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0-10 15:16 (목)
[공룡들의e혁명] 19 삼성생명
[공룡들의e혁명] 19 삼성생명
  • 박종생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험 아줌마’를 디지털 첨병으로
인터넷 활용해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 보험설계사 영업지원 시스템, eCRM이 중심
4월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금융플라자빌딩 5층에 위치한 삼성생명 www.samsunglife.com e비즈니스팀의 김진뢰 상무 사무실. 한쪽 벽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엔 이런 글귀가 빼곡히 적혀 있다.
“사장 지시사항- 고객 클릭 성향분석, 디지털 이미지 구축, 설계사 인터넷 교육, 원투원 마케팅….’ 한국 보험업계의 공룡 삼성생명이 최근 얼마나 e비즈니스에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삼성생명의 e비즈니스는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생명은 97년말 IMF 이후 위축된 보험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신판매채널에 관심을 기울였다.
신판매채널은 텔레마케팅, 대졸남자 설계사 조직, 사이버 마케팅 등을 포괄했다.
그러나 99년만 해도 삼성생명의 e비즈니스 담당 부서는 신판매채널팀에 소속된 하나의 부서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0년 2월 40여명으로 구성된 e비즈니스팀으로 독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온라인 회원 250만, 판매도 급증 삼성생명의 e비즈니스는 배정충 대표이사 사장과 신은철 사장, 김진뢰 상무 등이 주도하고 있다.
배정충 사장은 벤처업계의 대표주자들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 옥션의 이금룡 사장, 미래산업의 정문술 전 사장 등과 만나며 e비즈니스 감각을 익혔다고 한다.
삼성생명은 지금까지 e비즈니스 추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왔다.
우선 전략 수립과 본격적인 e비즈니스 추진을 위한 기반 구축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마무리됐다.
삼성생명의 e비즈니스 전략은 크게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인터넷 기반의 사업영역 다각화라는 두축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순위는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이를 “오프라인 지원을 통한 온-오프라인 상생의 모델추구”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마케팅, 고객관계 등을 강화함으로써 기존 영업력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e비즈니스 추진을 위한 기반 구축은 몇가지 부분에서 확인된다.
우선 올 3월말까지 온라인 회원 250만명을 확보했으며, 월 평균 홈페이지 방문자수도 360만명에 이른다.
또 인터넷을 통한 월평균 보험상품 판매건수도 99년 100여건, 2000년 12월 5천여건에서 올 3월에는 6700여건으로 늘어났다.
소매금융 등 금융서비스 실적도 2000년에는 월 평균 8500여건에 118억원에서, 올 1~3월에는 월평균 1만6700여건에 2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발 완료된 eCRM 시스템, 올 4월 구축된 보험설계사 영업지원 시스템은 삼성생명이 앞으로 e비즈니스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CRM 시스템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1천만명의 고객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고객 속성 및 니즈 파악, 오프라인에 고객정보 지원, e메일을 활용한 정보제공, 원투원 마케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e비즈니스팀 김진뢰 상무는 “고객 데이터베이스 분석은 지금까지도 해왔지만 eCRM을 통해 그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며 “eCRM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영업을 하는 데 유용하게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상품은 온라인에서 안 판다 보험설계사 영업지원 시스템은 RBMS(Rule Base Management System)라고 불린다.
여기에는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살펴본 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 해당 지역의 유능한 설계사를 연결시켜주는 설계사 추천프로그램(Agent Locator), eCRM으로 획득한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개별 고객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상품 추천프로그램(상품 Wizzard), 그리고 개인화 서비스인 마이 페이지 등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이 시스템은 4월 말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시키는 핵심적인 서비스다.
삼성생명에도 다른 기업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온-오프라인 사이에 채널갈등이 잠재해 있다.
이는 삼성생명 e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의 매출 90%를 기존 설계사 조직이 올리는 것에 볼 수 있듯이 기존 설계사 조직에 대한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설계사 조직을 흔들지 않고, 이들의 역할과 기능을 e비즈니스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삼성생명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기존 설계사들은 적지 않게 반발했다.
한 관계자는 “기존 고객을 온라인화하기 위해 고객들의 e메일을 적어내라는 회사의 방침에 초기에는 설계사들이 반발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생명 e비즈니스팀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생을 추구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우선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보험상품은 온라인에서 팔지 않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보험상품은 뉴원터치 건강보험, 뉴어린이닥터, 원터치 교통상해보험 등 저렴한 가격으로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20대 중반~30대 말의 남녀 직장인들을 주타깃으로 삼고있다.
설계사들이 판매하는 전 상품은 인터넷에서 가상으로 설계해볼 수 있지만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2주마다 서비스되는 e메일도 해당 고객을 담당하는 설계사 이름으로 보내 설계사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진뢰 상무는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에는 온-오프라인간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기존 조직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보험상품 고유의 특성 탓도 있다.
보험상품은 영업사원이 직접 고객을 만나 보험의 각종 혜택을 보여주며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계약으로 체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김진뢰 상무는 “보험상품은 대면판매 성격이 강하다”며 “그래서 고객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습득하더라도 계약은 설계사와 만나서 맺으려 한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의 첫 걸음, 건강 사이트 삼성생명은 온라인 서비스가 오프라인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를 NIS(Net Influenced Sales)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보험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실제 계약은 오프라인에서 체결했을 경우, 이 계약은 인터넷 서비스의 영향을 받아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이를 NIS로 본다.
예컨대 한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가상으로 보험설계를 했지만 당시에는 청약을 하지 않다가, 1개월쯤 뒤에 오프라인에서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이를 NIS로 잡는다.
NIS 실적은 올 1~3월의 경우 2만387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온라인상에서 보험판매 건수는 6766건인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판매 건수는 온라인상에서보다 오프라인상에서 3.5배 가량 많은 셈이다.
삼성생명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기존 경쟁력 강화 외에도 인터넷 기반의 사업영역 다각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가시화된 것은 휴메딕 www.humedic.com이라는 건강정보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는 삼성서울병원과 제휴해 무료로 건강상담 서비스를 해준다.
현재 회원은 20만명 정도인데 앞으로 1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이 사이트는 다양한 의료 콘텐츠를 개발해 수익원을 창출할 방침이다.
삼성생명은 인터넷을 통한 매출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진뢰 상무는 “올해 인터넷 매출 비중이 전체의 1%를 넘어갈 것”이라며 “선진국의 경우 7%에 이른 기업도 있는데, 우리도 2003년이면 이런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삼성생명은 우선 기존 고객의 온라인화에 신경을 쏟고 있다.
1천만명에 이르는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전환시켜야 기존 고객관리가 효율화되는 것은 물론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1천만명 중 500만명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
오프라인 고객의 온라인화를 촉진하기 위해 인터넷 전용 신상품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계좌통합서비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인터넷 전용 신상품은 보장성, 연금, 저축성 보험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고객의 전 금융계좌를 한 사이트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계좌통합서비스는 현재로선 법적인 제약 등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가능한 부분부터 실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삼성생명 e비즈니스팀 김진뢰 상무 삼성생명의 e비즈니스팀을 맡고 있는 김진뢰(47) 상무는 보험영업만 20여년을 해왔다. 그래서 보험영업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김 상무는 95년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영업에 활용했으며, 대학 출신 남녀 설계사들을 인터넷상으로 채용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 방면에도 관심이 많았다. 기존 보험영업 생리 및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그를 지난해 초 e비즈니스팀으로 발령나게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인터넷으로 고객에게 해줄 일이 많다”며 “한번 고객이 영원한 고객이 되도록 인터넷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e비즈니스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최근 인터넷 거품 붕괴로 마치 e비즈니스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생명은 e비즈니스를 일시적 경영의 조류나 패턴이 아닌, 우리가 빨리 변하고 적응해야만 하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e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가치의 극대화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선제 대응력과 고객중심 사고를 기반으로 해서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인터넷 기반의 사업영역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보험영업은 보험설계사 조직이 근간이다. 설계사 조직에 e비즈니스를 어떻게 접목하고 있나. 설계사 조직이 보험영업의 근간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비즈니스의 진전으로 궁극적으로 설계사 조직의 역할이 다소 축소될 수는 있겠지만 보험업의 특성상 완전히 해체되는 것이 아니고 역할과 기능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생명은 설계사 조직의 재무 컨설팅 능력을 키우기 위해 전 조직의 FC(Financial Consultant)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인터넷을 활용한 설계사의 영업지원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설계사들은 영업활동의 시간·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디지털시대에 맞는 영업경쟁력을 갖춰 생산성 향상은 물론 소득향상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e비즈니스가 기존 보험사의 관행 중 어떤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흔히 금융업종 내에서 증권이나 은행에 비해 e비즈니스 추진이 뒤처지는 것으로 얘기된다. 그러나 이것은 업무의 특성이 달라 추진방향이나 추진방법의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결코 추진의지 자체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보험사들이 각자 여건에 맞게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e비즈니스를 통해 온라인 프로모션, 직·간접 보험판매, 업무처리 프로세스의 인터넷화(보험료 납입, 보험료 지급, 사무처리 간소화 등), 온라인 고객서비스 제공, 상품개발 주기단축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험회사는 e비즈니스를 통해 비용절감, 신규시장 창출 및 매출증대, 고객관계 강화, 종합금융화 및 사업영역 다각화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