용 99년 12월. 한국 벤처기업에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손정의 사장의 떠들썩한 선전포고가 있자 애국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유능한 벤처의 새싹들을 손정의에게 뺏길 수 없다.
” 비분강개한 미래산업 정문술 전 사장이 앞장을 섰고 메디슨 이민화 회장이 추임새를 넣었다.
“벤처후배들에게 최소한 선택의 기회라도 주자.” 손정의 앞으로 줄대기에 바쁜 ‘벤처 후배’들이 대선배들은 못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지난해 1월. 그때만 해도 한참 잘 나가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한글과컴퓨터, 새롬기술, 다우기술, 네띠앙,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이 의기투합했다.
자본금 100억원의 코리아인터넷홀딩스는 그렇게 떠들썩한 신고식을 치르고 탄생했다.
출범식에서 김동재 사장은 “벤처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망한 신생 벤처기업을 길러내겠다”고 감개무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1조원의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개인들이 앞다투어 지분을 출자했고 순식간에 232억원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벤처 투자 열풍의 끝물에서 예쓰월드와 텔링커, 파워컴 등이 투자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 코리아인터넷홀딩스는 결국 문을 닫게 될 입장에 처했다.
겨우 10여개 기업에 투자했을뿐 절반이 넘는 자금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거의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1년 사이에 주주회사들의 주가는 형편없이 무너졌고 하늘을 찌를 듯하던 위상도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마냥 화목했던 집안이 여유를 잃고 시끄러워졌다.
주주회사들 사이에서는 코리아인터넷홀딩스의 운영을 놓고 끊임없이 잡음이 이어졌고 결국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산을 의결하기로 의견이 모아지게 된 것이다.
주주회사의 한 사장은 “자금 확보도 여의치 않고 투자할 기업도 마땅치 않아 해산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남은 자산은 미래에셋에서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주회사 사장도 “어차피 투자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손실을 감수하고 해산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김동재 사장은 “아직까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해산을 의결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 남은 자금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의 힘으로 후배 벤처기업들을 길러내겠다는 처음의 떠들썩한 목소리는 어디갔을까. 가뜩이나 자금이 말라붙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헤란밸리에 코리아인터넷홀딩스의 해산 소식은 또 한차례 찬바람을 불러올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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