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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연구] 한국비즈넷
[투자연구] 한국비즈넷
  • 이정환
  • 승인 2001.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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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서류 표준 만든다
3억8500만원이면 별로 큰 돈은 아니다.
한국기술투자가 한국비즈넷 www.kobiznet.co.kr에 투자하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한국기술투자에 불문율처럼 전해오는 몇가지 금기 가운데 하나는 창업한지 오래된 개인 회사에는 웬만하면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래된 회사일수록 회계장부나 매출 전망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금기는 사장 나이가 50살 이상인 회사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망해도 좋으니까 한번 승부를 걸어보자’는 모험정신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비즈넷이 그랬다.
설립한지 17년이나 됐을 뿐만 아니라 김용필 사장은 올해 52살이다.
성장성에 대한 논의를 떠나 한국비즈넷은 그다지 매력있는 회사처럼 보이지 않았다.

틈새시장 공략이 성공 열쇠…한국기술투자 3억8500만원 투자해 가치 인정 그러나 한국기술투자 서상록 심사역은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투자를 강행했다.
서 심사역은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충분히 투자할 만한 회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기술투자는 지난해 11월 액면가 4천원의 7배수인 2만8천원에 3억8500만원을 투자하고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기술투자는 자본금 5억5500만원인 이 회사 가치를 40억원으로 평가했다.
투자포인트1 시장현황 지금 틈새시장은 ‘만원’ 한국비즈넷은 원래 포워더(forwarder)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포워더는 복합화물운송업체라고도 하는데 운송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나 운임차액을 받는 업체들을 일컫는다.
2000년 말 기준으로 포워더는 134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여 업체는 이미 자체적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400여 업체는 아주 영세해 끊임없이 새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형편이다.
전산시스템을 구입할 수 있는 회사는 나머지 800여 업체 정도인데 한국비즈넷은 이 가운데 350여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비즈넷이 지난 87년부터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사비스(SAVIS)라는 프로그램은 포워더를 위한 일종의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엑셀이나 워드 등으로 만들어왔던 각종 서류에 통일된 양식을 제공하는 한편 실적관리나 회계업무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여러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이제는 국내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2.4%에 이르는 시장점유율이 이를 증명한다.
문제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워낙 한정된 시장이라 일부 영세한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들이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회사를 끌어들일 계획이지만 쉽지는 않다.
3천만원에 이르는 시스템 값은 영세한 업체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제법 짭짤했던 틈새시장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특별히 어려운 프로그램은 아니다.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만 있으면 얼추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 투자심사를 담당했던 서 심사역도 한국비즈넷의 기술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선발업체의 장점은 이미 충분히 누렸고 이제는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투자포인트2 사업모델 인터넷 서비스로 승부한다 포워더는 흔히 볼 수 있는 이삿짐 업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포워더는 발주업체와 운송업체를 연결시켜주기도 하고 직접 운송업무를 총괄하기도 한다.
모든 운송수단을 동원해 가장 빠르고 저렴한 운송방법을 설계해 주문을 내고 화물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책임을 떠맡는다.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각종 절차를 밟는 것도 포워더의 일이다.
말 그대로 ‘복합’ 화물운송업체인 셈인데 그동안 국내에서는 흔히 브로커 정도로 인식돼왔다.
특화된 서비스없이 인맥에 의존하는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계 포워더들이 들어오면서 도산하는 업체들이 부쩍 늘고 있다.
가격인하 경쟁과 무분별한 외상 거래를 못이겨 급기야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 업체들은 광범위한 국제 네트워크와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처리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제 경쟁에서 뒤처지는 포워더는 인맥과 경력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게 됐다.
외국 업체들과 맞설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절실하게 된 것이다.
한국비즈넷은 한가지 대안으로 인터넷을 통한 서류교환을 생각해냈다.
지금까지는 서류를 주고 받으면서 수치를 일일이 입력하고 몇차례나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자료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 물론이고 업무처리가 기약없이 늦어지기 일쑤였다.
업무를 간소화하고 업체들 사이에 표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다.
언제까지나 팩시밀리로 서류를 주고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인터넷을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될텐데. 한국비즈넷은 지난 1월1일 6개월 동안 개발한 로지스링크 www.logis-link.com를 선보였다.
로지스링크는 그동안 엑셀이나 워드로 작업해온 각종 서류들을 간단한 클릭 몇번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ASP 형태로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포워더와 발주업체, 운수업체, 관세청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쉽게 서류를 주고받을 수 있다.
발주업체는 주문을 내고 받는 과정을 하나하나 점검할 수 있고 포워더는 발주업체의 주문을 그대로 사비스에 불러들여 작업할 수 있다.
업무량이나 비용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투자포인트3 수익모델 서류 1장에 1천원? 다시 문제는 수익성이다.
많은 인터넷 사업이 그렇듯이 사용자들이 익숙한 업무관행을 버리고 인터넷 환경에 뛰어드는 모험을 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합리적이고 훨씬 저렴하다는 설명도 안 통한다.
많은 업체들이 아직도 팩스를 주고받는 일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ASP에 거부감을 느끼는 업체들도 있다.
결국 어떻게든 덩치를 키워서 표준으로 자리잡는 수밖에 없다.
한국비즈넷은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질 때까지는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펼칠 계획이다.
우선은 사비스를 쓰고 있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리가 잡히면 작성하는 서류마다 요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비즈넷은 서류 한장에 1천원 정도를 받을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1년에 만들어지는 포워더 관련 서류가 280만장이라면 전체 시장규모는 연간 28억원이 되는 셈이다.
물론 전체 시장을 독점할 수는 없는 일이고 실제 시장점유율은 턱없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비즈넷은 광고매출을 감안해 이 분야 올해 매출을 35억원으로 잡고 있다.
한국비즈넷의 매출계획을 살펴보면 사비스와 인터넷 사업이 각각 47%와 41%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2%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홈페이지 구축 사업이나 ERP 구축 사업에서 발생한다.
올해 계획은 매출 83억원에 순이익 29억원, 2004년이 되면 매출 112억원에 순이익 21억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서 심사역은 이같은 매출전망에 다소 회의적이다.
“인터넷 사업이 수익을 올리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안정적인 매출기반이 있다고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투자포인트4 경쟁력 30% 넘게 장악해 ‘유리한 고지’ 좁은 시장이라서 그냥 내버려두는 걸까. 한국비즈넷의 인터넷 사업에는 아직까지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
굳이 찾자면 한솔 로지스클럽이나 한국통신의 종합물류정보센터가 있겠지만 분야가 다르다.
경쟁관계라기보다는 제휴관계로 나아가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종합 물류망은 아니지만 적어도 포워더 분야에서만큼은 한국비즈넷이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나타나더라도 한국비즈넷보다는 훨씬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한국비즈넷은 이미 사비스를 통해 포워더 전용 전산시스템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래서 로지스링크 사업도 철저하게 사비스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사비스를 사용해왔던 업체들은 맘만 먹으면 손쉽게 인터넷 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된다.
반면 경쟁업체들은 전산시스템을 완전히 뜯어 고치라는 주문을 하는 셈이다.
어느 쪽의 시장진입 전략이 쉽게 먹혀들지는 뻔하다.
계산이 맞다면 사비스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모두 로지스링크의 잠재고객이 되는 셈이다.
한국비즈넷의 경쟁력은 탄탄한 시장 기반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나면 오히려 인터넷 사업이 사업영역을 넓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로지스링크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위해 사비스를 도입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후발업체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 이용필 사장의 설명이다.
투자포인트5 투자위험 낮은 진입장벽, 좁은 시장 서 심사역은 두가지 금기를 뒤집어 생각했다.
한국비즈넷의 경우는 오랜 사업경험과 노하우가 튼튼한 재산이 된다.
마찬가지로 이용필 사장의 넓은 인맥이나 신뢰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물론 몇가지 위험요소는 남아 있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것이 첫번째이고 시장이 넓지 않다는 게 두번째다.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사비스는 연간 20억원 매출에서 더 이상 늘어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한국비즈넷의 성장성 열쇠는 인터넷 사업에 달려 있다.
좁은 시장의 한계를 넘어 어떻게 제휴를 맺고 사업영역을 넓혀가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차피 무역업무의 온라인화는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이다.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면 휩쓸려 떠내려갈 수밖에 없다.
“성장성 크지 않지만 시장 선점에 성공” 한국기술투자 서상록 심사역 포워더 시장에만 머물렀다면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이 좁은데다 경쟁이 치열해 연간 매출이 20억원을 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터넷 사업 진출은 시의적절하고 방향도 옳다. 물론 아직까지는 수익성을 보장하기에 이르다. 끈기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내년 정도면 세계적 온라인 무역망을 갖춘 볼레로넷이 국내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서류와 유가증권을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때 쯤이면 포워더뿐만 아니라 수출입업체들도 온라인 전산망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한국비즈넷은 이미 시장 기반을 튼튼히 닦아놓은데다 일찍부터 인터넷 사업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보완해왔다. 일단 시장 선점에는 성공한 셈이다. 성장성이 큰 회사는 아니다.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려면 2004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신규사업을 벌이고 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잡는 일이 관건이다.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업종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15.4배, 2000년 기준으로 EPS(주당순이익)는 4444원이다. 적정주가는 6만8400원이 된다. 2004년에 예상대로 매출 104억원에 순이익 39억원을 달성하면 EPS는 1만3989원, 적정주가는 21만1233원이 된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투자수익률은 42.4%선, 매각금액은 1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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