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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두루넷 어디로 가나
[포커스] 두루넷 어디로 가나
  • 이정환
  • 승인 2001.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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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넷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한동안 자금악화설에 시달리더니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를 대주주로 들어앉혔다.
심상치 않은 소문이 나돌다가 결국 1월19일에는 그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해온 김종길 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신임사장으로는 소프트뱅크코리아 이홍선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는 것을 포함해 대대적인 인원감축과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에서 ‘KORE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회사.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처럼 행세했지만 나스닥의 벽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99년 12월 주당 80달러 가까이 치솟았던 두루넷 주가는 꼭 1년 뒤인 2000년 12월 주당 2달러까지 추락했다.
1년 사이에 자그마치 97%나 주가가 빠진 것이다.

그러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났다.
두루넷은 지난해 3분기 미국 회계 기준으로 첫 흑자를 달성했다.
3분기 매출은 7천만달러. 미국 증권사들 예상을 7% 가량 넘어선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호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채무를 감당하지는 못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은 두루넷의 채무를 8억달러로 추산했다.
지난해 11월에 나온 이 보고서는 “실적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불확실한 현금유동성이 우려된다”며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소프트뱅크의 자본참여는 바닥없이 추락하는 두루넷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소프트뱅크는 두루넷의 대주주인 삼보컴퓨터와 나래앤컴퍼니 등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가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루넷의 주가는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즉각 보고서를 내고 “두루넷의 사업모델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가는 연일 급등해 1월18일 현재 4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점유율도 계속 떨어져 그러나 두루넷의 현금유동성은 크게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소프트뱅크 컨소시엄이 투자하기로 한 2억5천만달러 가운데 소프트뱅크가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1억달러에 불과하다.
그것도 3100만달러가 현물출자이고, 나머지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방식이다.
소프트뱅크는 두루넷의 주식을 액면가(2500원)에 사들여 16.5%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1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한 삼보컴퓨터나 5천만달러를 내기로 한 나래앤컴퍼니는 기존 채무를 출자로 전환한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일 뿐 영업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침 한국신용정보는 1월4일 두루넷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한국신용정보 김재범 전자통신평가실장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는 했지만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겠지만 업계 3위로서 시장점유율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루넷은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적정가입자 수를 120만명으로 보고 있다.
1월18일 현재 가입자 수는 76만명인데 올해 안에 130만명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두루넷의 딜레마는 가입자 1명당 투자비용이 83만원이나 들어가는데, 사용요금은 미국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장점유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참여가 어느 정도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이러한 딜레마를 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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