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로 예정된 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신발끈을 바짝 죄는 모습이다.
정부가 2월 말까지 동기식 사업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해 시간이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IMT-2000 사업자 선정에 회사의 운명을 맡긴 하나로통신에게 점점 최후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동기식 사업자 선정에서 낙방한 하나로통신은 진용을 새로 갖춰 와신상담하고 있다.
‘한국 IMT-2000 추진사업단’을 ‘사업본부’로 격상시키고 신윤식 사장이 직접 본부장을 맡았다.
임원들도 중량급 간부로 배치했다.
사업본부 직원도 30명에서 60명으로 두배나 늘렸다.
직원들은 사업계획서 작성으로 연일 밤을 밝히고 있다.
한번 시험에 떨어져본 하나로통신은 취약과목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제일 큰 변수는 LG 참여 여부 무엇보다 신 사장의 발걸음이 바쁘다.
신 사장은 외부와 접촉을 완전히 끊고 사업계획서 작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나로통신 맞은편 빌딩에 입주한 추진본부에서 보내는 시간도 부쩍 많아졌다.
한국퀄컴 김성우 지사장을 만나거나 정보통신부를 드나들며 승부수를 가다듬고 있다.
그가 IMT-2000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동안 틈새전략과 기습작전을 구사해온 하나로통신이 순조롭게 동기식 사업자 고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지로 가는 길목 곳곳에 지뢰밭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LG의 동기식 참여 여부다.
LG가 동기식 사업권을 신청하면 하나로통신은 갑갑하다.
‘약체’인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에 들어오는 업체가 거의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LG는 “동기식 사업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은 LG의 통신산업 재편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이 ‘인천상륙작전’을 폈던 것처럼 LG도 기습적으로 동기식을 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와 동기식 사업권을 놓고 대결할 경우 자금력과 기술력이 뒤지는 하나로통신에게 유리한 점은 별로 없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결국 구본무 LG 회장의 마음 속에 들어가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LG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 답답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나로통신이 정통부의 ‘LG 달래기’에 노골적으로 발끈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통부 입장에선 LG의 반발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최악의 경우 LG가 동기식 사업권을 신청하지 않고 하나로통신까지 떨어질 경우 ‘동기식 장비사업 육성’이라는 정통부의 명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다.
정통부는 3차로 사업자 신청을 받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정책을 이어갈 여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정통부는 최근 “동기식 사업자는 반드시 LG망을 쓰도록 하겠다” 따위의 인센티브를 계속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하나로통신은 속이 상한다.
한 관계자는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LG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LG가 동기식 사업자로 나서지 않더라도 길이 험난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나로통신은 컨소시엄 지분을 하나로통신 10%, 국내 중견업체 및 중소기업 40%, 외국업체 20%, 국민주 30%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국내업체 컨소시엄에는 470여개 회사가 들어와 있다고 하나로통신은 밝힌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지분비율이 15%에 지나지 않는다.
굵직굵직한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한 40%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외국기업 지분 비율 35%를 채우는 것도 버겁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외국기업들이 “사업권을 따면 참여하겠다”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에 ‘실낱같은 희망' 하나로통신이 기대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퀄컴이 최근 정통부에 제시한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이다.
퀄컴은 하나로통신이나 LG가 아닌, 제3의 기업이 대표하는 새로운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지분참여를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동기식 사업자 선정이 갈수록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이 동기식 칩사업자인 퀄컴에게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성사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다.
퀄컴은 하나로통신이 비동기식 사업자와의 경쟁력에서 떨어지고, LG는 그동안 비동기식을 고집해온 만큼 새로운 컨소시엄의 간판주자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퀄컴이 내심 염두에 두는 대표주자는 삼성전자와 포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나로통신도 삼성과 포철이 대주주로 들어온다면 1대 주주자리까지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간사’ 역할을 자임하며 실무선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포철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정통부와 퀄컴의 계속되는 여론몰이에 휘말려 통신서비스 시장에 잘못 뛰어들 경우 장비시장에서 구축한 아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동기 사업자인 한국통신이나 SK텔레콤과 경쟁관계에 놓이면 장비공급 제한에 따른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미 주도 시장이 돼버린 비동기 장비개발에 대거 착수한 상태다.
포항제철 역시 이미 SK-IMT에 12%의 지분을 참여한 상태다.
안병엽 정통부 장관이 “중복 참여 금지조항을 풀어줄 수도 있다”며 동기식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참여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일부에선 포철이 정통부의 바람대로 동기식 사업 서비스에 참여할 경우 정통부의 반대로 무산된 파워콤 인수를 반대급부로 요구할 공산이 크다고 관측한다.
하지만 이 또한 ‘통신 공룡’ 탄생을 의미하므로 기존 사업자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
업종 전문화 등 정부의 산업정책도 빛이 바랜다.
하나로통신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한국통신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3세대 무선통신 진출을 유일한 생존해법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LG, 삼성, 포철, 퀄컴 등 하나로통신을 둘러싼 상대적 변수가 너무 많다.
하나로통신이 동기식 사업권을 따기 위해 걷는 길이 살얼음판처럼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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