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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북토피아
[현장탐방] 북토피아
  • 김상범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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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혁명이여, 어서 오라
관련 하드웨어 지원되면 시장성 무한대… B2B와 멀티 동화 서비스로 몸풀기 나서
‘요란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
’ 아마도 전자책(e북) 시장에 대한 적절한 비유가 될 성 싶다.
지난해부터 화려한 조명 속에 디지털 콘텐츠의 기대주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전자책 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4100억원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중 전자책은 70억원을 기록하는 데 머물렀다.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인쇄매체를 급속히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는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가. ‘종이책과 e북의 꿈같은 만남’을 꿈꾸는 곳 북토피아 www.booktopia.co.kr에서 전자책의 오늘과 미래를 점쳐보자.

출판문화의 미래 위해 뭉쳤다 북토피아의 탄생은 구제금융(IMF)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의 어두운 그림자는 출판계에도 치명타를 주었다.
도매유통기구의 잇따른 부도사태는 표면적 현상이었다.
근본적으로 출판계 유통구조의 난맥상을 돌파하기 위한 좀더 조직적인 대응책이 필요했다.
98년 11월 단행본 출판사들은 그런 요구를 등에 업고 한국출판인회의를 출범시켰다.
북토피아는 바로 이 한국출판인회의의 분과위에서 시작됐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출판을 21세기 정보시대의 기간산업으로 설정하고 출판문화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공론화하여 그 문제의 해결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판정책에서부터 독서운동까지, 종이책에서부터 전자책까지, 산업의 활성화와 독자가 주인되는 문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한국출판인회의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눈을 돌렸다.
분과위를 통해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사업검토에 들어갔고 결국 99년 5월 북토피아가 탄생했다.
초기 7개사가 공동출자해 출범했지만 99년 말과 2000년 5월 증자를 거쳐 현재 주주 180여개사, 자본금 51억5천만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틀을 갖췄다.
북토피아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은 도서 전자상거래와 전자책 서비스다.
초기 출범 당시에는 출판계의 인터넷 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출판계 공동의 서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주력사업이었지만 증자를 거쳐 규모가 커지면서 좀더 적극적인 수익사업이 필요했다.
지난해 5월 2차 증자가 끝나고 난 직후인 7월부터 도서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9월부터 전자책 유료 서비스에 나섰다.
하지만 전자책 서비스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전자책 시장에서 B2C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요. 우선 서비스 방식의 표준화가 안 돼 있고, 두번째로 하드웨어의 뒷받침이 미비합니다.
전자책은 휴대성, 이동성, 간편성이 생명이죠. 지금처럼 PC로 전자책을 다운로드받아 읽어야 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어요.” 북토피아 이승수 전무는 특히 하드웨어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의 경험이 더욱 그런 믿음을 강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당시 베스트셀러로 꼽혔던 책을 500원짜리 전자책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광고도 하고 기대를 많이 했죠. 그런데 수요가 없더군요. 하드웨어 환경이 안되면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죠. 이동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 전자책 전용단말기는 아직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출시하겠다고 한 곳은 몇몇 있었지만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책 업체들간에 서비스 방식(업체들마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뷰어가 서로 다르다)이 다르고 여전히 불법복제에 대한 우려가 커서 출판사들이 전자책에 소극적인 점까지 보태면 전자책 활성화는 아직도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전자책 시장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북토피아가 이 시장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주력사업은 도서 전자상거래와 함께 전자책 서비스다.
단지 차별적 접근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가면서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전자책 시장은 차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존 업체들이 B2C에 주력하고 있는데 북토피아는 우선 B2B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라이브러리 구축 같은 사업에 나서는 것이죠. 지금 상황에서 B2C 시장만 준비하다가는 힘들어요. 도서관에서 소장가치가 떨어진 책들은 디지털화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어요.” 김혜경(47) 사장은 전자책이 필요한 것은 일반 소비자뿐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북토피아는 이런 차별적 접근과 함께 조금 색다른 방식의 전자책 서비스를 시도할 생각이다.
월 1만원의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는 멀티 동화 서비스가 그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멀티 동화 서비스는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 창작 그림동화를 플래시 방식의 애니메이션으로 바꿔 인터넷을 통해 회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플래시 처리에 국내 최초로 복제방지 기술인 DRM을 적용했지요. 호응이 좋아 또하나의 기대주로 삼고 있습니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달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맛보기 수준이지만 고품질을 무기로 계속 접근할 계획입니다.
다음달부터는 모두 영어로 서비스할 것입니다.
” 이승수 전무는 성인, 오락용을 제외하면 콘텐츠 유료화의 실질적인 첫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활성화의 전진기지로 B2B 시장 접근, 멀티동화를 이용한 유료화 서비스 등을 통한 우회전략은 향후 본격적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대비한 준비단계이기도 하다.
역시 주력은 전자책 B2C 시장이다.
최근의 시장 환경은 전자책 활성화의 시기를 좀더 낙관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했고 개인휴대단말기(PDA)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LG텔레콤이, 3월에는 SK텔레콤이 휴대전화를 이용한 전자책 서비스에 나섰다.
휴대전화 서비스보다 더 큰 기대를 모으게 하는 것은 PDA 시장의 확대다.
휴대전화는 아무래도 전자책을 읽는 데 불편하다.
“PDA 시장이 올해 전년대비 5~8배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대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있어 전자책 업체 입장에서는 좋은 징조죠.” 물론 PDA가 업체들마다 운영체제(OS)가 다르고 DRM 같은 불법복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직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르면 올 하반기, 내년 상반기에는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구체적으로 일들이 생기니까 준비를 해야죠. 확실한 타깃을 설정하고 그 타깃 시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리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B2B라든가 멀티 동화 같은 것들은 그런 고민의 산물입니다.
” 김혜경 사장은 올해를 본격 시장개척 시기라고 말한다.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시기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스스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출판인이다.
그래서 출판계 사정을 잘 안다.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출판계가 아직은 보수적이에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오픈 마인드도 일부에 머물러 있고요. 하지만 인터넷은 분명 장점을 갖고 있어요. 인터넷과 만나서 출판업계가 더 커질 수 있거든요. 그 가능성을 믿고 북토피아가 있는 거죠. 그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겁니다.
전자책의 수익모델은 굉장히 명확해요.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죠.” 북토피아는 올해 8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서 전자상거래와 전자책의 비중이 6대4 정도를 이룰 것이라고 한다.
50명의 인력으로 이 정도의 매출을 올해 거둔다면 적지않은 성과가 될 것이다.
책 천국을 기다리는 북토피아의 야무진 꿈이 오늘도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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