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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엄브렐러와 랩어카운트
[펀드인사이드] 엄브렐러와 랩어카운트
  • 최상길(제로인펀드닥터 이사)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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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관련 용어 중에 엄브렐러(umbrella)와 랩어카운트(wrap account)라는 것이 있다.
둘 다 미국에서 건너온 외래어로 엄브렐러는 ‘우산’, 랩은 ‘감싸다’, 어카운트는 ‘계좌’라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엄브렐러와 랩어카운트는 환매 수수료 및 보수 체계가 기존 펀드 및 금융상품과 다르다.
보통 특정 펀드에 투자하다가 정해진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다른 펀드로 옮기려면 만기 전 자금 인출에 따른 패널티, 즉 환매 수수료가 부과된다.
환매 수수료는 펀드 투자 활성화의 장애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펀드를 주식처럼 편리한 투자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이 펀드에서 저 펀드로 자유롭게 옮겨다닐 수 있는 투자구조가 창안됐다.
이를 처음 상품화한 것이 엄브렐러 펀드다.
엄브렐러는 특색있는 5~7개 종류의 펀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음으로써 자금이동에 따른 수수료를 없앴다.
엄브렐러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몇개의 살이 모여 하나의 우산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나왔다고 한다.
엄브렐러 펀드는 통상 주식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것이 목표인 적극투자형(액티브) 펀드와 주식 투자비율을 이보다 낮춘 안정형 펀드, 시가채권형 펀드, MMF 등으로 구성된다.
특정 테마주에 집중 투자하는 유형도 엄브렐러의 일원이 되기도 한다.
엄브렐러 안에서 이동이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무한정 옮겨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상품화한 엄브렐러 펀드는 이동을 1년에 12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간접투자 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펀드는 투자자금 인출 요구가 있으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매각해야 한다.
자금 인출과 유입이 너무 빈번히 발생하면 펀드 운용 및 성과에 문제가 생기므로 이동횟수를 제한한 것이다.
엄브렐러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환매 수수료뿐만 아니라 신탁보수마저 하나의 체계로 묶은 것이 랩어카운트 상품이다.
랩은 펀드의 일종이라기보다 계좌(어카운트) 운용체계를 가리키는 것이다.
하나의 계좌로 펀드뿐 아니라 주식, 채권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환매 수수료가 없을 뿐 아니라 단일수수료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강점이다.
미국에서 상품화하고 있는 랩어카운트의 위력은 대단하다.
자금을 분산해서 동시에 여러 종류의 상품에 투자할 수 있지만 연간 순자산 총액의 1~2%만 수수료로 물면 된다.
다만 일정금액 이상(예컨대 5천만원)만 랩어카운트에 가입할 수 있는 점이 흠이다.
금융자산 관리자(FP:Financial Planner)들이 금융공학적으로 설계한 툴을 사용해 투자자의 성향을 분석해주고 투자자의 자금형편, 수입,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평생 자금설계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심지어 주기적으로 자금운용의 성과를 측정해주는 한편 투자대상을 조정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의 FP들은 랩어카운트를 무기로 가정의 자금관리를 도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올 초 국내에서 상품화한 랩어카운트는 미국과 크게 다르다.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종류를 제한하고 있다든가, 여러 펀드를 동시에 투자할 수 없다든가 하는 점은 기존 엄브렐러와 별다를 바가 없다.
환매 수수료 면제도 사후 정산제라는 편법을 동원했다.
물적, 제도적 정비를 하기도 전에 상품화를 서두른 탓이다.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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