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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축산물·인터넷 ‘적절한 관계’
[e비지니스] 축산물·인터넷 ‘적절한 관계’
  • 임채훈
  • 승인 2001.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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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규격화·현찰거래 등 B2B에 알맞은 아이템으로 각광…온라인 축산업체들, 매출액 100억원 넘어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를 하려거든 축산물처럼 하라.’
첨단 인터넷 비즈니스와 가장 ‘부적절한 관계’처럼 보였던 축산물이 성공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닻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B2B를 내세우며 문을 열었던 다른 업종의 사이트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애초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분야의 전자상거래는 부진한 반면 기대하지도 않았던 축산물은 의외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미트마트옥션 www.meatmart.com 은 최근 온라인을 통한 B2B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4월 온라인 거래를 시작한지 8개월 만의 일이다.

미트마트옥션은 상장협력업체 80여곳, 구매회원 3천여곳과 함께 최근 하루 평균 2800톤의 쇠고기와 1200두의 돼지고기를 상장하고 있다.
드림엑스팜 www.dreamxfarm.com 도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부터 경매거래를 시작한 이 회사는 500여 회원사 사이의 거래를 알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거래를 시작한 미트프라이스닷컴 www.meatprice.com 도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같은해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아이델리 www.ideli.co.kr 도 온라인을 통한 매출액이 5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축산물이 1차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온라인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경매 방식 거래에 부가세 없어 장점 업체 관계자들은 축산물의 규격화가 잘 돼 있다는 점을 전자장터 활성화의 첫번째 이유로 꼽는다.
아직 국내 축산물의 규격화가 미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뜬금없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B2B 거래 축산물의 90% 이상이 수입쇠고기라는 것을 상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판매되는 쇠고기 대부분이 몬포트나 엑셀 등 국제 메이저 업체의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부품별, 산지별로 체계적 분류가 잘 이뤄져 온라인 거래가 수월하다.
2001년 1월1일부터 쇠고기 수입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축산물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전에는 13개 지정업체만 외국산 쇠고기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었다.
축협·한냉·축산물유통사업단이 수입쇠고기의 60%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다.
수입상들은 이제 많아지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
앉아서 장사하던 때와는 상황이 180도 변한 것이다.
수입상들은 이런 점 때문에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접근하고 있다.
식육점들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상거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식육점들은 한우 사육량이 점차 감소하고 수입쇠고기가 경쟁력을 갖는 상황에서 수입물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할 것으로 예상한다.
때맞춰 WTO(세계무역기구) 요구로 구분판매제도(한 식육점이 한우와 수입쇠고기를 동시에 취급할 수 없는 제도)도 사라질 전망이어서 식육점들은 경쟁적으로 수입쇠고기를 취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물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이런 변화를 예상하고 지난해 회원(소매상) 확보에 불을 켜고 덤벼들었다.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회원 서비스에 앞다퉈 나섰다.
세번째는 축산업계의 거래관행이 온라인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산업에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이한 거래관행 때문이다.
하지만 축산물은 다르다.
미트마트옥션 송기용 사장은 “축산물은 기존 오프라인 기업간 거래에서도 전화나 팩스를 이용한 거래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한다.
이전에도 제품을 보지 않고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물건을 보지 못하는 답답함이 없다는 이야기다.
어음이 없는 축산업계의 관행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어음결제 시스템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많은 업체들은 이를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한다.
하지만 축산업계에서는 늘 현금거래가 이뤄져왔기 때문에 온라인 결제가 비교적 쉽다.
경매에서 낙찰이 되면 바로 대금과 물건이 오간다.
마장동 폐쇄가 전자장터 활성화에 불붙여 서울 독산동과 함께 축산물시장을 이끌었던 마장동에서 도축장이 사라진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덕 박사는 “97년 마장동에서 도축장이 사라지면서 도매시장의 기능이 축소됐다”며 “도매상들이 쇠고기 수입에서 활로를 찾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서로 뭉치는 과정에서 전자상거래가 촉발됐다”고 분석한다.
소규모 업체들이 일종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자상거래 업체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등장한 축산물 마켓플레이스 대부분이 마장동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들의 성공은 마켓플레이스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다른 산업 분야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대형업체 한두곳이 먼저 나오는 것으로는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다.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중·소형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와 관행을 반영해 전자장터가 나와야만 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은 어디까지 왔나
농림부는 2002년부터 농·축산물 전자상거래를 본격화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유통혁명에 농·축산물도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돼지고기, 쌀, 양파, 배추, 감귤 따위의 5개 품목에 대해 올 1월부터 전자상거래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우선 돼지고기와 쌀 등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품목은 아직 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신선도 유지라는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표준화를 위해 규격대로 출하하는 농민에게 포장비의 30%를 보조하는 등 여러 지원책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농림부 허태웅 사무관은 “소비자가 1년에 구매하는 농산물 비중이 연간 46조원 가량 된다”며 “이 중 5% 정도를 전자상거래로 흡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세부사항은 2000년 8월 말부터 연구를 시작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삼성SDS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남는다.
마진 문제다.
쌀의 경우 2000년 한해 농협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해 14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농협 백형일 과장은 “쌀은 규격화돼 있어 전자상거래를 하기가 쉽지만 마진 폭이 적은 게 흠”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쌀의 마진율은 2~5%에 불과하다.
게다가 산지와 소비자 사이의 직거래가 이미 활성화돼 있어 전자상거래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유통단계도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쌀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도 마진폭이 적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비자나 생산자가 가격에서 큰 이익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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