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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디지털 위성방송의 허와 실
[첨단기술주] 디지털 위성방송의 허와 실
  • 신동녘(IT 애널리스트)
  • 승인 2001.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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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를 지나면서 필자는 인생에 대해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한때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치솟던 정보통신 주식들이 이제는 지옥으로 곤두박질친 상황을 보며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종교를 많이 믿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엄청난 부의 상징이었던 정보통신 관련 벤처 주식이 이제는 휴지로도 못쓸 만큼 변해버린 상황에서 이들이 느끼는 인생의 굴곡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보는 필자 역시 얄팍한 지식으로 이들을 충동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을 금할 수 없다.
정보통신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자들을 위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장세에 따라 부화뇌동하지 않고 좀더 심도있는 분석을 해야 한다는 반성을 곱씹어본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호에서는 얼마 전 사업자 선정을 끝낸 디지털 위성방송에 대해 조명해보도록 하자. 아나로그를 디지털로 바꾼 것에 불과 지난 5년간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공전하던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가 결정되었다.
한국통신과 한국방송공사(KBS)의 컨소시엄이 데이콤과 LG의 컨소시엄을 누르고 최대 150개에 이르는 디지털 위성방송 채널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동안 사업자 선정이 미뤄지면서 비싼 위성을 하늘에 띄워놓고 놀려두던 처지에서 이번 사업자 선정은 방식을 불문하고 여하튼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디지털 위성방송과 관련하여 신문과 방송내용을 보던 필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선 기술 측면에서 올 9월에 디지털 위성방송이 시작되면 쌍방향 통신기능으로 현재 유선으로 제공되는 고속인터넷을 디지털 위성이 대체하며, PC보다 훨씬 선명한 화질의 동영상과 네트워크 기능으로 PC의 인터넷 기능이 디지털 위성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로는 경제적 측면에서 디지털위성은 2005년까지 약 30조원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명색이 정보통신부라는 데서 발표한 것이니 믿어야겠지만, 그리고 요즘 공적자금이다 뭐다 해서 수조, 수십조 규모로 노는 데 비하면 30조원이라는 것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이러한 류의 보도와 소문들이 투자자들에게 장밋빛 환상을 갖게 하고 결국은 이들을 파멸의 길로 이끌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기술 측면에서 디지털 위성방송이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기존의 지상파 아날로그 방식을 디지털로 바꾼 것처럼 디지털 위성방송도 지금의 , <스타TV> 등의 아날로그 위성방송을 디지털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물론 전송방식이 디지털로 바뀜으로써 전파 효율도 높아져 화질이 영화 수준으로 높아지고 채널 수도 4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은 어디까지나 방송일 뿐이다.
네트워크를 구분할 때 정보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단방향 네트워크와 양방향 네트워크로 구분한다.
전화나 인터넷 등이 대표적 양방향 네트워크라 하면 방송은 대표적 단방향 네트워크이다.
즉 정보 흐름이 방송국에서 시청자로 일방적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지상파를 이용하든 위성을 이용하든 방식은 같다.
따라서 위성방송이 디지털로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단방향이 양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물론 위성을 통해 인터넷을 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통신이 얼마 전까지 추진하던 위성 인터넷 사업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위성을 통해 양방향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지상에서 위성으로 전파를 쏘아올리는 강력한 송신 안테나가 필요하다.
더욱이 이번의 디지털 위성방송은 위성에서 시청자 집으로 직접 전파를 발사하는 시스템이어서 위성을 통해 양방향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집집마다 고출력의 송신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통신의 위성 인터넷 사업도 수신만 위성을 통해 하고 송신은 전화선 모뎀을 통해 하는 비대칭형 방식이었다.
그런데 전화선 모뎀의 최대 전송속도는 56kbps라 ADSL이나 케이블모뎀에 비해 100분의 1 정도로 전송속도가 엄청 낮다.
또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려고 위성수신 안테나를 달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은 사실상 얼마 전에 종을 친 셈이다.
그런데 디지털위성이 시작되면 이용자는 어차피 접시형 위성 수신 안테나를 달아야 할 처지이니 이번에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통신이 과거의 그 사업을 재개할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현재 유선 인터넷의 대표주자인 ADSL이나 케이블모뎀을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송과 인터넷의 결합이 정보통신의 향후 방향이라고 한다면 필자는 이러한 이유로 방송이 인터넷을 흡수하기보다는 인터넷이 방송을 흡수하리라 본다.
물론 광통신망을 주축으로 하는 유선으로 말이다.
다음으로 3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부가가치에 대해서 살펴보자. 정보통신부가 밝힌 30조원의 경제적 부가가치 가운데 절반인 약 15조원은 일반 시청자들이 디지털TV를 구입하는 데 지출하는 돈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일반 시청자들이 지상파 디지털TV의 시청을 위해 수상기를 구입하는 부분으로 디지털 위성에 따른 파급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수혜기업도 삼성과 LG 등 가전업체가 될 것이며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체와는 무관하다.
또한 나머지 15조원 중 5조원은 위성신호를 TV신호로 변환하는 셋톱박스 시장이어서 디지털 위성방송시설과 관련한 시장은 최대 10조원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수혜기업은 어디까지나 장비 및 콘텐츠 업체라는 사실이다.
다음은 디지털 위성방송의 시장성을 살펴보자. 이번에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한국통신과 KBS 컨소시엄)은 2005년도에 200만 가입자를 유치하여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후 2006년 이후부터는 누적수익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DB의 초기 자본금은 3천억원이고 가입자 확대를 위해 위성수신 장비 가운데 15만원 정도를 보조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투자비용이 2005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위성방송의 이용요금이 가구당 약 2만5천~3만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콘텐츠 제작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이용요금은 이를 훨씬 웃돌 것이다.
문제는 채널 수이다.
현재 무궁화위성에서 방송가능한 채널은 88개이다.
한국통신은 타 중계기를 방송용으로 전환할 경우 150개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2002년부터 시작될 지상파 디지털TV에서도 약 40개 채널이 가능하다.
또한 케이블TV는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으로도 약 100개 채널이 가능하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약 200~300개의 채널이 공급되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이 모든 채널의 콘텐츠가 채워질지도 의문이지만, 지상파 디지털TV는 무료로 제공되고, 케이블TV는 현재 월 1만1천원인 점에 비추면 디지털 위성방송이 그렇게 고가의 공급정책을 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디지털 위성방송은 그 화려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으며, 자칫하면 현재 케이블TV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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