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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코스닥 신화 이끌 바이오 샛별들
[바이오] 코스닥 신화 이끌 바이오 샛별들
  • 이정환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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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수익모델·탄탄한 연구인력 확보… 장기적 성장성 입증이 미지수
“그딴 소리는 집어치우고 차라리 김치공장이나 차리세요. 그러면 돈을 빌려주겠습니다.
도대체 여섯명이 무슨 유산균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죠?” 은행마다 번번히 퇴짜를 놓았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던 95년만 해도 유산균을 100% 해외에서 사들여오고 있었다.
바이오 벤처라는 개념도 없었고 생명공학이란 으레 쟁쟁한 다국적 기업들이나 하는 줄 알 때였다.
그런 가운데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벌여놓은 회사가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 가운데 하나인 쎌바이오텍 www.cbt.co.kr이었다.
쎌바이오텍, 국내 처음으로 유산균 제조 여기저기 은행마다 손을 벌려봤지만 투자자들은 처음부터 기술력이나 구성원의 역량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들 눈에 보이는 매출과 순이익을 요구했다.
그래도 정명준 사장의 자신감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유산균만 해도 한해 200억원에 이르는 시장입니다.
품질을 확보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죠.” 그렇게 의기투합한 여섯명이 1년여의 개발 끝에 96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산균을 직접 만들어냈다.
관심을 보이는 몇몇 제약회사에 팔아 넘겼고 그해 거뜬히 2억원을 벌어들였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실험실 수준의 작업이었으니까요. 일찌감치 틈새시장을 발견했던 거죠.” 그때야 비로소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차례 자금을 끌어들인 쎌바이오텍은 꾸준히 설비 투자를 늘려나갔다.
규격에 맞는 제품을 가장 싸게 내놓자는 것이 과제였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접어들고 욕심이 생기면서 직접 유전자를 배양할 수 있는 대량생산체계를 하나씩 갖추기 시작했다.
이제는 가루 형태로 만든 여러 유산균 건강식품을 제약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납품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37억원 매출에 1억5천만원 순이익을 올렸다.
설비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올해부터는 수익성이 크게 나아질 전망이다.
올해 말에 코스닥에 올라갈 계획이라고 한다.
공모예정가는 7천원에서 9천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쎌바이오텍은 실험실에서 시작해 제조업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보기 드문 사례다.
많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수익모델은커녕 뚜렷한 매출기반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쎌바이오텍의 힘찬 발걸음은 돋보였다.
틈새시장을 제대로 뚫은데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 가격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설비투자 비용만 100억원 가까이 들었다.
“기술개발이 30%라면 마케팅이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기껏 개발을 해놓고 대량생산에 실패하거나 가격에서 뒤진다면 말짱 도루묵이겠죠. 필요한 때 자금을 끌어들이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 정 사장이 후발 바이오 벤처기업들에게 던지는 충고다.
정 사장은 되지도 않는 연구개발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선 돈되는 사업에 뛰어들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인바이오넷, 사료첨가제 제조기술 국내 최고 쎌바이오텍에 한발 앞서 코스닥에 올라갈 인바이오넷 www.inbionet.com도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에 든다.
사료첨가제를 만드는 인바이오넷은 미생물 발효와 양산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사료첨가제 시장에서는 이미 확고한 위치를 굳히고 있다.
“1㎏에 2천원짜리를 만드는 회사들은 많은데 50만원짜리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었죠. 기술력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가격만 맞으면 얼마든지 덤벼볼만 하다는 계산이 섰습니다.
” 구본탁 사장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환경 미생물 쪽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해외 진출은 어렵겠지만 당장 국내시장만해도 상당한 규모가 된다.
지난해 36억원 매출에 4억원 순이익을 남겼다.
매출액 비중을 보면 사료첨가제가 60%, 기술용역이 25%, 환경 미생물이 15%로 구성돼 있다.
인바이오넷은 수익성 높은 기술용역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60~7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바이오넷은 지난해 170억원을 들여 한효과학기술원과 부대 시설 장비를 인수하고 14개 바이오 벤처기업을 입주시켰다.
이른바 대덕바이오커뮤니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분야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모였다.
벤처기업의 한계를 넘어 대형 사업까지 거뜬히 소화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었다.
이 모임 안에서는 여러가지 사업들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그 가운데 서로 제휴관계가 얽히고 설키게 된다.
개발비용도 따로 부담하고 이익도 따로 나눠갖는다.
저마다 사업계획을 갖고 있지만 커뮤니티 아래서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신약개발은 결국 네트워크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느슨한 결합을 통해 이러한 공존공생관계를 이어나갈 겁니다.
대기업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훨씬 강력하죠.” 대덕바이오커뮤니티에 거는 구 사장의 기대는 각별하다.
인바이오넷은 이르면 5월부터 코스닥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공모예정가는 쎌바이오텍과 비슷한 7천원에서 9천원 수준. 사실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두 회사가 모두 인정하듯 미생물 응용 기술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커나가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지만 조금만 나가보면 쟁쟁한 다국적 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어렵사리 인건비를 충당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의 성장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결국 덩치를 키우거나 아니면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바이오 벤처기업을 표방한 많은 다른 기업들처럼 쎌바이오텍과 인바이오넷도 신약개발을 장기적인 목표로 잡고 있다.
제조업쪽에서 현금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쪽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시장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다들 신약 개발에 목을 매고 있지만 성공확률은 1천분의 1도 안돼요. 10년 가까운 개발기간에 엄청난 임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 삼성증권 임돌이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씨트리, 항체 계란으로 5개월 매출 1억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회사는 씨트리 www.c-tri.com. 미생물을 연구하는 앞의 두 회사가 엄밀한 의미에서 바이오 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것처럼 씨트리는 제약회사 쪽에 더 가깝다.
남양주에 자리잡은 옛 바이엘 공장을 인수해 제약회사로서의 면모도 갖추었다.
씨트리는 지난해 항체 계란을 만들어 제법 짭짤한 재미를 봤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고 헬리코박터라는 항체를 닭에게 주사하기만 하면 된다.
이 주사를 맞은 닭이 낳은 계란은 위장병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에 550원씩 하는 이 계란은 날 걸로 먹기도 하고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떠 먹기도 한다.
한달 먹을 분량은 5만5천원 가량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팔기 시작해 다섯달만에 매출이 1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김완주 사장은 사업계획은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설명한다.
항체 계란이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한 단기 사업이라면 무좀약은 중기 사업 가운데 하나다.
터비나핀이라는 약품은 1㎏에 2400달러나 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물질특허가 끝난 뒤에도 제조방법 특허에 묶어 사실상 독점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만 65억원에 이르고 매년 64% 이상 성장하고 있다.
씨트리는 이처럼 물질특허가 끝났거나 끝날 예정인 약품 원료 가운데 제조방법 특허만 남아있는 것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터비나핀만 해도 앞으로 5년동안 170억원 이상을 벌어다 줄 것으로 보인다.
방향만 정확하다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대박을 터뜨릴 기회는 여기저기 널려있다.
장기적으로 씨트리는 제약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형질 전환을 통한 의료용 인체 단백질이나 면역억제제 등을 개발하는 연구가 벌써부터 한창이다.
“사실 10년씩 끌고 나가면서 제품을 만들어낼 자신은 없고요. 그만한 돈도 없습니다.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임상단계에서 외국에 팔아 넘기는 방법이 되겠죠.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수익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 김 사장의 설명이다.
씨트리는 액면가 500원 기준으로 공모가 1천원에 코스닥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지난해 19억원 매출에 12억원 적자를 기록한 탓에 기업 가치가 턱없이 낮게 잡혔다고 한다.
빠르면 6월에는 코스닥에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진사이언스, 콜레스테롤 저하 음료로 주목 유진사이언스 www.eugen21.com의 사업전략은 조금 다르다.
유진사이언스는 지난 1월 ‘유콜’이라는 이름의 콜레스테롤 저하 음료를 내놓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조그만 벤처기업이 자체 상표를 붙여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노승권 사장은 콜레스트롤을 낮춰주는 마아가린이나 비누 등이 비싼 가격에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음료수가 없다는데 주목했다.
다국적 기업이 놓치고 있던 틈새를 공략한 것이다.
딱히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었다.
콜레(동물)스테롤과 유사한 파이토(식물)스테롤에 물에 잘 녹는 물질을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
물에 녹은 파이토스테롤이 몸 속에서 콜레스테롤과 경쟁하면서 소화를 막아주고 자연스럽게 배설을 유도한다.
유콜을 꾸준히 마시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4%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사이언스에 60억원을 투자한 H&Q아시아퍼시픽은 유콜의 특허를 2조원으로 평가했다.
유콜은 한병에 1700원씩에 팔리고 있다.
생각보다 저조한 실적이지만 올해 1700만병은 쉽게 팔릴 것이라고 한다.
해외진출 전략이 맞아떨어진다면 2005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콜에 이어 콜레스테롤 저하 유산균 사업과 정부의 공업기반기술사업인 스테로이드 호르몬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05년에 3900여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진사이언스는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바이오기업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많았다.
어떤 증권사들은 아예 음식료업종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노승권 사장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모두가 다 셀레라지노믹스를 따라 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닙니까? 가망 없는 연구에 무작정 매달리기 보다는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앞날을 준비해야죠. 우선은 현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업을 계속 벌여나갈 생각입니다.
” 유진사이언스도 올해 상반기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한참 분주한 모습이다.
코스닥 진출을 앞두고 있는 이들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이미 코스닥에 올라있는 다른 바이오 벤처기업들과 조금 다르다.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성장의 발판을 닦아두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무적이다.
이미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마크로젠과 조금 다르고 탄탄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지바이오나 대성미생물연구소와 조금 다르다.
그러나 미래 가치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진짜 바이오 벤처기업을 갈망하는 시장의 기대에 아직은 턱없이 못미친다.
바이오벤처의 새로운 수익모델
지금까지 신약을 개발하는 일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막막한 일이었다.
제품을 개발하고도 수많은 임상실험을 거치면서 최종 승인까지 통과하려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8년이 걸렸다.
생쥐 실험부터 인체실험까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손쉽게 특허 판매를 수익모델로 삼는 이유이기도 했다.
특허를 개발하고 재빨리 대기업들에게 팔아치워 수익을 남기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수익모델이었다.
대기업들은 대기업들대로 어쩌다 터질지 모르는 대박을 기다리면서 지루한 시행착오를 되풀이 해야 했다.
그러나 셀레라지노믹스가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고 난 다음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옛날처럼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아도 된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3차원 정보만 있다면 그와 결합할 수 있는 분자를 설계하고 합성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치료물질은 열쇠가 자물쇠에 들어가듯 질병 단백질과 결합한다.
이제 정보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밝혀진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훨씬 큰 수익을 얻게 된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는 셀레라지노믹스보다 유전자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휴먼게놈사이언스나 밀레니엄파마슈티컬의 주가가 더 높아진 지 오래다.
더이상 모래에서 바늘찾기가 아니다.
이른바 포스트게놈시대에 어울리는 바이오 벤처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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